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찜질방 창문에 햇살이 살짝 걸렸다.
허둥이와 지둥이는 매점 앞에서 그냥이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잘 가라, 얘들아.”
그냥이가 연잎에 싼 도시락을 건네며 말했다.
도시락 안에는 노릇노릇하게 구운 삼겹살과 고등어가 들어 있었다
“가끔… 놀러와.”
허둥이는 도시락을 바닥에 놓고 그냥이에게 안겼다.
“고마웠어요. 정말… 건강하셔야 돼요.”
지둥이는 작별이 쑥쓰러운지 코를 킁킁거리더니 말없이 앞발을 흔들었다.
저승 입구에는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냐아아! 우리 허둥이 지둥이, 드디어 왔구나!”
염라대왕이었다. 긴 수염이 바람에 살랑이고 검은 도포 자락이 펄럭였다.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이제 여기서 나랑 평생 같이 살자. 알았지?”
허둥이와 지둥이는 대답 없이 잠깐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란히 앉아 조용히 꼬리를 흔들었다.
잠시 후 둘은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
"대왕님… 우린…"
허둥이가 먼저 입을 뗐고, 곧이어 지둥이가 덧붙였다.
“저승도 좋지만… 이승이 더… 좋아졌다고나 할까요…”
“맞아요. 거긴 길 잃은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염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둘을 바라보았다.
“흠… 내가 허락 안 해주면?”
허둥이는 비는 것처럼 앞발을 가지런히 모았고, 지둥이는 앞발로 바닥을 살살 긁었다.
잠시 후 둘은 연습이라도 한 듯 한목소리로 외쳤다.
“그럼… 평생 울래요!”
염라가 피식 웃으며 긴 수염을 쓰다듬었다.
“휴… 내가 너희를 어떻게 이기겠니?”
그러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허락하마.”
둘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염라가 도포자락을 펄럭이며 말했다.
“보름에 한 번 나를 보러 와야 한다. 알았지?”
“넵!”
둘은 이번에도 목소리를 맞춰 힘차게 대답했다.
염라는 가만히 둘을 바라보다가 슬며시 웃었다.
“오늘은 여기서 놀고, 내일 갈 거지?”
하지만 둘은 약속이나 한 듯 쭈뼛댔다.
“어… 그, 그게…”
허둥이가 얼버무렸고, 지둥이가 눈을 끔뻑이며 말했다
“저희가 워낙에 바빠서요…”
염라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고 짐짓 화난 얼굴로 말했다.
“방금 왔는데, 바로 가겠다고?”
지둥이는 바닥을 보며 킁킁거렸고, 허둥이는 슬쩍 꼬리를 말았다.
“고얀 놈들… 알았다. 어서 내려가서 길 잃은 친구들을 도와줘라.”
둘은 염라의 눈치를 보면서 살금살금 돌아섰다.
“잠깐!”
등 뒤에서 들려온 외침에 네 귀가 쫑긋 세워졌다.
염라가 말했다.
“선물이 있다.”
“선물이요?!”
둘은 번개처럼 뒤로 돌았고, 네 개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염라는 어이없다는 듯 수염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휴우… 너희들은 정말.”
그러고는 지둥이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둥이, 너는 오늘부터 정식 승냥이다.”
지둥이의 어깨가 쫙 펴지고 꼬리가 바짝 섰다.
“허둥이, 너는… 앞으로 직접 거울을 울려 승냥이를 부를 수 있다.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거울을 울려라.”
허둥이는 들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흐흐… 지둥이 녀석, 마음대로 부를 수 있겠군.’
허둥이의 표정을 본 염라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함부로 쓰다가 걸리면, 얼음방 한 시간이다.”
“예엣?! 얼음방이요? 한 시간씩이나요…?”
슬며시 웃던 허둥이의 표정이 꽁꽁 얼어붙었다.
흐뭇하게 웃던 염라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그리고… 너희들 만나는 시간, 하루 30분에서… 10배로 늘려주겠다.”
그 말에 두 고양이는 꼬리를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아싸!!!"
“장난만 치지 말고… 책도 읽고, 운동도 좀 하고….”
염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둘은 고개를 까딱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쌩— 달려갔다.
하지만 잠시 후—
“문이 어디였지? 여기 아냐?”
“왼쪽 아니었어?”
허둥지둥, 갈팡질팡, 우왕좌왕…
둘은 부딪치고, 넘어지고… 그래도 즐겁다고 깔깔댔다.
오랫만에 유쾌하게 웃던 염라가 혀를 끌끌 차며 소리쳤다.
“오른쪽!”
둘은 “네에!” 하고 외치며 문을 활짝 열고 이승을 향해 폴짝 뛰어올랐다.
<끝> …… 어쩌면,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일지도…
* * *
오늘 낮 12시. 찜질방 2층 베란다에 무지개가 걸리면 모카와 함께 <못다한 이야기>를 들고 잠시 인사드리러 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