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II. 한없이 좋고 마냥 즐거운 오픈워터(OpenWater) 시절
The cliff coral fields of Seoggiseom, a small island off Jeju Island in South Korea, are one of the world’s top 20 dive sites.
제주도 문섬, 범섬, 섶섬은 대한민국 스쿠버다이빙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물속에는 바다의 꽃이라고 하는 연산호 군락이 위. 아래, 좌우로 넓게 펼쳐져 있고 또한 난류가 흘러 아열대 어종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서귀포연안내에서도 희귀한 포인트들이다.
세계 다이빙 성지-제주도 새끼섬! 범문섶섬.
그중 문섬 옆 새끼섬은 오픈워터 교육을 비롯한 대부분 다이빙 자격 레벨의 교육으로 참 많이 찾는 장소이다. 섬 바로 앞에서 입, 출수가 가능하고 수심도 평균 대략 10-20m 정도로 조류까지 그리 새지 않은 최적의 해양실습 장소이기 때문이다.
오픈워터 레벨에서 어느 정도 다이빙 회수를 넘어서고 중성부력에 대한 자신감이 붙을 즈음에 인솔강사들은 어드밴스 레벨 교육을 권하면서 새끼섬 한 바퀴를 도는 '초보탈출' 통과의례를 은근히 부추긴다. 말 그대로 오픈워터에겐 약간의 모험과 도전 다이빙인 셈이다.
새끼섬의 입. 출수 지점은 동일한 곳이라 섬 전체를 완전히 한 바퀴 돌아서 다이빙을 시작한 곳으로 다시 와야만 출수가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균 수심 20m 내외로 50분 정도의 다이빙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오픈워터에겐 200 바(bar) 공기량으로 소화하기 쉽지 않은 다이빙 시간과 수심인 것이다.
더구나 다이빙코스의 반이상이 섬 뒤편 수심 100m 연산호 군락 절벽 지점을 중성부력을 맞추어서 통과해야만 하는 오픈워터 레벨에겐 어려울 수 있는 동선이다. 다이빙 중 시꺼먼 심해의 풍경을 보는 순간 갑작스러운 공포로 중심을 잃은 오픈워터, 어드밴스 다이버들을 이곳에서 심심하지 않게 보곤 한다.
무사히 새끼섬 한 바퀴, 진정한 다이버
'새끼섬 한 바퀴를 돌았다'는 그 사실이 이제야 다이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진정한 다이버가 됐음을 입증해 준다. 다시 말하면 장비와 스킬, 그리고 호흡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익숙함과 안정감이 자리를 잡았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수중의 사물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들의 소소한 일상들을 관찰하고 햇볕에 반사되어 수시로 변하는 물속의 빛 향연을 감상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여유, 그리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사실이기도 하다. 여하튼 우리나라 다이버라면 새끼 섬 한 바퀴를 돌은 그날의 충만한 감흥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초등학교를 우등생으로 졸업하고 중학교에 갓 들어간 철없는 '애늙은이'를 보는 것 같은 안타까운 경우도 종종 있다. 새끼섬 뒤편 절벽으로 돌아가는 그 지점이 문섬과 새끼섬을 가르는 해협 입구이다 보니 조류가 상당히 강하고 다이버를 실어 나르는 낚싯배들의 주 입구이기도 하다. 새끼섬을 한 바퀴 돈 후, 다음 다이빙에서 '오픈워터의 자신감'이 너무 높아 무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강한 조류에 순식간에 밀려 문섬 앞바다 망망대해까지 떠내려 가는 아찔한 경험으로 이어지곤 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노래 가사 같은 어구가 전해 내려온다. "다 같이 (손잡고) 돌자! 새끼 섬 한 바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