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내가 살던 세상으로

feat. 오제이 (혼자 아니야 둘이야)

by seiren y

어쨌든, 나는 하루하루 회복을 하면서 오제이와의 오랜만에 연애를 하고 있었지만, 다행히 오제이가 낯설고 처음 만나는 사람, 그러니까 기본정보가 하나도 없는 사람이 아니라서 ‘처음엔 뭐부터 알아가야 하지?’, ‘이 사람은 어떤 성격의 소유자야?’,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 거지?’. ‘지금 이게 맞는 걸까? 좋아할까?’ 같은 흔히 연애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서 사실 굉장히 편했어.


연애도 연애지만, 회복하는데 의외로 시간이 많이 들기도 했고, 몸이 너무 힘드니 다른 걸 생각한다라는건 사실 사치 같았거든. 일단 ‘건강회복’이 제1순위였어.


물론,


너는 내 남자친구, 나는 네 여자친구!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 땅땅땅! 은 당연히 오제이와는 처음이었지만, 우리는 같은 학교를 동시대에 다녔고, 같은 과 선, 후배 사이였고 그렇다 보니 하는 일도 거의 같고, 패턴도 비슷했으며, 관심사나 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도 너무 편하다 보니 이 사람에게 적응을 하고, 좀 더 탐구해 봐야지 라는 개념이 없었달까.


그래서 그런지 오제이는 ‘나의 가장 이상적인 연애, 그리고 내가 가장 편한 연애다’라는 느낌이었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잖아.


흔히들 똥차 가고 나면 마이바흐 온다고.


하지만, 나는 그동안 똥차가 가니까 새로운 똥차가 왔고, 그 똥차가 가고 나면 더 큰 똥차가 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


하지만,


오제이는 달랐지.


사실 내가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기억이 온전하지도 않았고, 어느 것도 쉽지 않은 상태였잖아.


그래서 ‘아, 앞으로는 연애가 문제가 아니고, 누군가를 만나기에 나는 너무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고, 오제이가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을 때도 이렇게 될 줄은 생각을 못했거든.


그런데,


어느새 이렇게 되어버렸잖아? 그래도 가장 중요한 사람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나는 엄마에게 나의 ‘NEW연애시작’ 소식을 알렸어.


하지만,


엄마는 예상과 다르게 굉장히 냉정하게 이야기를 했어.

“일단 우리 딸 너무 축하하고, 참 좋은 일이고, 그래서 빨리 회복한 건가 싶어서 엄마도 마음이 좋은데, 혹시라도 네가 가지고 있는 병이 오제이에게 부담이 되거나 그로 인해서 큰 상처가 될까 봐 걱정이 되네. 잘 이야기한 거 맞지?”

라는 말에 ‘ 아,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아니 단순하게 생각했나? 혹시라도 오제이는 지금 내 상황이 ‘완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나는 내 병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주지도 않았고, 내 앞으로의 상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지 않았으니 들으면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야지라고 생각을 굳히고 바로 오제이에게 전화를 걸었어.


“여부세여?” 하는 너무나도 밝은 오제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니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눈물이 날 뻔 했지만, 꾹 눌러 참고, 이야기를 시작했어.


“오제이 잘 들어! 내가 생각을 해보니까 이야기를 하지 않은게 있어서 말해주려고. 있잖아 내가 사실 조금이 아니라 조금 많이 심각하게 아팠어. 나는 ‘완치’가 아니라 이제야 조금 좋아 진상태고, 앞으로 평생 이 좋아짐을 유지하기 위해서 꾸준히 병원도 가야 하고, 검사도 받아야 하고, 약도 매일매일 먹어야 할 거야. 혹시라도 내가 가진 ‘병’ 때문에 오빠가 힘들 수도 있잖아. 그래서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내 생각만 하고 오빠를 만나기로 결정..”


까지 이야기했을 때 오제이는,


“잠깐만 잠깐만! 그럼 같이 병원도 가고 같이 검사도 받으러 가고 하면 되잖아! 하나보다는 둘이 나으니까 병원은 무서워! 사람이 아플 수 있지. 그게 근데 왜 이기적인 거야? 나는 그래도 ‘히카’가 좋은데! 난 괜찮아!”라고 말해줘서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고마움이 너무 커서 진짜 눈물이 나고 말았어.


근데,

오제이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어.


“왜? 다시 생각해 보니까 내가 마음에 안 들어? 나 별로야? 안되는데... 큰일 났네 이거...”

라는 말에 정말 확 웃음이 나버렸어.


“오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

라고 답하니 오제이는

“그게 제일 중요한데!!!!”

라고 외쳐서 나는 오제이를 토닥토닥하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며 전화를 마무리했어.


정말 커다란 레트리버구나라고 생각한 순간이었어.


뭔가,

엄청난 고난과 역경을 겪었으니 조금의 행복을 너에게 선사하겠다!! 와 같은 서사라 생각하면서, ‘이거 완전 옛날 옛적 구전동화 같은 인생이잖아’라는 생각을 하면서 웃음이 나오더라.


그리고


우리는 같은 촬영을 맡아서 촬영을 하다가 (우리는 상업사진작가, 상업영상감독 커플이거든) 오제이가 문득 물었어.


“있잖아, 나 궁금한 거 있는데 지금은 이기적이라는 생각 안 들어? 저번에 아픈 거 때문에 자꾸 마음에 걸린다구 했잖아“


그래서 난 빙그레 웃으며 당당하게 이야기했지.


“내가 생각해 보니까, ‘신’ 도 나를 만들 때 이기적이게 이런 병을 나한테 줬잖아! 그러니까 나도 완전 이기적으로 오제이랑 연애할 거야!! 그러니까 다음에는 우리 일 말고 여행으로 이렇게 좋은데 가자!! “


하며, 힘차게 오제이의 손을 잡았어!

오제이는 방긋 웃으면서 “응!”이라고 대답을 해줬고, 나는 오제이에게 폭탄선언을 했어.


“나 이제 오빠 앞에서 가발 안 쓸 거야!”

조금 놀란 표정의 오제이는 이제야 나를 믿는구먼이라는 표정으로,

“좋아!!!!!”라고 대답해 주었고, 나는 다시 한번 물었지.


“머리에 수술자국 있는 여자 만나 본 적 있어? 나 리미티드에디션이야. 난 있거든!”

하며 웃으니까 오제이도 함께 말해주었어.

“나 리미티드에디션 좋아!”


이렇게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 나의 친구들!







*항상 읽어주시고, 라이킷, 후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로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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