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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계학 서설 II Dec 20. 2024

#7 물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인가?

CH II. 한없이 좋고 마냥 즐거운 오픈워터(OpenWater) 시절

"The most beautiful creature in the water is the diver who, with perfect neutral buoyancy, savors the freedom of the depths, gliding gracefully with a subtle pin kick, all the while exuding a quiet yet undeniable sense of dynamism in their fluid underwater movement."

30-40kg 다이빙장비를 육지에서 바다로 이동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사이판에는 '그로또'란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가 있다. 수중동굴 밖 수직 절벽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포말과 그 위를 반사하는 햇볕의 찬란함을 물속에서 직접 보지 않은 사람에겐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는 장소이다.


  프로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 준 강사쌤

  이 같이 유명한 수중 장관과 함께 악명 높은 이유가 하나 있다. 그로또에서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백수십여 개의 계단을 2개 공기통을 포함한 30KG의 장비를 짊어지고 오르내려야 하는 고난의 행군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건장한 청년들조차 쉽지 않은 동선이다. 그 길을 자신의 버디인 여성 다이버의 공기통 1개를 더해서 양쪽 어깨에 공기통을 2개 메고 수중 가이드까지 도맡아 마무리해 준 여성 강사가 있다.


   NAUI 정유진 강사가 바로 그녀이다. 나의 어드밴스 레벨 교육강사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대부분 바다는 초가을부터 겨울을 포함 초여름까진 수온이 평균 15도에서 22도 언저리이다. 이는 물과 몸의 접촉을 아예 방지하는 드라이슈트 착용이 다이빙시 꼭 필요하단 얘기이기도 하다.


  목욕탕 찬물이 17도 근방이고 물속에서의 체온 손실은 육지보다 23배가 더 빠르기 때문에 동해, 남해는 물론이고 제주도에서조차 5mm 웹 슈트로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연간 30일이 채 안된다. 어드밴스 레벨의 필수과정인 드라이슈트 교육을 위해 정강사는 교육생에겐 자신의 드라이슈트를 입히고 자신은 동해 겨울 수온 5도에서 몸 전체에 은박지를 두르고 세미드라이슈트도 아닌 5mm 웹 슈트로 30분 이상을 다이빙한 '철인'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조용히, 아주 조용히

  이 같은 그녀의 다이빙에 대한 열정과 '프로의식'은 교육 이후에도 한동안 나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아마 그때부터 강사 교육을 받아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고 정 강사만큼 신뢰할 수 있는 다이빙 교육을 해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어드밴스 레벨은 다이버 자신보단 '버디'를 챙기는 다이빙을 배우는 교육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자신보다는 버디를 배려하는 다이빙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 준 다이빙 선배이자 쌤이다. 그 영향으로 상당기간 '버디'만을 위한 다이빙한 것 같다.


  그녀에게 배운 것을 하나 더 꼽으라면 수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물고기 떼나 연산호, 희귀 어종 등 수중 풍경이나 물체들이 아니라 '완벽한 중성부력'으로 '자유'를 만끽하고 조용하게 핀킥을 하지만 왠지 '역동성'이 느껴지는 수중 유영 폼을 지닌 다이버를 보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조용히, 아주 조용히, 그렇지만 힘찬, 아주 힘찬 수중 유영은 그 자체로 예술이고 AR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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