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양이 그리고 ‘오제이’를 만나다
일반병실로 옮기고부터 나는 원래도 즐겨보았던 ‘유튜브’의 ‘크집사’ 님의 채널을 더 자주 오래 반복적으로 보았어. (원래는 ‘크림히어로즈’였지만, ‘크집사’ 채널이 개설된 이후 나는 ‘크집사’ 채널만 보고 있어!)
당시 8마리 모두 다 예쁘고 귀여운 야옹이들 중에서 ‘루루‘라는 야옹이에게 시선이 갔었는데, 워낙 성격도 좋고, 얌얌이도 좋아하는 먹돌이고 씩씩하고 용맹한 야옹이라고 생각해서 좋아했었는데, 단지 그 이유만으로 ’ 루루‘에게 시선이 갔던 것만은 아니었어.
“루루”는 ‘스코티시폴드 유전병’을 앓고 있는데, 작은 2kg 대 야옹이가 ‘유전병’이라는 무서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루루’는 그에 굴하지 않고 어떤 야옹이들보다 잘 놀고, 잘 뛰고, “잘 먹는” 야옹이였거든.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크집사’님의 영상을 보면서, 저렇게 작은 야옹이도 유전병이 있어도 힘을 내고, 세상에 지지 않고 사는데, 사람인 ‘나‘라고 못할까!!!라는 생각에 더 이를 악 물고 버텼던 것 같아.
물론 집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걷는 걸 연습하고, ‘크집사’님 영상도 보면서 나는 진짜 내가 내 몸을 온전히 컨트롤하는데 온 힘을 다 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때 왜 문득 ‘그’가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어.
일찍 결혼해서 외국에 살고 있는 내 가장 친한 친구이자 대학 동기인 B와 통화를 하다가 우리는 옛날이야기에 푹 빠졌었는데, 너무 희한하게도 머릿속에 ‘그’가 뿅 하고 생각이 난 거야
정말 갑자기 말야. 신기해서 통화 중이었던 B에게도 말을 했지.
‘혹시 우리 학교 다닐 때 ’ 오제이‘ 선배 기억나?’라고.
그녀는 ‘응 기억나지! 근데 너 그 선배랑 친했어?’라고 물어서 나는 좀 당황스러웠어.
나는 졸업하고도 봤었고, 학교 다닐 때도 그렇고, 따로 밖에서 과모임 할 때도 보고 해서, 친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B도 다른 동기들도 모두 ‘어.. 그 선배님이랑 너 친했었어?’라는 물음이 돌아왔거든.
그래도 너무 ‘그’가 궁금한 거야
그래서 연락 안 한 지도 좀 됐고, 사실 결혼을 했을지 안 했을지도 모르겠고, 가장 중요한 번호도 바뀌었을지 안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있는 번호를 찾아서 무작정 문자를 보냈어.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 ‘히카’ 예요. 혹시 저 기억하시나요?”
냅다 문자는 보내놓고 긴장이 되더라.
사실 무슨 관계도 아니었고 친하다고 생각한 것도 나만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고, 심지어 그동안 나는 핸드폰 번호도 3번 넘게 바뀌었고, 시간도 너무너무 오래 지났으니까, 기억을 못 하고 “누구세요?”라고 와도 상처받지 말아야지라고 마음속으로 되뇌고 있는데 “띠링” 하고 문자가 온 거야!
습습후후 심호흡을 하고 눌렀어. 하지만 내 생각과 너무 다르게 “우와 이게 누구야! 너무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라는 답에 왜인지 모르게 너무너무 반갑고 나를 기억해 주는 ‘그’가 너무 고맙더라.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요즘 근황은 어떤지 이야기를 하던 찰나, 왜인지 모르게 ‘그’에게는 내가 아팠고, 그래서 이런이런 수술을 했고 지금도 사실 아프긴 한데, 그 아픈 와중에 ‘선배’가 생각이 났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는 괜찮다고 지금은 괜찮으냐고 말해줄 것 같았거든.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는 항상 다정했고, 과모임, 소모임 그리고 술자리에서 항상 웃고 있었고, 대학 다닐 때 나는 ‘그’에게 밥도 사달라 조르고 영화도 보러 가고 당시 차가 있던 ’ 그‘에게 괜히 힘들다고 데려다 달라고 했을 때도 웃으면서 ’응! 그래!!‘라고 말해 준 스마일보이였거든.( 지금은 그게 다 어색해서 그랬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그리고 ‘그’에게 그렇게 뻔뻔(?)스럽게 무엇을 요구했던 후배는 나밖에 없었다 라는건 너무 나중에 알아버렸지 뭐야 )
그래서 나는 지금의 상태 그리고 내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꺼냈어.
‘그’는 내 수술소식에 정말로 깜짝 놀란 것 같았어. 연락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찾아가도 되냐고 예전에 살던 집 위치와 지금의 집 위치가 같은지 물었고, 나는 이사(?) 와서 집이 좀 멀어졌다 이야기했지. 하지만 그는
“응, 어딘데? 주소 찍어줘 괜찮아! 그래도 한국이잖아!”라는 대답을 해주어서 역시 이 스마일보이는 바뀌지 않았네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와 너무 다르잖아. 그래서 혹시라도 놀랄 ‘그’를 위해 주소를 주면서 한 가지 당부를 했어.
대학시절과 지금의 내가 너무 달라도 나를 보고 놀라지 말아 달라고 했어.
