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m 위 육지•달려보기
그대의 흔적 - 롸딩(riding) 활동 모임 내에서만 통용되는 시라(시티라이딩•시골라이딩), 야라(야간라이딩), 안라즐라행라(안전한. 즐거운. 행복한 라이딩) 등 '우리끼리 단축어'가 있다. 아마 웬만한 그룹이나 단체들도 그들만의 '은어(隱語)' 한 두 가지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일출•우중•섬롸딩에 이어 나홀로 라이딩을 했다. 다른 레저와 달리 자전거의 최대 장점은 언제든지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혼자' 길을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브로미 brommie는 거리와 공간의 범위와 심도를 더욱 높여준다. 오늘은 의도하지 않게 에어컨과 건물사이 그늘를 잘 활용해서 여름 한낮 무더위를 피해 가면서 '명동시라'를 경험했다.
그래봐야 10km 남짓이지만 아련하고 희미한 '그대의 흔적'을 찾기엔 충분했다. 백화점 아이쇼핑, 대형분수대, 뒷골목 탐방, 명동성당, 중국대사관과 회빈장, 그리고 주먹고깃집... 추억과 기억을 소환하기엔 충분했다. 대학시절 장학금이나 타야 먹던 군만두의 풍미와 고기(어) 부인을 처음 만났던 커피숍 골목 탐방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고 행복했다. #나홀로롸딩 #100년가치•智慧/知慧 #몸생각마음D-955 #말그림글I-42
영동야라 - 야라는 '야간 라이딩'의 단어 앞자리를 따서 만든 축약어이다. 이 또한 나 스스로 주최하고 실행한 이벤트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강남 영동시장에서 체험해 봤다. 특히 좋은 분들과 함께 해서 더욱 즐거웠다. 고등어와 광어회로 시작해서 '호랑이 막걸리'에 모둠전으로 마무리했다.
비록 옛날의 전통 모습은 점점 퇴색되어 가고 번잡함은 코로나사태이전 보다 1/5 수준이지만 도심 한복판에 있는 그 자체에 감사한다. 길과 도로, 시장과 건물, 그리고 사람과 브로미 등등 모두에게 곁에 있어줘서 고맙단 말 전하고 싶다. 그래서 밤중에만 찾아오는 감성(感性)의 주인에게만 '행운'을 준다는 마음을 철석같이 믿고 싶은지도 모른다. #고맙다•야라브롬!
나홀로•롸이딩 - 오늘은 iChoir 창단식이다. 서울대병원 담벼락이 보고 싶어 일부러 외둘러 대학로에서부터 '야라'동선을 시작했다.
새롭게 단장된 창경원 굴다리 도로를 통과해서 종로경찰서를 옆에 두고 옛 현대건설빌딩을 마주한다. 한때 반민족특위부터 고도성장기의 화려함과 스산함이 담긴 영욕(榮辱)의 스토리가 흐른다. 뿌리치듯이 뒤로 하고 인물사진 하나로 빌딩을 지은 '전설의?' 난스튜디오를 끼고 우회전, 전국 4개 중 하나인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을 마주한다. 맞은편은 옛날엔 통합 국립박물관이었은데 이젠 민속으로 범위를 국한해서 국립민속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세분화, 전문화한 이유가 오히려 문화를 얄팍하게 재단질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기분이 묘하다. 여하튼 나我완 그리 가까운 주젠 아니니 또 페달을 밟는다.
불현듯 영산강종주 때, 듣고 읽은 김훈작가의 '자전거여행'속 한 문장이 생각난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중략)...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지방도, 우마차로, 소로, 임도, 등산로들은 몸속으로 흘러오고 몸 밖으로 흘러나간다. 흘러오고 흘러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올라가는 도로 좌우측에 즐비한 수많은 공간에 켜켜이 쌓여 있는 '나만의 추억과 기억'을 오롯이 혼자 마주해 본다. 후회는 없다. 안주(安住)를 경계하자! 드디어 목적지인 삼청동 단풍나무집 앞에 섰다. 주인을 보고 상상했던 딱 그 분위기 그대로다. 함께 한 18명의 합창단원들, 고향의 봄 '합창' 그리고 단풍나무아래 고즈넉한 마당스타일의 정원 불빛, 감성(感性)과 감흥(感興)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돌아오는 밤길조차 한여름밤의 낭만이 가득했다. #고맙다•브롬 또 한 번 더! #자기와의대화 #삼청야라•18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