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 나의 버디(Buddy), 우리만의 포인트(Point)
The open water training site in Palau was nowhere near as majestic as the underwater caves of Blue Hole, as dazzling as the vibrant marine life of Blue Corner, or as breathtaking as the sheer walls of Big Drop-Off. Yet, it was a nameless spot that left me with a sense of accomplishment. After all, I had wrapped up my sixth open water training without any major mishaps—a small victory that made all the difference.
팔라우를 로터리클럽 정기 의료봉사의 일원으로 세 번째로 방문했다. 스쿠버다이빙투어로 이전에 두 번 와 보았다. 6박 7일 일정이었지만 만 24시간 하루정도 자유일정이 있다. 이를 위해 일반 여행 물품은 최대한 줄이고 접이식 자전거 브롬톤과 스쿠버 장비를 함께 들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동행하는 의료진과 관계자분들에게 죄송스러웠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은가? 다행스럽게도 브롬톤은 하루에 두세 차례씩 의료봉사본부와 수 킬로 떨어져 있는 치과현장 간을 왕복하면서 소통과 물품전달을 하는 역할을 수행해 주었다. 더불어 동행한 의료진 중 의사, 간호사 그리고 로터리안 부부, 총 5명이 스킨스쿠버 체험을 하겠다고 나서서 아예 자유 일정을 활용하여 현지에서 오픈워터 과정을 속성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이동 중 속성 오픈워터 이론교육
8시간 수중 물리, 생물 등 이론 교육은 다이빙 샵과 포인트로 이동하는 승용차와 보트 안에서 실시했다. 모두들 '똑똑한 분'들이라서 그런지 질문과 답 방식으로 큰 무리 없이 잘 마쳤다. 제한수역 교육 역시 천연의 해양환경을 적절히 이용하여 워터스킬부터 스킨 체험 그리고 수심 5-6m 마스크·호흡기 물 빼기 등 스킬실습까지 순조롭게 마무리했다. 특히 심도 있으면서 독특한 스킨 체험을 위해 관광도 겸해서 젤리피쉬 호수(Jellyfish Lake)와 밀키웨이(Milky Way)를 방문했다. 다들 너무나 신나 하는 모습에 가이드로서 나름 뿌듯했고 특히 어르신 부부의 환한 웃음에서 나 자신의 불효(不孝)를 조금이나마 만회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밀키웨이 모래진흙 목욕을 하면서 일행들이 이미 습득한 스킨 잠수기술을 여러 차례 활용하는 모습은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팔라우에는 어드밴스 레벨 이상 포인트들이 대부분이다. 가장 유명한 블루코너, 블루홀(Blue Corner, Hall)은 칼 같은 중성부력 자세가 필요하고 저먼(German Channel), 울롱채널(Ulong Channel) 또한 꽤 세찬 조류다이빙에 어느 정도 익숙한 다이버여야만 입수가 가능하다. 빅·뉴 드롭 오프(Big. New Drop-off)도 초심자 다이버들에게는 쉽지 않은 포인트이다. 더구나 유명 포인트들은 먼바다에 위치하고 있어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현지 보조강사 등 오픈워터 해양실습 위한 안전 준비를 단단히 마친 그 시간, 환초 너머 바다 기후가 예사롭지 않다. 몇 시간을 기다리다가 예비 다이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단 볼거리에 대한 욕심은 접고 교육 목적에 최대한 맞는 연안 포인트를 찾았다.
블루 홀&코너, 저먼채널 등 유명 포인트보다 더 큰 감동을!
어르신 부부는 스킨 체험에 좀 더 집중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의사 두 분과 간호사 한 분 등 총 3명만 해양실습 교육에 참가했다. 부력, 오리발 적응 등 기본 스킬 교육을 다 마친 후, 수심 7-8m에서 처음에는 누구나 그러하지만 뒤뚱뒤뚱거리면서 수 미터 전진 그리고 다시 제자리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현지 보조 강사와 간호사, 나와 의사 두 분이 버디가 되어 3번의 해양실습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해양실습 장소는 블루홀 수중동굴의 장엄함과 블루코너의 화려함 그리고 빅 드롭 포인트의 호쾌함은 없었지만 생애 여섯 번째 오픈워터 교육을 큰 사고 없이 마쳤다는 뿌듯함이 있는 무명 포인트였다.
귀국 후, 오픈워터 라이선스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필리핀 투어를 함께 가기로 의기투합하고 예약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다들 젊은 친구들이라서 그런지 이런저런 개인 일정들로 결국은 취소하게 되어 많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뭐 또 기회가 있지 않겠는가! 바다는 인류의 시간동안에는 변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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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타 클리닝 스테이션은 만타가 청소를 받기 위해 모여드는 장소를 의미한다. 만타는 자신의 몸에 붙은 기생충이나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 모여든다. 여기서 조그만 공생 어종들이 만타의 피부를 청소한다. 이러한 클리닝 스테이션은 만타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이용하는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다.
* 젤리피쉬 호수는 팔라우의 유명한 자연 명소 중 하나로, 에이리우 섬(Eil Malk Island)에 위치하고 있다. 이 호수는 약 1만 5천 년 전에 형성되었으며, 바다와 연결되어 있지 않지만, 갯벌을 통해 바다와 물이 교환되는 독특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그곳에 서식하는 비독성 젤리피쉬이다. 이곳의 젤리피쉬는 자연적으로 바다와 격리되면서 진화하여 독성이 없고, 호수 내에서 다른 먹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 호수에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노클링을 하며 젤리피쉬와 가까이 접할 수 있는데, 물속에서 떠 다니는 수많은 젤리피쉬는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 밀키 웨이는 미세한 백색의 모래와 미네랄로 이루어진 진흙이 섞인 독특한 자연 형상이다. 이곳은 팔라우의 한 섬에 위치한 자연적인 "진흙목욕" 장소로, 사람들이 이 미세한 진흙을 피부에 발라 건강과 미용 효과를 기대하며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