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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버블소리 없이, 쓱~ 접근해야 한다!

CH V. 수중사진과 테크니컬 다이빙 • 삼광색과 수중오로라

by 관계학 서설 II

Is there a way to close the gap to within a meter—silently, without making a single bubble or startling the subject? After much deliberation, I finally stumble upon the rebreather and find myself signing up for technical diving training.

한국 최초로 리브리더(rebreather, 버디 인스피레이션) 수중 촬영은 물론 대심도 다이빙을 시도했다.

광각이든 접사이든 수중사진은 피사체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수중 라이트의 도달거리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1m 이상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접사인 경우에는 라이트가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하겠지만 광활한 바닷속을 담기에는 인공라이트의 역할은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파사체에 최대한 접근을 해야만 햇빛이 도달하지 않는 수심에서 그나마 그들의 '자연의 색'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최대한 피사체에 조용히, 가까이!

다이버들은 일반적으로 개방식 호흡기를 사용한다. 호흡을 했다가 내뿜는 순간, 소리와 함께 버블이 발생하게 된다. 수중에서 인물을 촬영하는 경우, 이런 버블이 퍼지면서 얼굴 전체를 가려 버리기 때문에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 1-2초 정도만큼은 다이버의 호흡을 잠시 멈추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중생물을 촬영할 때는, 특히 마크로인 경우, 버블소리에 놀라 피사체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황당한 순간이다. 어느 식물인지 수중 바닥에서 아지랑이처럼 차례차례 '쑥~ 쑥~~' 올라와 있다가 다이버가 조금이라도 접근하면 '휙~' 땅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린다.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촬영을 해 보려고 해도 렌즈의 초점을 맞출 시간을 주지 않는다. 수중 생물 중에는 베도라치가 대표적이다. 귀엽고 앙증스러운 모습을 포착하는데 참 애를 먹는다.

빼꼼 얼굴만 내밀고 있는 배도라치

만다린 피시(mandarin dragonet)를 한 번 찍어보려고 필리핀에서 저녁노을이 질 때를 기다려 한참을 사투(死鬪) 한 적도 있다, 만다린은 산호초 부스러기가 잔뜩 쌓인 밭에 낮에는 숨어 서식하다가 어둑해질 때쯤 암수가 느닷없이 떠올라 짝짓기를 하는 물고기로 유명하다. 수중촬영을 하는 다이버라면 누구라도 그 순간을 담아보려고 부단히 도 노력한다. 운과 시간 그리고 끈기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암수 정다운 만다린 피시

수심에 관계없이 4시간 체류

상어 등 일부 포식성의 물고기를 제외하고는 다이버의 버블 소리에 대부분의 수중생물은 혼비백산 도망치기 바쁘다. 다이버들은 이를 쫓아다니느라 공기는 공기대로 다 허비하고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금기 다이빙 프로파일을 만들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촬영하려고 할 때쯤이면 출수 또는 감압 경고등과 알람으로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버블소리를 내지 않고 피사체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 조용히 촬영거리를 1m 내로 좁힐 수 없을까? 결국 고민고민하다 '리브리더(rebreather) 호흡기를 찾게 되고 테크니컬 다이빙 교육을 신청하게 만든다. 일명 재호흡기라고도 한다. 이는 공기를 방출하는 개방식 호흡기와 달리 내뱉은 공기를 배출시키지 않고 내부 순환을 시킴은 물론 컴퓨터 센서를 통해 수심에 따라 공기 내 이산화탄소와 산소의 비율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 준다. 이론상으로는 일반 공기통의 30% 용량으로 수중에서 4시간 이상을 체류할 수 있다. 무엇보다 버블이 발생하지 않아 수중사진을 촬영하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장비인 셈이다.


그렇게 점점 테크니컬 다이빙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었다. 수중 촬영 다이빙 회수가 늘어날수록 또 욕심이 생기고 이는 50-60m 대심도에 있는 피사체를 촬영하기 위해 트라이믹스 교육과정 신청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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