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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Jul 04. 2022

운전이 서투른 초보도 능숙하게 주행하게 해 주는 기술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 ‘기생충’을 보면, 운전기사로 처음 테스트를 받는 송강호가 이야기한다. “사실 이 직업이 단순하다면 단순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핸들 밥 30년 38선 이하로 모르는 길이 없고 부드러운 코너링 이게 쉬워 보여도 오랜 경험이 녹아들어야 합니다.” 오늘은 송강호 기사님이 이런 부드러운 운전을 하는 뒤에는 어떤 기술들이 숨어 있는지 살펴보자.


사장님 편안하고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밟는 대로 나갔다가는 멀미난다.


다들 놀이동산에 가서 범퍼카 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 앉아서 액셀을 밟으면 확 하고 앞으로 나간다. 그 울컥하는 기분 다들 느껴 봤을 거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액셀 페달을 밟는 동작은 아래 그래프처럼 계단형이다. 운전자는 얼마만큼의 힘을 엔진이 내야 하는 가를 액셀 페달을 밟는 것으로 표현하는데 그렇게 들어온 입력값을 엔진이 아무런 필터 없이 그대로 출력으로 내면 딱 범퍼카 출발하는 그 울컥함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차를 출시했다가는 차가 왜 이렇게 불편하냐고, 운전성이 형편없다고 고객들 불만이 가득할 거다. 그래서 모든 자동차 회사들은 운전자가 페달을 밟아서 요청한 Torque Demand값과 실제 엔진이 만들 Torque 사이에 필터를 두어서 아무리 급하게 Accel을 밟아도 부드럽게 주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위 그래프를 보자, 만약 운전자가 페달을 밞아 지금 150Nm 정도의 토크를 내달라고 요청하면 페달을 밟았으니 일단 반응을 해야 해서 절반 정도인 80Nm 정도는 일단 바로 출력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그리고 0.5 ~ 2 초 사이의 딜레이를 가지고 로그 함수 형태로 부드럽게 최종 150 Nm에 도달하도록 필터링을 해 준다. 


초기 상승하는 토크 값이 크면 클수록 튀어 나가는 반응성은 좋아지지만 울컥 대는 느낌이 들고, 딜레이가 짧을수록 가속감은 좋지만 차가 너무 급하게 치고 나간다는 느낌이다. 반대로 초기 설정값이 너무 작으면 차가 밟아도 반응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 딜레이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치고 나가는 느낌이 덜하다. 


Accel에서 발을 뗄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필터 없이 발을 뗐다고 바로 연료를 Cut 해버리면 차가 갑자기 서는 느낌이 들면서 급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울컥한다. 그래서 일정 비율로 일단 초기 토크는 80% 이상 줄이고 나서 무부하까지 부드럽게 연착륙하도록 R_initial과 T_delay를 맞추어 설정해 준다.


결국 차가 빠르게 응답하면서도 또 부드럽게 움직이길 원하는 상반되는 운전자의 요구 사이에서 최적의 설정을 찾아야 한다. 차속마다 그리고 기어 단수마다 같은 토크라도 차에 전달되는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에 각 단수별로, 엔진 RPM과 원하는 토크의 정도에 따라 이 1차 반응 비율(R_initial)과 연착륙하는 딜레이 시간 (T_delay) 비율을 일일이 설정해 주어야 한다.



작은 차는 당차게, 큰 차는 부드럽게


보통 작은 엔진 차량은 반응성이 좋게 설정하고  엔진은 부드럽게 설정한다. 같은 엔진에서도 기어비가 낮을 때는 작은 토크 변화에도 크게 진동하기 때문에 부드럽게 설정해 주고 이미 탄력을 받은 고속에서는 반응성이 좋도록 맞춰 준다. 


6단에(6) 1000 rpm부터 5000 rpm까지 250 rpm간격으로(17) 토크 25 Nm 단위로 25Nm에서 250Nm까지(10) Tip in과 Tip out 모두 설정해야 하니까 시험해야 하는 조건이 6X17X10X2 = 2040 케이스나 된다. 한창 차량 튜닝할 때는 일주일을 꼬박 트랙에서 평가하시는 전문 테스트 드라이버와 동거 동락하곤 했다.


이런 설정은 각 회사들마다 또 차마다 다르다. 배기량이 큰 고급차들은 묵직한 반응을 좋아하는 반면, 스포츠카 계열은 응답성이 더 중요하다. 예전에는 주행이 부드러워야 운전하기 편한 차라고 했었는데 요즘은 수입차의 영향도 있는지 내가 원하는 대로 달리는 반응성이 좋은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다. 


G90도 아반떼의 설정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엔진 설정도 트렌드에 따라 변한다.


그런 시장의 변화는 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엔진 제어 장치 튜닝에도 반영된다. 그래서 차를 오랫동안 탔다가 새 차로 바꾸거나 메이커를 바꾸면 완전 새로운 느낌이 들곤 한다. 엔진 배기량이 다르고 새 차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비슷한 차급이라면 가장 직접적인 차이는 이 Pedal Filtering이라고 하는 설정이 유행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처음엔 낯설지만 그래도 놀이동산의 범퍼카처럼 시간이 지나면 금방 익숙해질 거다. 본인의 차가 어떤 성향인지 파악하고 각 주행 조건별로 어느 정도로 밟고 떼야 더 부드러우면서도 원하는 가속을 할 수 있는지는 내가 건넨 발놀림에 차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 한 번에 확 밟거나 떼지 말고 설명한 필터처럼 단계를 나누어 신경 쓰시면 숙련된 운전자처럼 차와 교감을 나누며 즐길 수 있다. 기술은 거기에 숟가락 하나 더 얹을 뿐이다.


제 4 장 새로운 기술들이 차를 더 편하게 만든다.

    4-1 더 작지만 더 힘센 터보 엔진 이야기

    4-2 스포츠 모드와 에코 모드를 설정하면 차는 어떻게 달라지나?

    4-3 운전이 서투른 초보도 기사님들처럼 주행하게 해 주는 기술은 없나?

    4-4 위기의 순간 충돌을 막아 주는 ABS 이야기

    4-5 이제는 운전면허 시험은 시동만 켜고 버튼만 누르면 되는 거 아니야?

    4-6 운전자, 보행자, 자율주행차는 누구를 보호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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