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 나의 버디(Buddy), 우리만의 포인트(Point)
오키나와 요나구니 해저 인공 구조물을 보러
사실 일본에서 기억에 남는 다이빙 포인트는 오키나와 섬 이외에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수심 25-30m 있는 해저 신전? 유적에 대한 인상이 워낙 강렬하여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일본 오키나와 섬투어를 감행한 발단은 그레이엄 핸콕의 '신의 지문'*이란 책을 우연히 접하고 나서 비롯됐다. 책 속에서 지금부터 대략 1 만년 전쯤 발생한 대홍수로 인해 수중으로 사라졌다는 고대문명의 사례로 요나구니(与那国島, よなぐにじま, Yonaguni-jima) 해저 구조물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책 속의 사진만으로도 충격 그 자체였다. 작가 역시, 해저 구조물 탐사를 위해 스쿠버 다이빙을 더 열심히 익혔다고 서술해 놓아 그의 주장이 한층 더 '공감'되었다. 이동거리, 교통수단 그리고 계절시즌은 물론 숙박 등 모든 현지여건을 고려해 볼 때, 가성비가 매우 낮은 다이빙투어였다. 그러나 해저 신전 포인트는 결국 나를, 작가의 후속작만 장비가방에 넣고 특별한 사전계획도, 일행도 없이 나 홀로 홀린 듯 길을 나서게 만들었다.
대마도는 우리나라가 역사 속 조선이란 국호를 쓰던 시절부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곳이다. 15세기 정종 시절 군대를 보내 한차례 강제 점령을 한 적도 있다. 상당한 기간 동안 대마도는 조선과 왜(일본)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구사하는 속국이자 자치령이기도 했다. 바다 직선거리로 일본보다는 우리나라 부산에 더 가깝다. 여하튼 대마도 투어는 동호회 회원들끼리 주변 포인트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가 '한번 가 볼까?'라는 정말 농담 같은 제안이 진담이 되어버린 경우이다. 항구 세관을 통해 양국을 입출국하면서 확인 도장을 받으니 분명 해외투어가 맞기는 하다. 1박 2일 동안 4-5회 정도 다이빙을 했지만 현지 수중가이드의 호들갑스러운 언행만 기억에 남는다. 제주도 서귀포 수중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연산호 밭을 보고 온 한국다이버에게 10cm 안팎 달랑 두 개 연산호를 보라고 딸랑이를 흔들어 되는 현지 가이드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현지 수중 가이드, 나의 즉석 버디
북경과 상해 출장을 마치고 일본으로 넘어가기 전에 해남도 산야에 들렸다. 중국 최대 휴양지중 하나로 가는 길은 제주공항에서 서귀포로 가는 산간 도로와 그 주변 풍경마저 닮아 있다. 우선 해변을 거닐면서 다이빙 샵과 해산물 식당을 두리번두리번 찾아다녔다. 마침 동북 3성에서 대학 졸업기념여행으로 왔다는 여학생 일행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그 대신 찾고 있는 정보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우연의 기회를 잡았다. 상해, 홍콩, 마카오, 대만 등지에서 여러 차례 해산물 식당을 방문한 경험이 있지만 산야에서 맛본 해산물은 다양한 종류와 신선도 측면에서 최고였다. 더구나 동행한 중국 여학생들이 유창한? 모국어로 복무원들과 상의하여 시의적절한 현지 해산물들로 선택까지 해 주었다. 또한 가격까지 현지인 대우로 할인까지 받아 주어서 인원수에 비해 너무나도 저렴한 비용지출이라 대만족이었다.
나 홀로 다이빙 투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 수중 가이드를 잘 만나는 것이다. 수중환경을 잘 알고 있어야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다양하고 풍성해지기도 하지만 수중가이드가 나의 안전을 챙겨주는 버디 역할까지 하기 때문이다. 산야에서 만난 수중 가이드는 레벨은 다이브 마스터(또는 마스터 다이버)였는데 수중환경과 동선에 대해서는 완전히 초보 수준에 불과했다. 입수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쯤인가? 엄청난 폭발음이 귀청을 사납게 울린다. 소리는 수중에서 육지보다 4배나 더 빠르니 그 울림은 정말 상당했다. 포인트 시야도 너무 어둡고 볼거리 역시 마땅하지 않아 바로 현지 가이드에게 신호를 보내고 출수했다. 보트에 올라서 밝혀진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물론 포인트에서 좀 떨어진 거리이기는 했지만 현지인들이 가끔 불법으로 수면 위에 화약을 터뜨려 물고기를 잡는다는 얘기였다. 오래전 얘기라 요즘은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여하튼 맙소사! 여기는 확실히 중국이다.
