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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원 Mar 27. 2024

해야할 공부가 너무 많다는 아이 공부 계획 세워 주기

핵심이 되는 지수를 정하고 스스로 관리하게 해 주자.

첫째가 중3이 되었다. 자사고, 국제고, 특목고 등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아이는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고 그렇다고 믿고 맡길 학원도 없으니 조급한 마음은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면서 달랬다. 시간은 가는데 계획은 빡세게 세우고 그걸 (당연히) 못 지키게 되면 또 자책하는 나쁜 사이클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그냥 그대로 두었다. 지금 이야기해 보아야 잘 들리지 않을 테니까. 무리한 계획에 대해 뭐라고 하면 자신의 불안감을 몰라 준다고 그럴 거고, 너무 늦게까지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는 걸 걱정하면, 다른 애들도 다 하는데 저만 못하게 해 준다고 그럴 거니까.. 결국 스스로 해 보고 결정해야 하는 자기 공부고 자기 삶이니 도와 달라고 하기 전까지 그냥 그대로 두었다. 


그러던 지난 목요일에 아이에게서 드디어 SOS 신호가 왔다. 퇴근했는데 컴퓨터를 두고 갔다며 가져다주는 김에 잠시 스터디 카페에 와서 같이 이야기 좀 할 수 있냐고 했다. 그리고 갔더니 대뜸 중간고사가 4월 말인데 그때까지 어떻게 무슨 과목을 공부해야 할 못 정하겠다며 도와 달라고 했다. 


"이제까지 시험을 쳐 보니까, 인강으로 기본 강의도 들어야 하고, 유형 문제도 풀어야 하고, 고난도 문제도 풀어야 하더라고. 근데 그걸 다 할 수 있을지 감이 안 와." 


늘 문제는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에서 일어난다. 뭐든 다 하면 좋지만 돈, 사람, 시간이 부족해서 다 못하게 되면 방법은 두 가지다. 리소스를 더 투입해서 다 하든가 아니면 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들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서 더 중요한 것부터 하는 것이다. 아이의 경우에 제한된 자원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일단 일주일에 할 수 있는 최대 공부 시간을 추정해 보았다. 주중에 새벽 2시까지 공부하겠다고 하고 주말에는 아침 9시부터 시작하겠다는 이야기도 그래라 하고 듣기만 했다. 그래서 취합한 시간이 일주일에 60시간. 하루 이틀 아파서 일찍 올 수 있지 않냐고 설득해서 일단 50시간으로 합의를 봤다. 5주가 남았으니 250시간이 시작점이다.  


그리고 난 뒤에 과목별로 중간고사 대비로 봤으면 하는 문제집들을 리스트업 했다. 중간고사 범위까지 강좌수가 몇 개인데 하나 듣는데 시간이 보통 얼마나 걸리는지를 같이 정했다. 거기에 지금까지 나간 진도를 넣어 보니까 원하는 대로 다 하면 총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가 나왔다. 결과는 388시간. 최대로 가능한 250시간보다 155%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이렇게 숫자로 눈에 보이니까 아이에게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 하지 못할 거라는 말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하나씩 줄여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합의해서 남은 시간 대비 해야 하는 양 시간 비율을 100% 아래로 낮추고 앞으로 1주일에 한 번씩 같이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금 우리 부녀가 관리하고 있는 시간표다. 오늘의 날짜는 함수에서 자동 업데이트되고 남은 시간도 시험 시작일 기준으로 자동으로 줄어든다. 각 과목별로 하고 싶은 문제집의 진도를 업데이트하면 알아서 필요한 시간 비율이 계산된다.  


이렇게 프레임이 짜이고 나니까 아이도 어떻게 시간 관리를 해야 할지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간을 더 확보하려면 시간이 많이 드는 일, 가령 인강을 전부 다 듣는 방식에서, 틀린 문제에 대한 해설만 듣는 것으로 바꿨다. 그래서 강좌별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필요한 시간이 줄고 시간 관리에 여유가 생겼다. 제일 높은 블랙 라벨 문제집도 아마 C 레벨만 푸는 걸로 도전해 볼 계획이 있는 것 같지만 그러려고 해도 일단은 80% 이하로 다른 진도를 나가서 여유분이 생겨야 가능하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갑자기 공지가 난 "과학 발명 발표 대회"에 참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그러면 그 걸 준비하기 위해서 어떤 걸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해 보라고 했더니, 과학의 "백신과학" 인강은 생각보다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과감히 지웠다. 그 덕에 오늘 기준으로 90% 수준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자기가 공부 더 하겠다고 하는 것도 복이긴 하다. 그렇지만 무리한 계획만 세우고 그걸 못 지켜서 불안해하고 자책하는 사이클이 반복되는 걸 곁에서 보는 것도 참 어렵다. 다행히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를 확인하는 법을 찾아가고 있다. 공부 자체보다도 이런 과정들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덧글) 첨부한 파일은 저작권 같은 것 없습니다. 얼마든지 받아 가서 활용하셔도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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