물론 살도 많이 쪘기도 했고...(나름 대학시절 나는 꽤나 말랐었고, 심지어 과 내 치어리더였거든..)
그 후에 고민이 되었던 건, 수술한 머리를 보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였어.
수술자국은 꽤나 크고,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릴 만큼 티가 나는 부분이기도 하고, 머리를 박박 밀어놨으니 수술 자국이 더 잘 보이는 건 일도 아니었거든.
결국 ‘그’를 만나는 당일 나는 결국 가발을 쓰고 그를 만났어. 아무래도 그렇게 충격을 주고 싶지도 않았고, 혹시나 더 어색해질 것 같았거든.
조금은 어색했었던 공기가 흘러가고 염려와 다르게 웃으면서 잘 대화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죽다 살았는데, 살아 돌아왔다고 놀러 가고 싶네요’라는 말을 했는데, ‘너 시간 되면 같이 놀러 가자! 아닌가 너무 이른가? 아직 치료 더 해야 되는 거지?’라는 말과 함께 혹시라도 괜찮다면 꼭 말해 달라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서로의 ‘생사확인‘ 으로 마무리했어.
그리고 또 한 달쯤 지났을 때 ‘그’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어.
“우리 바다 보러 갈래?”
순간 당황은 했지만, 나는 어느샌가 ‘바다’라는 단어에 매료돼서 “네!!!!!! 무조건 갈래요!!!!!”라고 외쳐버렸어.
“바다”라니!!!!
나는 물을 진짜 좋아하거든.
수영도 좋아하고 물 위에 떠있는 것도 좋아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바다’를 보는 건 정말 내 가장 큰 행복이야.
그래서 ‘제주’에서 일을 했을 정도니까 말이야.
그렇게 ‘그’는 완벽히도 온전치 않은 ‘환자’의 보호자로 같이 ‘바다여행’을 데려가 주었어.
강원도로 가는 내내 내 컨디션을 체크하면서도, 요즘 사는 이야기 그리고 졸업 후 편입을 했던 에피소드까지 이야기하면서 진짜 오랜만에 마구 웃으면서 여행을 떠났어.
장거리 운전을 혼자 했으면서, 환하게 웃어주면서 본인보다 나를 먼저 신경 써주는 모습에 너무 고맙고, 뜬금없지만 이게 ‘그’가 생각난 이유였을까?라고 생각이 들 때쯤 우리는 몇 번의 여행을 같이 가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있었어.
뭔가 썸인 듯 썸이 아닌 듯 한 사이에서 나는 확신을 했던 것 같아.(우리의 썸은 그 이후에도 매일매일 연락을 했고, 여행도 3번이나 더 갔을 정도로 좀 오래됐다라고 생각했었거든)
나는 이 사람이 너무 좋다! 그리고 지금 ‘그’를 놓치면 인생에서 너무 큰 후회를 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루루’를 생각했지! 얌얌이 앞에서는 거침없이 앞으로 용맹하게 돌진하고 얌얌이를 위해서라면 한자리에서 50야옹을 하는 ‘루루’처럼 나는 직진을 해야겠다!
그래서 그냥 직진.
말 그대로 직진했어.
“오빠! 오빠랑 나랑은 무슨 사이야?” 이제 와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자신이 없었어.
정상적으로 건강한 사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내가 그 당시에 빼어나게 예쁘지도 그렇다고 외적으로 매력이 넘치는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머리도 듬성듬성 자라서 더벅머리도 안 되는 수준이었기에 ‘에라, 모르겠다’라는 마음으로 물어본 거였어.
‘그‘가 “우리가 뭐냐니 선후배지!”라고 이야기해도 ’아 그렇구나 ‘라고 생각하고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더 크게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그’는 내 말에 너무 아무렇지 않게, “어.... 우리 사귀는 사이 아니었어??”라고 말하면서 “나는 우리가 사귀는 사이인 줄 알았지, 누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하고 여행을 가고 시간을 내서 만나러 가겠어! “ 하면서 웃길래 안도의 웃음과 약간의 놀람이 같이 왔던 것 같아.
나는 ‘자 이제 우리 사귀자!’ 해야 만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는 거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고, 워낙 낯을 많이 가리는 ‘그’는 이렇게 연락을 하는 것 마저도 관심이 없으면 아예 찾아오겠다 말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해줘서 나는 그저 고맙다고 했어.
그렇게 “오제이”는 선물처럼 나에게 와서 가장 큰 힘이 되었어.
무려 대학 선후배로 알고 지낸 지 15년 만의 특별한 인연으로.
이렇게 돌아 돌아 인연이 될 수도 있구나.
그리고 ‘크집사’님의 ‘루루’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더더욱 특별한 인연이 되었지.
직진을 할 수 있는 용기도 ‘루루’가 주었으니까!
지금도 그렇지만 나와 오제이는 여전히 ‘크집사’님의 팬이자 ‘루루’의 팬이야
그리고 길고 긴 겨울을 끝내고 그 이후의 계절을 ‘오제이’와 함께 하고 있어.
이렇게 내 이야기가 끝아냐구?
아니!
이제는 ‘오제이’와의 이야기로 풀어나가 볼게!
오늘도 너무 감사해 나의 친구들 여기까지 와주어서!
응원의 댓글과 후원 항상 감사합니다.
다음 주 새로운 에피소드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by. seiren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