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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바다는 변하지 않는다(2)-인생 샷 수중사진!

CH IV. 제주 서귀포, 홍. 카. 지. 바다, 그리고 오대양

by 관계학 서설 II

As a diver, achieving the grand slam of diving—experiencing the world's top three liveaboards, the 20 legendary dive sites, and the depths of technical cave diving—feels like nothing short of a stroke of pure fortune. I take solace in the thought that I have left my mark beneath the waves, yet the unchanging sea calls to me once more. With a thousand dives behind me, I find myself yearning to take another shot at capturing that one perfect, timeless image—a moment suspended in the deep, waiting to be etched into eternity.

오대양의 바다색깔은 모두 참 아름답다-특히 석양이 반사되는 수면은 더욱더!-말레이시아 시파단섬(폐쇄 전)

다이버 중 자신의 수중 다이빙 모습을 '인생 샷'같이 촬영된 사진으로 단 1컷이라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참 어려운 일이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로그 800회 다이빙 동안 그나마 남아있는 나 자신의 다이빙 사진이라곤 달랑 3컷이 전부이다. 그마저 그리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동굴다이빙 전 멕시코 테오띠우아칸 유적

왜 그럴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바다가, 수중환경이 그리 쉽게 촬영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자신의 수중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더욱이 마음에 드는 컷(Cut)을 건지기 위해서는 2가지 조건이 꼭 충족되어야만 한다. 자신의 완벽한 '중성부력' 자세와 그에 적절히 맞는 '수중환경'과의 조화가 필요하다. 사진을 순간의 예술이라고 한다면 수중사진은 빛의 굴절로 인해 한걸음 더 나간 '찰나'의 예술 인지도 모른다.

홍해다이빙을 마치고 이집트 쿠프 피라미드 앞

그러다 보니 투어 자료로 남아있는 거라곤 다이버에겐 별 쓸모가 없는 육상사진이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다이버에겐 얼굴을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수백 장의 육지 사진보다 자신만이 알아보더라도 단 한 장의 수중 다이빙 모습을 담은 사진이 훨씬 더 소중하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조언도 있지만 애절할수록 더욱더 멀어진다는 충고도 있다. 바닷속 정해진 룰(rule)은 후자인 듯싶다. 수억 년 동안 몇만 년마다 한두 차례 정도 큰 변화를 만든 바다의 무한성을 믿는다면 그리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자신을 타이르곤 한다. 다이빙은 인내하고 성실하면

시파단섬 인근, 끝없는 바다중간 모래톱

원하는 것을 반드시 얻을 수 있는 '농사'같은 스포츠. 레저활동이다.

'개똥철학'이라도 끊임없이 떠들고 쓰고 읽다 보면 '업'의 근본에 다가가게 됨을 문득 느끼곤 한다. 다이빙도 그리 오랫동안만 멀리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반복해서 계속 다이빙 투어를 다니다 보면 무한한 바다가 유한한 다이버에게 뜻하지 않은 시공간에서 우연히 '행운의 순간'을 건네주는 것을 참 많이 보곤 한다. 나 역시 그런 행운을 건네준 적은 있지만 나자

보트다이빙 후 팔라우 이름 없는 해변가

신이 받아본 적은 없다. 기껏해야 안주거리로 얘기할 수 있는 몇 장의 수중사진과 그리고 그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남긴 수백 장의 육상사진이 전부이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다이빙 투어를 계속하는 한 기회를 항상 열려있다고 믿는다. 원한다고 얻어질 것도 아니고 얻었다고 해서 더 이상 바라지 않을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이버로서는 '행운'에 가까운 다이빙 투어의 그랜드슬램(grand slam)이란 세계 3대 리브어보드, 세계 명 포인트 20선, 그리고 테크니컬 동굴 다이빙을 경험했음에 자기만족하고 싶다. 다만 얼마 전 한때 버디였던 제주 태평양 스쿨 김병일 사장님의 로그 1만 회 달성 뉴스를 접하면서 문득 변하지 않는 바다를 믿고 1,000깡전 한 장의 '인생 샷'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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