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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Y 버디들, 얍 수중만큼 맑고 기쁨은 두 배로!

VI. 나의 버디(Buddy), 우리만의 포인트(Point)

by 관계학 서설 II Mar 12. 2025

Even when storms rage out in the open ocean, the tranquil waters within the atoll of Chuuk, Micronesia, offer a haven for divers. For technical wreck diving, there’s simply no better open-water training ground. The experience is nothing short of extraordinary. Korean maritime researchers say that if you freeze a snapper or grouper from Chuuk for a few days before slicing it into sashimi, it takes on a texture remarkably similar to Korea’s beloved red seabream. It’s a trick of the trade that seasoned divers and fishermen alike swear by. Leaving this place always comes with a tinge of longing. The echoes of past dives linger in the mind, pulling at the heartstrings long after the journey home.

얍섬 수중에서 마주친 물고기는 실제로 사람보다도 컸고 도망가지도 않았다.

  다이버는 매년 여름휴가와 징검다리 공휴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장기간의 해외투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요즘은 대체공휴일까지 생겨, 장거리 일정까지 꽤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길어야 5박 6일이던 여정이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그 2배도 가능해졌다. 여하튼 직업 강사가 아닌 이상 출격? 회수는 1년에 한두 번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이버들은 5년 또는 10년 단위로 세계 20대 유명 포인트 방문일정을 계획하고 준비하게 된다. 그중 아는 사람만 간다는 얍(Yap) 섬과 축(Chuuk, 구 명칭: Truk) 섬*은 항상 다이버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선택된다. 둘 다 화산섬이지만 얍은 연안 산호초로, 축은 환초(Atoll) 섬으로 다이버들에게는 유명하다.


  필리핀 등 두 개의 해외 투어를 겹쳐 이어서 

  어느 해 여름, 필리핀 보홀로 해외투어 일정을 확정했다. 이미 대여섯 차례에 다녀온 포인트이지만 그 해에는 눈길을 끄는 해외투어 일정이 없어서 '노느니 한번 더'란 마음으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젊은 친구들 중심으로 활발하게 국내외투어를 진행하던 소규모 아쿠아? 다이빙클럽의 얍섬 투어 일정을 접하게 됐다. 얍섬은 남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미크로네시아 제도의 4개 주중 하나이다. 다이버라면 누구나 너무나 가고 싶어 하지만 가는 거리도 만만치 않고 항공기 일정 등 교통수단마저 맞추기가 그리 녹녹하지 않은 포인트이다. 필리핀 일정을 지금 취소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많이 늦었고 며칠을 고민을 하다가 두 개의 일정을 겹쳐 이어서 모두 참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마 또 주변으로부터 '너 잘났다?'라는 비난 섞인 목소리를 한 바가지 들어야 될 듯 하지만 각오하기로 했다. 얍섬 투어는 자주 오지 않을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 홀로 투어로도 한계가 있다고 최종 판단을 내렸다.

지도상으로는 점으로만 표시되는 미크로네시아 제도

  필리핀 투어중간에 짐을 꾸리자 주위에서 이런저런 의문과 질문을 던진다. "3일이나 투어일정이 남았는데 돌아가세요?" "아 네... 그렇게 됐습니다."라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필리핀 투어 인솔자에게만 얍섬 투어 때문에 중간에 떠난다고 알렸을 뿐이다. 그 역시 예상했던 대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식으로 비아냥거렸지만 양쪽 투어 비용은 전액 완불한 상태라 대놓고 뭐라 할 처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 홀로 경비행기를 여러 번 갈아타고 사진촬영장비를 포함한 개인 수화물 초과비용까지 지불해 가면서 어렵게 힘들게 얍섬에 도착했다. 얍섬 투어인원들도 인솔자인 선호훈련팀장을 제외하고는 참 신기한 다이버도 다 있다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맞이해 주었다. 그렇게 잊지 못할 얍섬 다이빙 투어가 시작됐다.


거대한 돌들을 화폐로 사용한 독특한 전통문화를 지닌 얍

  다이버 버킷리스트 중 하나, 얍과 축섬

  얍섬 다이빙 투어는 수중환경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젊은 친구들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투어 일정이 참 마음에 들었다. 다른 동회회와 달리 모든 비용 정산이 너무나도 투명했고 공통 경비를 '기쁨을 2배로'라는 합목적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아쿠아는 명목상 모임의 회장도 없었고 인솔강사는 없었지만 다경험자인 훈련팀장을 중심으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버디 구성과 다이빙 입출수 절차를 엄격히 지켜나갔다. 나의 버디들은 한결같이 '오픈워터' 레벨이었지만 수중 안전규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태도가 참 인상적으로 남았다. 다이빙전후의 수면 휴식과 저녁 시간도 짜임새 있는 일정으로 모두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과거 남태평양 섬들에서 화폐로 사용했다는 커다란 원형 돌*들을 가까이에서 살펴본 것이 오랜 시간 동안 추억으로 남는다. 얍섬투어는 결국 축섬 테크니컬 난파선 다이빙 교육으로 이어진다. 

환초 축섬은 대양의 기후에 관계없이 다이빙이 가능

  축섬은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지가 있는 곳이다. 2차 세계대전당시의 일본군 함선이 수심 60-70m에 다수가 가라앉아 있다. 화산이 융기한 후 다시 가라앉으면서 중심부는 바닷물로 채워져 석호가 형성되었고, 그 주변을 둘러싸며 산호초가 자라났다. 오랜 세월 동안 산호초 위에 모래와 퇴적물이 쌓이면서 섬이 형성된 것이다. 덕분에 먼바다에서 폭풍이 쳐도 환초 내에서 여유로운 다이빙이 가능하며 테크니컬 난파선 다이빙의 해양 실습 장소로는 최고이다. 축섬의 스내퍼(Snapper) 또는 구루퍼(Grouper)를 냉동고에 수일동안 얼린 후에 회를 뜨면 우리나라 도미회 비슷한 질감을 낸다고 한다. 아쉬움과 그리움이 남는 포인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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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얍섬과 축섬은 모두 미크로네시아 연방(Federated States of Micronesia, FSM)을 구성하는 4개 주(State) 중 두 곳을 가리키는 공식적인 지명입니다. 얍은 미크로네시아 연방의 서쪽에 위치한 주로 거주 인구가 약 1만 명에 불과하다. 얍섬과 주변의 여러 작은 섬들로 구성된다. 축은 미크로네시아 연방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명소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함선들의 난파선이 다수 존재하는 Truk Lagoon(트럭 라군)으로 유명하다. 


* 얍섬에서는 라이 스톤(Rai Stone)이라는 거대한 석화 화폐가 전통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이는 석회암을 깎아 만든 원형 돌로 크기와 제작 과정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이러한 돌들은 팔라우 등지에서 채석되어 카누로 운반되었으며, 거래 시 실제로 이동하지 않고 공동체 내에서 소유권만 변경되는 독특한 경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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