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II. 한없이 좋고 마냥 즐거운 오픈워터(OpenWater) 시절
By embracing ‘difference,’ we invite a natural harmony to settle gently within both body and soul.
'실력이 없으면 연장 탓한다'란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오픈워터 레벨에서 아주 자주 있는 일이다. 다이빙 회수가 최소 100회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편안한 '중성부력'에 가장 영향을 주는 요인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실력이 없으면 연장 탓한다!
대부분의 오픈워터 다이버들은 우선 다이빙 장비에서 문제의 해결점을 찾으려고 한다. 물론 민물과 바닷물에 따른 슈트, 웨이트 벨트, 부력기, 호흡기 등 다이빙 장비의 조화로운 조정과 적절한 선택이 고민의 출발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장비가 결론적인 해결책이 아님을 곧 알게 된다.
물속의 '다름'은 장비로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함'을 인정하는 마음가짐에서 시작해야만 한다는 것을 이해하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사실 중성부력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편안하고 여유 있는 호흡'이다.
안타까운 일은 그런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수많은 장비를 이것저것 구입한 후란 것이다. 또한 나름대로 불필요한 장비를 구입하지 않으려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도 보고 몇 차례 재차 확인을 한 후에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50-60% 이상 구매장비는 실질적으로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한다. 더구나 그중 10-20%는 결국 끝내 한 번도 사용하지조차 못한다.
다이빙 회수에 정비례하여 집안에 다이빙 장비가 차지하는 공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나중엔 이를 정리 정돈할 수도 없는 수준을 넘기는 경우도 생긴다. 결국 눈에 잘 안 띄는 공간으로 밀어 넣기 다반사이다. 나중엔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다는 핑계와 자기 합리화로 오픈워터레벨을 벗어난 후에도 점점 값비싼 장비만을 찾게 되는 악순환 고리에 빠지는 베테랑 다이버조차 참 많다.
스킨다이버에겐 마스크, 스노클, 그리고 오리발이란 기본 장비 '3점 세트'만 있으면 된다.
"Being simple is the best."
스쿠버다이빙에서는 슈트, 호흡기, 그리고 부력 재킷 등이 기본 필수 장비품목이다. 덧붙여 입출수시간은 물론 수심, 수온, 다이빙 로그, 기체 상태 등 다이빙 상황을 숫자와 이미지상으로 실시간 표시해 주는 손목시계 타입의 다이빙 컴 게이지를 필수 품목으로 추가하는 것이 요즘 대세이다.
모든 제품이 그러하겠지만 4개 장비의 기능 범위와 수준은 천차만별이고 브랜드 역시 수십 가지는 족히 된다. 가격은 1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수중촬영장비는 1만 불 이상에서 시작하고, 명품 브랜드 또는 재호흡기 같은 테크니컬 다이빙 장비인 경우엔 국산 승용차 한 대 값과 맞먹는다. 여기에 패션까지 추가가 되면 2-3배 이상의 가격으로도 착용은 어림도 없다.
'비쌀수록 값을 한다'란 격언은 스쿠버 다이빙계에선 한번 정도는 더 생각해 봄직하다. 단순, 명료할수록 물속에선 더 편하다.
다이빙 회수와 레벨이 올라가면 갈수록 슈트를 포함한 장비는 물론 부착물, 액세서리조차 점점 줄어들고 깊은 물속 색깔을 닮아 검은색, 블랙(Black)을 닮아간다. 아주 최소한 기능만 있는 장비를 선호하고 가격 역시 평균 이상을 넘지 않는다.
자연의 이치에 대한 깨달음은 극과 극을 경험하고 이의 통함을 스스로 깨닫음으로써 다시 시작과 끝맺음이 변증법적으로 다시 진화한다는 잠정결론에서 시작하는 모양이다. 물질적인 장비에 대한 탐욕이 정신적인 깨달음으로 마무리만 지울 수 있다면 한번 정도는 값비싼 실수를 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