쏠과 넬은 비에 흠뻑 젖어 카페 문을 열었어요.
아이리스가 준비해 둔 수건을 건넸죠.
쏠과 넬은 수건으로 몸을 닦고, 벽난로 옆에 앉아 아이리스가 가져다 준 뜨거운 코코아를 호호 불어 마셨죠.
잠시 후, 카페 문이 열리고 키팅이 들어섰어요.
그도 고개를 저었지요.
넷은 무거운 침묵 속에서 매그너스가 돌아오길 기다렸어요.
얼마나 지났을까?
카페 문이 살짝 열리고, 매그너스가 조용히 들어왔어요.
그의 몸은 폭우에 흠뻑 젖어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했죠.
그는 말없이 아이리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그대로 지하 숙소로 내려갔어요.
넷은 매그너스의 뒷모습이 계단 아래로 사라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봤어요.
다음 날 아침, 매그너스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나타났어요.
그의 눈동자가 더 검어진 것 같았지만,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지요.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키팅과 쏠, 넬이 아이리스와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매그너스가 다가왔어요.
그는 아이리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어요.
"아이리스! 제가 어제 놓친 영혼을 쏠, 넬과 함께 찾고 싶습니다."
아이리스와 키팅은 매그너스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했어요.
소울 가이드가 놓친 영혼은 캡틴이 찾는 게 원칙이었고, 그 일을 쏠과 넬이 돕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아이리스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스쳤어요.
키팅도 의심의 눈초리로 매그너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답니다.
그때 서로를 바라보던 쏠과 넬이 입을 모았어요.
"저희도 치프와 다시 한 번 일해 보고 싶어요!"
둘은 간절한 목소리로 간청했고, 아이리스는 마지못해 허락했답니다.
키팅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쏠과 넬을 바라볼 뿐이었지요.
그렇게 매그너스와 쏠, 넬은 영혼을 찾으러 나섰어요.
셋은 강을 건너 새끼 고양이들의 영혼을 찾았을 때의 호흡을 되살려 다음날 바로 매그너스가 놓쳤던 영혼을 찾아서 데려왔어요.
그리고 쏠과 넬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매그너스의 지휘 아래 영혼들을 잘 찾아 무사히 쉼터로 데려왔답니다. 아이리스와 키팅도 그런 셋을 보며 안심했지요.
그렇게 4일째 되는 날 오후.
"딸랑! 딸랑~"
"부르르! 부르르르~"
쏠과 넬의 방울이 동시에 울리고 떨렸어요.
밖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쏠과 넬이 매그너스와 함께 달려간 곳은 바로―
살냥꾼들에게 희생당해 강 건너로 도망친 두 영혼을 셋이 힘을 합쳐 찾았던 바로 그 강이었어요.
강가에 도착했을 때 비가 그치고, 산허리 위로 무지개가 떠올랐어요.
그때였어요. 섬뜩한 기운이 바람을 타고 흘러왔어요.
온몸에 소름이 돋는 차가운 기운이었어요.
쏠과 넬은 몸의 털이 쭈뼛 섰답니다.
용기를 낸 쏠과 넬은 풀숲을 샅샅이 살폈지만, 아무리 찾아도 영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어요.
그때, 매그너스가 나직이 입을 열었어요.
"지난번에 보니 저쪽 낭떠러지 앞에 동굴이 있었어. 어쩌면 거기로 도망쳤는지 몰라. 같이 가 보자."
쏠과 넬은 매그너스를 따라서 동굴 쪽으로 걸어갔어요.
매그너스의 발걸음은 거침없었지만, 쏠과 넬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답니다.
저 앞에 어렴풋이 동굴이 보였고, 동굴 옆으로는 아찔한 낭떠러지와 검푸른 강물이 흐르고 있었어요.
동굴에 가까워질수록 쏠과 넬은 온몸이 떨렸답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졌지요.
"치프! 여기 이상해요!"
"아저씨! 무서워요…!"
쏠과 넬이 다급하게 매그너스를 불렀어요.
하지만, 동굴 앞에서 몸을 돌린 매그너스는 다른 존재가 돼 있었어요.
눈은 하얗게 뒤집혀 있었고, 몸에서는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지요.
그 모습에 쏠과 넬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답니다.
"치프... 아저씨!"
넬이 놀라서 소리쳤어요.
"넬! 저건 치프가 아냐! 도망쳐야 해!"
정신을 차린 쏠이 넬을 잡아끌었어요.
하지만 쏠과 넬이 몸을 돌린 순간―
이미 매그너스의 몸에 들어간 악마가 긴 팔을 뻗어 쏠과 넬을 휘감았어요.
쏠과 넬은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쳤지만,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어요.
그때였어요.
하늘을 가르며 찬란한 무지갯빛이 쏟아져 내렸어요.
그리고 그 빛을 타고 아이리스가 쏜살같이 내려와 악마를 향해 앞발을 뻗었죠.
그러자 그녀의 발끝에서 일곱 빛깔 무지개가 뿜어져 나와, 거대한 채찍처럼 변해 매그너스를 삼킨 악마를 휘감았어요.
악마는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무지개 채찍을 피하려 했지만, 무지개는 살아있는 것처럼 악마를 조였지요.
치이익!
아이리스의 무지개 채찍이 닿는 곳마다 악마의 검은 형상이 연기처럼 일그러졌고, 고통스러운 절규가 퍼졌어요. 아이리스는 채찍을 더욱 단단히 죄어 악마의 몸을 강렬하게 압박했어요.
악마의 비명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답니다.
아이리스는 채찍으로 꽁꽁 묶은 악마를 강으로 내던졌답니다.
첨벙!
악마가 강으로 떨어진 순간, 강 가운데 생긴 검은 소용돌이가 악마의 몸을 집어삼켰어요.
강은 이내 다시 고요해졌어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요.
어느새 달려온 키팅과 쏠, 넬은 악마가 사라진 강물을 멍하니 바라봤어요.
그리고 셋의 발 앞에는, 축 늘어진 매그너스가 숨조차 쉬지 않고 있었죠.
키팅이 매그너스의 몸을 흔들었어요.
“매그너스! 정신 차려!”
쏠과 넬도 매그너스의 몸을 흔들었지만 매그너스의 몸은 얼음처럼 식어 있었어요.
그 때, 아이리스가 매그너스에게 다가갔어요.
그녀는 두 손을 들어 매그너스의 이마에 살며시 얹었죠.
그녀의 손에서 찬란한 무지갯빛 기운이 뿜어져 나와 매그너스의 몸을 부드럽게 감쌌어요.
잠시 후, 매그너스가 눈을 떴어요. 멈췄던 심장도 다시 뛰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