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V. 수중사진과 테크니컬 다이빙 • 삼광색과 수중오로라
Malaysia’s Sipadan Island is a treasure trove of wide-angle underwater photography, while Indonesia’s Lembeh Island is a paradise for macro shots. For underwater photographers, every dive is a delicate dance between the grandeur of sweeping seascapes and the intricate beauty of the tiny, hidden world beneath the waves. To capture both perspectives seamlessly, they never enter the water without two dedicated underwater camera housings—one fitted with a wide-angle lens, the other with a macro setup—ensuring that no fleeting moment of marine wonder slips through their grasp.
한동안 일명 '똑딱이' 수중 카메라용 플라스틱 하우징을 들고 나름 즐겁게 다이빙 투어를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신문사 사진기자이면서 '수중사진' 전문 강좌를 개설한 선생님에 대한 얘기를 언듯 듣게 되었다. 이유 불문하고 연락을 드렸다. 그러나 강좌에 참석하기에는 직장생활이 너무나도 많이 바빴다.
마크로 흑백 수중사진이 담긴 한 장의 우편엽서
가슴앓이를 하다가 선생님이 말레이시아 시파단 섬으로 투어를 간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무조건 여름휴가 기간을 맞추어 따라나섰다. 선생님은 처음부터 그리 썩 내켜하지는 않았지만 시파단섬으로 가는 비행기, 승용차 그리고 보트 안에서 하루종일 끊임없이 질문하고 또 묻는 황당한 '나'를 내치지는 않았다. 그때 슬그머니 건네주신 명함 같은 엽서에 담겨있는 한 장의 수중 흑배사진을 보고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아! 정말 저 정도의 수중 사진의 주인공이 되거나 아니면 직접 촬영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아쉽지만 그 엽서를 얼마나 소중히 보관해 두었는지 지금은 찾을 길이 없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할 수 없이 LS 일렉트릭이 매년 수중사진대회 입선작으로 만드는 달력 속의 비슷한? 한 장면으로 당시의 수중사진에 대한 열정을 다시 일으켜 세우곤 한다.
시파단 섬 투어도 선생님 덕분에 VVIP 대우를 받아 리조트에서 제공해 주는 우리들만의 전용 보트를 이용해서 원도 한도 없이 다양한 포인트에서 다이빙을 즐겼다. 함께 한 건달부부내외와도 투어 내내 많은 대화와 추억을 쌓았다. 너무나 멋지고 훌륭한 동행이었고 지금까지 그때 버디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수중촬영면에서도 선배 다이버여서 중간중간 궁금한 점을 자주 물어도 보고 도움 되는 조언 역시 참 많이 받았다.
선생님과 건달의 수중촬영 모습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보면서 익혀두려고 무던히도 노력을 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어깨너머로 보는 정도로는 풍월정도는 읊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핵심에 다가가는 것은 어렵다. 수중사진 때문에 발 벗고 나선 투어이기는 했지만 '배움'의 심도는 딱 거기까지였다. 우리가 시파단 섬을 다녀온 얼마 후, 리조트 전체가 섬 환경보호를 이유로 폐쇄되어 버렸다. 투어도 리브어보드로는 가능하지만 입도는 불가능해져 버렸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하루 다이빙 인원제한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다. 어찌 보면 시판단섬 투어는 수중사진에 대한 호기심 덕분에 원도 한도 없이 만끽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수중사진의 아쉬움, '순간에서 영원'으로
시파단 투어를 다녀온 지 15년이 지난 시점에, 선생님 제자와 지인들을 중심으로 'UPU'라는 수중사진클럽을 결성했다. 수중사진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서로 공유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회원 모두 수중사진작가
들로만 구성되었고 몇몇 분만 화가, 조각, 공예 등 전문분야 예술인으로 합류했다. 창립총회를 성대하게 치르고 몇 차례 정기모임을 가졌다. 클럽 회장에게 선생님 수중사진 강의 시간을 가져보자고 제안을 드렸다. 장소와 프로젝터 등 모든 강의 기자재는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 선생님 승낙만 받아 달라고 서너 차례 설득한 끝에 선생님의 귀중한 시간을 할애받을 수 있었다. 정말 오랜 기다림의 '행복한'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두세 시간의 강의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끝난 느낌이다. 미리 준비한 음식들로 강의 장소에서 오늘 얻은 배움만큼 풍성한 파티로 일정은 이어졌다. 참석한 회원 얼굴 표정에서 모두 나만큼 감동을 느낀 듯해서 더욱 행복했다.
수중사진에 대한 나의 여정은 시작도 과정도 참 쉽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다만 지금 생각해 보면 동영상 하우징 등 이런저런 값비싼 장비 비용이 과정상 시행착오적인 불필요함으로 결론이 지어질 때, 더욱 마음이 아프다. 어찌하랴! 만족과 아쉬움도 겨우 손바닥과 손등 사이일 뿐이고, 스스로 이를 '순간에서 영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로 제대로 활용할 거라고 또 한 번 나를 믿어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