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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계학 서설 II Dec 10. 2024

#4 나의 버디는 항상 ‘중성부력’ 상태다!

CH II. 한없이 좋고 마냥 즐거운 오픈워터(OpenWater) 시절

My scuba buddy always moves with the grace of perfect neutral buoyancy, effortlessly floating in harmony with the water.

건달, 소년, 그리고 막내, 영원한 나의 버디입니다.

  스쿠버다이빙에서는 육지의 동료, 친구와 그 의미와 뜻이 비슷한 '버디(Buddy)'란 용어를 소중하게 사용한다. 다만 동료, 친구가 단순한 또래의 나이를 기준으로 사용하지 않듯이 버디 역시 그러하다. 스쿠버 버디는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에서도 허락한 범위까지는 서로 '생명'과 안전을 함께 책임질 수 있도록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육지보다 심도가 깊은 관계라 생각하면 된다. 물속에서 목숨 같은 '공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 바로 버디 관계이다. 버디를 잘 만나느냐 못 만나느냐가 물속 '행복'의 반을 차지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생명을 함께한 나의 영원한 버디 삼총사

  '따로 똑같이'란 삼총사의 주문처럼 나에게도 '똑같이 따로'를 외치는 버디 삼총사가 있다. 건달, 소년 그리고 막내가 그들의 온라인상 별명이다. 두 사람은 치과의사이고 한 사람은 자영업자이다. 다들 나보다는 나이가 어리지만 삶의 '희로애락'에 대한 경험과 이해의 폭은 훨씬 깊고 넓은 듯하다. 그들의 공통점은 다들 말이 없다는 사실이다. 물속에서는 물리적으로 말을 할 수 없으니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물속을 나온 이후에도 그리 대화 내용이 풍부하지 않은 다이버들이다. 질문을 해야 겨우 짧은 단답식으로 대답을 하는 친구들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다이빙을 잘하느냐 못하느냐 또는 수중 여행에 도움이 되느냐 그렇지 않으냐, 말을 많이 하느냐 않느냐를 떠나 그들과 함께 하는 물속 여행은 항상 즐겁고 행복했다. 왜냐하면 나의 버디들은 일반적인 다이버들과는 분명히 다른 개성 있는 언행과 함께 물속이든 밖이든 한결같은 '믿음'과 성실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물속 또는 물밖에서 딱히 무엇을 챙겨주고 뭔가를 도와주는 스타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없이' 항상 곁에 있어준다는 그 사실만으로 몸과 마음의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든든한 동반자들이다.


  버디는 신뢰이고 신뢰는 여유이다. 여유가 있으면 오감의 감성이 생기고 감성은 '자유로움'이란 느낌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런 느낌이 중성부력이란 무중력과 조화롭게 만날 때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연이 선사하는 창의력이 생긴다. 물론 그 창의력이 현실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는 다이버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사실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나의 경우는 나름대로 그런 창의력을 현실세계에서 적절히 활용했다는 점에서 참 행운아인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것이 삼총사 버디들의 덕분이라 생각하고 항상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따로 똑같이, 똑같이 따로!

  스쿠버다이빙이란 레저, 취미생활에서 만난 인간관계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같을 수는 없다. 아무도 '즐거움을 함께 한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에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다만 '버디'라고 하는 스쿠버다이빙의 특별한 인간관계가 가끔, 그리고 아주 드물게 주어진 관계의 의미를 넘어설 때 물밖에선 얻지 못했던 관계학의 충만함을 찾을 수도 있다.


   요즘도 힘든 일이 있으면 나의 버디와의 대화 내용과 물속의 추억과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그때마다 '따로 똑같이', '똑같이 따로'란 버디들의 모토 속에서 훌륭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는 행운을 얻곤 한다. 또다시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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