중국 해남도에서 일본 오사카 주재원으로 있는 후배를 만나러 가는 비행기 안에서 괜한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해사출신이고 예편 후, 외항선 선장인 장인어른과 언젠가 한번 버디로 스쿠버다이빙을 시도해 봐야 되겠다!"라고! 하지만 한국애 돌아오고 나서야 얼마나 불효막급(不孝莫及)한 희망 고문이었음을 알게 됐다.
Drawn by the Mystery: A Solo Journey to Yonaguni
The call of the deep was impossible to ignore. The underwater ruins off the coast of Yonaguni Island, shrouded in mystery and speculation, had been lingering in the back of my mind for years. One day, without much of a plan, without companions, I simply packed my gear bag, threw in a copy of Graham Hancock’s latest book, and hit the road.
Something about the place had me hooked. I couldn’t put my finger on it, but the idea of those submerged formations—natural or not—kept gnawing at me. I wasn’t just curious; I was utterly captivated. Before I knew it, I had dropped everything and set off, as if drawn by an invisible force.
As I stood on the shore, staring out at the endless blue, I knew there was no turning back. This was one of those moments where the journey itself mattered just as much as the destination. Whatever I was about to find down there—whether man-made ruins or the mere play of nature—was only part of the story. The real discovery, I felt, would be something deeper, something within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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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나구니 해저 유적(Yonaguni Underwater Monument)은 1986년 일본 오키나와 현 요나구니섬 남쪽 해안에서 다이버 아라타케 키하치로에 의해 발견된 거대한 해저 구조물이다. 길이 약 100m, 폭 50m, 높이 25m에 달하며, 계단식 피라미드 형태와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발견 이후, 이 구조물이 자연 형성물인지 인공 유적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져 왔다. 일부 학자들은 이 구조물이 자연적인 지질 작용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연구자들은 인공적인 가공 흔적과 유사한 형태를 근거로 고대 문명의 유적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구조물의 기원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다. 요나구니섬은 오키나와 제도에서 가장 외딴곳에 위치한 유인도로, 이시가키 공항, 나하 공항에서 항공편이 운항되고 있다. 또한, 이시가키섬에서 페리선이 운항되며,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이러한 미스터리와 독특한 해저 지형으로 인해 요나구니 해저 유적은 다이버들과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탐험과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이다.
* 주류 역사학계에서 이단아로 취급되는 그레이엄 핸콕(Graham Hancock)은 "신의 열쇠" (The Sign and the Seal)에서 아크 오브 더 코벤넌트(Ark of the Covenant, 하나님의 언약궤)의 미스터리를 추적한다. 그는 성경에 등장하는 아크의 위치와 그 숨겨진 진실을 탐구하며, 고대 문헌과 성경의 기록을 바탕으로 아크의 행방을 찾는다. 아크는 고대 이집트 및 이스라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신성한 유물이며, 그 존재와 위치는 고대 문명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신의 지문" (Fingerprints of the Gods)에서는 고대 문명과 인류의 기원에 대한 미스터리한 이론을 제시한다. 핸콕은 고대 문명들이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의 기술과 지식을 가졌다고 주장하며, 인류의 역사가 더 오래되었고 고대 문명들이 더 발전된 문명을 이루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고대 문명이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문화적 흔적을 남겼으며, 이들 문명들이 대홍수와 같은 거대한 재난을 경험한 후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신의 거울" (Heaven's Mirror)에서는 고대 문명의 예술과 상징을 탐구하며, 고대 이집트 문명을 중심으로 고대 문명의 숨겨진 지식과 그들이 남긴 흔적을 분석한다. 작가는 고대 문명들이 예술과 상징을 통해 인간 존재와 신성에 대해 어떻게 탐구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고대 문명의 예술 작품과 상징들이 인간 정신과 신성의 깊이를 탐구하는 중요한 도구였으며, 그들이 남긴 흔적은 우리가 잃어버린 고대의 지식과 연결된다고 역설한다. 이 세 권의 책은 모두 고대 문명과 인간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숨겨진 역사와 지식을 밝혀내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