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V. 수중사진과 테크니컬 다이빙 • 삼광색과 수중오로라
The air had been used up, making my gear slightly lighter, but with my double tanks soaked through and strapped to my back, I still felt the full weight of exhaustion. Clutching my fins in one hand, I had no choice but to tough it out and haul myself up the sheer cliffside ladder—the very spot I had leaped from hours ago—fighting for every inch as if my life depended on it.
적지 않은 나이에 스쿠버다이빙의 '끝'이라는 수중동굴다이빙 교육에 참가했다. 참가자 모두가 레크리에이션 '강사'이기는 했지만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프로'들이었다. 슈트부터 호흡기, BC, 라이트까지 모든 장비들도 100% 새로 장만해야만 했다. 한국에는 교육 트레이너가 없어 호주출신 미스터 와그너를 초빙해서 멕시코 세노테(Cenote)*에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과 일정은 체류, 강사비용 등을 감안하여 기본 교육과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휴식, 자유 시간은 '무조건' 줄여 6박 7일이란 현지 스텝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고강도로 진행됐다. 전체일정은 11박 12일로 기억한다.
S 드릴, 밸브 드릴, 트림자세 그리고 수중동굴 핀킥
실습장소인 세노테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우선 햇볕이 작열하는 날씨에 세미 드라이를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밀림까지는 지프(Jeep) 차로 이동한다. 거기서부터는 더블탱크를 포함한 60kg 정도의 개인장비를 메고 30-40분 정도 정글을 헤치고 세노테 앞까지 걸어서 간다. 우선 높이 6-7m 정도 아래로 더블탱크를 먼저 던져 놓고, 마스크와 핀을 두 손으로 잡고 일직선으로 낙하한다. 세노테 수면에서 모든 장비를 착용하고 수면에서 S, 밸브(Valve) 드릴(Drill)*을 실시한다. 장비에 대한 사전점검이 버디와 함께 상호 체크가 끝나면 수심 1m로 하강하여 트림(Trim) 자세와 핀(Fin) 킥에 대한 연습을 반복한다. 동굴다이빙시 수평자세를 유지는 저항을 줄여 공기소모율과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동굴다이빙 핀킥은 수천 년 동안 바닥에 쌓여 있는 석회암 가루를 불러일으켜 뒤따르는 버디의 진행방향 시야를 가리지 않기 위해 고안되었다.
매일 오전 중 2회씩, 세노테 수중동굴 입구에서 필수 드릴, 트림자세와 핀킥을 지겨울 정도로 반복 연습한다. 트레이너의 OK 사인과 함께 그제야 겨우 수중 동굴로 진입을 한다. 전원이 수중 동굴을 1km 들어갔다가 라이트를 끄고 버디와 함께 2인 1조로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비상 탈출하는 훈련을 실행한다. 왼손으로 진행방향 앞에 장애물이나 돌출부위가 없는지를 확인하면서 오른팔과 옆구리에는 버디 손과 몸을 밀착시킨 채, 최대한 빠른 속도로 동굴 입구로 나와야 한다. 버디끼리 사고&탈출 다이버 역할을 번갈아 가며 맡는다. 초보들에게 참 적응하기 쉽지 않은 스킬들이다. 다이빙을 마치고 나온 후에도 고난의 행군은 아직 남아 있다. 공기가 소모되어 무게가 좀 줄어들기는 했겠지만 수분에 흠뻑 젖은 더블탱크를 둘러메고 한 손에는 오리발을 들고 몇 시간 전 뛰어내렸던 절벽을 직벽 사다리를 통해 거의 사생결단(死生決斷)으로 다시 올라와야 한다.
더블탱크 메고 6-7m 직벽사디리를 오르다
거의 기다시피 올라와서는 다시 뙤약볕을 마주하며 40분을 걸어서 승용차까지 와서 장비를 싣고 숙소로 돌아온다. 장비와 슈트들을 세척하고 가지런히 정리한 후, 점심 식사를 한다. 오후에는 이론 교육과 당일 다비빙에 대한 디브리핑과 Q&A(질문과 답)로 쉴틈조차 없이 이어진다.
교육과정 최종 테스트는 수중 동굴 안에서 진행된다. 일시에 수중라이트를 끄고 태고의 칠흑 속에서 2분 내에 비상탈출선을 찾아내야 한다. 라이트를 오프 하기 전, 육안으로 확인한 선의 위치를 더듬더듬 찾아가는 과정은 '공포와 답답함',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초긴장 그 자체였다. 다행스럽게 1명을 제외하고는 최종 시험을 통과했다. 보조 강사로 교육을 도운 정본부장이 탈락자를 구제하기 위해 담당 트레이너를 하루종일 설득을 했다고 한다. 트레이너는 마지막까지도 이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결국 동기들의 연명서까지 제출한 결과, 그는 교육과정을 있는 그대로 단체에 보고하고 자격증 승인여부는 '본부에 맡기겠다'는 정도로 한발 물러서 주었다. 우리는 모두 한국 최초로 미국 동굴다이빙 협회가 인증하는 자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다들 기쁜 마음으로 마야 문명 관광 일정으로 떠났다. 나만 홀로 오픈워터 시절 이미 한 번 다녀온 코즈멜로 두 번째 다이빙 투어 여정을 떠났다. 지금도 가끔 꿈에서 그때의 장관을 마주하곤 한다. 수중동굴 속에는 공기층이 있는 동굴도 있고 그 천정에는 물방울이 거꾸로 흐르는 듯한 신기한 장면이 연출된다. 좁은 수중터널을 내려가는 도중 만난 깊이의 온도차로 발생하는 수중 오로라는 정말 '몽환(夢幻)' 그 자체다. 북유럽과 알래스카에서 마주친 육상의 오로라가 신의 손글씨라면 수중 그 모습은 '그들의 속삭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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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의 세노테는 석회암이 침식되어 형성된 자연적인 싱크홀로, 수정같이 맑은 물과 독특한 동굴 지형을 자랑한다. 마야 문명에서는 세노테를 신성한 장소로 여겨 제사와 의식을 치르는 공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다이버들과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명소로, 동굴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는 세계적인 명소로 알려져 있다.
* 매번 테크니컬 다이빙을 하기 전 우리는 밸브를 잠그고 여는 연습을 충분히 해야 한다. 두꺼운 슈트와 장갑을 착용하는 경우 기존에 잘할 수 있던 기술이었더라도 생각보다 실제로 하기 힘들 수도 있다. 다이빙의 빈도 또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밸브 드릴은 하나의 기본 기술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이 기술을 몸이 기억하고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많은 연습을 해야 한다.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밸브 드릴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그 결과는..? 처참하다. 또한 팀원 모두가 적절한 호흡 기체를 팀원들과 절차에 맞춰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 수중 동굴 테크니컬 다이빙에서는 다이버가 수평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부력과 자세를 확보하는 '트림 자세'가 필수적이다. 또한, '핀킥' 기술을 통해 부드럽고 효율적인 추진력을 얻으며 동굴 내부에서 '최소한'의 '물 흐름' 방해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