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부터 알고 지내던 선배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대뜸 한 소리한다. “야, 내가 SM5 타고 아내는 SM3 타는데 부품 값이 왜 이렇게 비싸냐? 뭐 하나 바꾸려고 하면 드는 돈이 장난이 아니야.” 맞는 말이다. 자동차는 사는 것도 그렇고 유지하는데도 참 돈이 많이 드는 애물 단지다. 어떤 차를 살지를 고르는데 중요한 요소로 유지비가 고려되는 이유도 비싼 부품 가격도 한 몫한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2만여 개의 부품 중 조립을 위한 단순 부품들을 제외하면 핵심 부품들은 500여 개 정도가 된다. 그리고 이 부품들의 가격에는 단지 부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 그 이상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비쌀 수밖에.. 오늘은 그 숨어 있는 비용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첫째로 들어가는 비용은 개발비다. 한 때 전 세계 디젤 자동차의 판매 대수는 보쉬가 정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을 만큼 기술을 선도하는 부품회사들은 기술에 대한 로열티로 부품값을 비싸게 부른다. 디젤이나 가솔린 직분사 인젝터가 그랬고,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가 그랬고, 엔진 제어 장치가 그랬고, ESP 같은 ADAS 시스템이 그랬다. 기술이 보편화되고 경쟁사들에서도 비슷한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이런 로열티가 사라지면서 가격이 많이 낮아지지만, 새로운 제품이 호환이 되지 않는 구형 차량 부품들은 재고 유지 비용까지 포함되어서 여전히 비싼 가격에 공급 업체로부터 구입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부품의 성능을 검사하는 검증 시험비가 포함된다. 부품사가 자체적으로 하는 품질 검사와는 별도로 제작사들이 자체 품질 기준에 따라 납품하기 전까지 확인해야 하는 시험들이 있다. 소금물을 계속 뿌리며 녹이 슬지 않는지 확인한다. 인공 햇빛 아래서 색이 바래지 않는지, 다양한 온도 조건에서 형태가 변하지 않는지도 확인한다. 실제 주행 중에 만날 수 있는 각종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내구 성능과 조립 안정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샘플을 만들고 검증 기관에 의뢰하고 진행하는 이 모든 과정에 돈이 든다. 그리고 이 비용이 부품 비용에 포함된다.
처음 부품사와 공동 개발 및 납품 계획을 세울 때 이런 요청사항과 비용은 견적에 들어간다. 보통 금형을 만들거나 일시에 들어가야 하는 큰 투자는 자동차 회사가 직접 투자비로 지불한다. 이때 이 금형의 소유권은 자동차 회사 소유가 된다. 그리고 제작사의 요청에 따라 추가적으로 수행하는 검증 시험비는 부품 단가에 분할 상환 (Amortize)한다. 만약 부품을 별도로 인증받아야 한다면 이런 인증 비용도 검증 시험비에 포함되어 단가에 추가된다.
세 번째는 보증 비용이 추가된다. 자동차 자체의 품질 문제는 원칙적으로는 자동차 회사가 일차 책임을 진다. 그래서 소비자에게 보상도 자동차 회사에서 지불하지만 만약 그 문제가 부품 자체의 품질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 이와 관련하여 제작사가 부담한 비용에 대해 부품 업체에게 구상한다. 얼마 전 이슈가 되고 있는 코나 배터리 문제만 해도 화재 자체는 배터리에서 발생하지만 발생 원인이 배터리 자체의 품질 문제인지 아니면 현대차에서의 개발 과정에서의 문제인지에 따라서 리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책임이 달라진다. 부품 업체의 입장에서는 물론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되겠지만 만약에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보증 조건을 제작사와 협의하고 일종의 보험처럼 예상되는 보증 비용을 단가에 포함시키게 된다.
2년 전 제가 중국에서 천만 원대의 저렴한 전기차를 만들 때도 개발비를 아끼기 위해 이미 개발되어 있는 도면을 업체에 직접 제공해 주기도 했지만 검증 시험비와 보증 비용을 줄이지는 않았다.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런 문제를 수습하는 일 자체가 더 큰 비용을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비스 센터에 갔더니 너무 비싸다고 해서 인터넷에 찾아보면 반값 정도로 중국에서 만든 제품들을 직구할 수 있는 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걸 기준으로 제작사가 소비자들을 담보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오해하곤 합니다만 사실 그런 부품들은 기존의 정품을 그대로 베낀 제품이라 개발비도 안 들고, 별도로 검증 시험도 거치지 않았고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서 보증해 주지도 않는다.
이런 모든 과정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순정 부품들은 비싸다. 대신에 부품 품질에 대한 책임을 제작사가 진다. 그래서 범퍼처럼 색깔이 조금 차이가 나도 타고 다니는데 지장이 없는 부품이라면 재생 범퍼나 비순정 파트로 비용을 줄이는 것도 괜찮겠지만, 엔진, 제동장치, 조향장치 등 차의 운행과 안전에 연관된 부품들은 되도록 비싸더라도 순정 부품을 쓰시기를 추천한다. 중고차나 같은 차량에서 찾은 재생 부품들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럴 경우 그런 파트의 남은 수명을 투명하게 확인해 줄 수 있는 믿을 만한 정비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할 거다.
2만여 개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들 중에 없어도 되는 파트는 하나도 없다. 그리고 각각의 부품들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자동차라는 커다란 기계가 제대로 굴러간다.오늘도 부품 값을 내려서 수익을 더 낼려는 자동차 회사와 부품사 사이의 갈등은 계속 된다. 비싼 이유가 있지만 가격이 감당하기 어렵다면 다양한 대안들이 시장에 존재 한다. 다만 감수해야 하는 위험도 함께 있음도 인지하고 상황에 맞는 선택이 필요할 것이다.
제 2장 귀하게 만난 내 차와 친해지기
2-1 충분히 거칠지만 또 부드러워야 하는 새 차 길들이기
2-2 기름값도 아끼고 부드러운 운전도 칭찬받는 연비 주행법
2-3 고급 휘발유가 비싼 값어치를 하는 경우는 따로 있다.
2-4 사람이나 차나 나이가 들수록 관리를 받아야 한다
2-5 검증하고 보증하느라 자동차 정품 부품은 늘 좀 비싸다.
2-6 믿을 수 있는 카센터를 찾는 노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