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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땐 그랬다(4)-수중 전용 카메라의 전설!

CH V. 수중사진과 테크니컬 다이빙 • 삼광색과 수중오로라

by 관계학 서설 II

Scenic photography is a fleeting struggle, while underwater photography is a battle frozen in time—capturing the very essence of a moment suspended between the depths and the surface.

시파단_수중자료2.JPG 물속 깊고 짙은 푸른 빛깔을 재현하는 것이 수중사진의 첫걸음이다.

'18년 12월, 제9회 홍콩 DRT(Diving Resort&Travel) Expo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매년 일본 오키나와, 중국 상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환태평양 및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스쿠버다이빙 전문 리조트와 기자재 전시회가 함께 개최된다. 이번 전시회의 초점은 역시, 요즘 트렌드인 '영상과 이미지'였다. 강연과 세미나의 주제는 물론 다이버들이 관심을 보이고 몰린 곳은 수중사진&영상 관련 업계 부스(Booth)였다.


수중 카메라의 전설, 니코노스 5-일안식과 이안식

지난 20여 년 동안 수중사진 카메라 세트는 일안식 디지털 SLR과 방수 기능을 가진 하우징(Housing) 타입이 주도를 해 왔다. 수중 조명 라이트(light)와 암(Arm)이 소형, 경량화되고 부력 기능이 좀 더 효율적이면서 세련되게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기본적인 사항은 큰 변화가 없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안식 수중 전용 필름 카메라인 일본 니코노스-5(NIKONOS)가 가장 가지고 싶은 브랜드였다. 제대로 된 수중사진 1장을 얻기까지 두꺼운 매뉴얼을 몇 번을 읽고 또 읽었다. 중간중간 이해가 되지 않으면 알음알음으로 고수를 찾아가서 구두설명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경청하면서 받아 적었다. 그 이후엔 물속에서 숨 참아가며 어떡해서든 전문가의 촬영하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지켜보려고 부단이 도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전설의 명품 니코노스 5, 전천후 기계식 필름 카메라이다.

그러나 이론을 익힌 후에라도 이를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바로 수중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는 행운을 가진 다이버는 그리 많지 않았다.


플라스틱 하우징에 일명 똑딱이 카메라를 넣고 조명도 없이 촬영하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던 시절이었다. 한동안 그 정도밖에 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관련 장비 구입비가 엄청나게 비싸서 몇 달치의 월급을 모아도 신품 니코노스 같은 수중 전용 카메라 풀세트를 갖추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사정사정해서 선배들의 애장품을 중고가로 구입하곤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좋아하곤 했다. 물론 나중에 감사의 마음으로 수중촬영 원포인트 레슨비란 명목으로 별도의 사례금을 더 챙겨드리는 것이 거의 관례였다. 니코노스 풀세트 구입비용은 그 당시 금액으로 1,000만 원이었고 회사원 대리급 한 달 월급이 150만 원 정도였다.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 아! '한 장 건졌다'를 느낀다

그때를 생각하면 수중사진장비는 물론 이를 활용하는 이론과 실제 과정이 정말 많이 간편해지고 비용

도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어떤 수중사진이 좋은 것이다란 의견을 넘어 수중사진에 대한 열정과 노력만큼은 그때가 훨씬 더 강렬했던 것 같다.

2018 홍콩 DRT Expo에 출품된 신상 DSLR 전용 포트와 하우징.

스포츠 경기에서 '헝그리(Hungry)' 정신이 한몫을 하듯이 얻기 어려운 만큼 얻기 위해 지금보다 몇 배의 성실, 노력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가 필요했던 시절이다. 그 원동력은 그 당시 한국경제의 모든 분야가 그러했듯이 꼭 배우고 익혀서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꼭 해내고 말겠다는 정신력일 수밖에 없었다.


수중촬영 후 사진을 현상하기까지 최소 2-3주일 동안 마음 졸이며 함께 한 동료들과 소주 한잔을 놓고 결과에 대해 '갑론을박'하던 그때가 참 많이 그립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 수중사진의 높은 수준을 이끌어낸 1세대분들의 '인내와 노력'에 글으로나마 감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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