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이해기/김만희
스타벅스가 들어오면 건물의 가치가 달라진다.
몇 년 전 친구가 부산에 오피스텔을 투자했다고 했다. 부산에 연고도 없는 친구가 갑자기 오피스텔에 투자를? 의아했던 나는 이유를 물었고, 지인의 대답은 뜻밖에 단순했다. “건물 1층에 스벅(스타벅스)이 들어온대. 공실은 안 날 것 같아서.”
흔히 스타벅스가 들어오면 그 건물의 가치는 상승한다고 한다.
예전의 부동산 불패 공식이었던 1층 은행(장기 계약,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 트래픽 등)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대세로 인해 없어지면서 이제 트래픽이 몰리는 스타벅스로 바뀌었다. 1999년 이대 앞 1호점을 시작으로 22년간 대한민국 커피 산업을 송두리째 바꾸고, 현재도 굳건히 지키는 스타벅스의 힘을 들여다본다.
밥보다 비싼 커피…소확행의 시작, 5천원으로 나를 드러낸다
초창기 스타벅스는 커피가 밥보다 비싸다며 기성세대들이 혀를 내둘렀던 브랜드였다. 해석하자면 겉멋 든 젊은 친구들이 가서 사치하는 브랜드? 하지만 요즘 스타벅스에 가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대가 향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커피가 문화가 된 까닭이다. 어떻게 스타벅스는 문화가 됐을까?
스타벅스와 타 커피 브랜드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을까? 자료를 찾아보았다. 스타벅스의 성공을 분석한 자료는 책도 있고 관련 자료도 많이 나와 있다. 커피의 품질을 높이고, 감성마케팅을 잘한다고 평가받는다.
근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의 사례로 주로 언급되기도 한다.하지만 스타벅스보다 질 좋은 커피를 만드는 커피숍도 요즘 많이 생겨나고 있고, 타 음료 브랜드들도 매장 인테리어 및 음악 등에 많이 투자하고 있으며, 요즘 SNS를 비롯한 디지털 마케팅은 필수가 됐다.
그러나 2019년 기준 매출이 1조 8,695억 원이라는 스타벅스 코리아의 눈부신 실적은 단순한 품질과 마케팅의 문제가 아닌 전략에 있을 것으로 판단, 전자 공시시스템에 있는 그들의 2019년 감사보고서에 있는 재무제표를 마케터 입장에서 째려보기로 했다. 단, 본 감사 보고서는 재무제표만 나와 있고 항목별로는 사업기밀 사항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들어가 있지 않다.
따라서 해석상에 다소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추론 정도로 그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째려보기 #1 스타벅스는 커피 브랜드인가? 굿즈 브랜드인가?
감사보고서를 보면 스타벅스 약 1조 8,700억 원의 연간 매출은 크게 제품 매출액(76%)과 상품 매출액(24%)으로 구분돼있다.
흔히 제품과 상품을 혼동해서 쓰곤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제품은 스스로 제조하는 물품이고, 상품은 외부에서 구매해 자사가 판매하는 물품이다. 커피 브랜드답게 커피와 제조 음료는 1조 4천억 원 이상을 판매했고, 이는 스타벅스의 제품은 당연히 커피와 제조 음료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24%의 매출을 차지하는 ‘상품’은 무엇일까? 연말마다 10개 이상의 도장을 찍어야 받을 수 있는 다이어리, 작년 여름에 우리가 줄 서서 샀던 서머 백(Summer Bag), 이번 겨울을 뜨겁게 달구었던 플레이 모빌, 그 외에도 생일 때마다 한 개씩은 받는 텀블러, 시즌마다 예쁘게 나오는 굿즈들이 그 상품의 주인공들 아닐까?
무려 4,531억 원의 상품 매출액, 웬만한 패션 회사의 매출 이상으로 보여주는 그들의 굿즈 저력이 놀랍다(빵 및 샌드위치, 케이크 종류는 아웃소싱 물품으로 상품으로 구분될 것으로 예상되나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논외로 했다). 그렇다면 나올 때마다 이슈가 되는 스타벅스 굿즈 저력은 무엇일까?
[좋은 품질 + 멋진 이미지] X 희소가치 = 인정 욕구 충족
[Good Quality + Cool Image] X Rare Items = Respect of others
‘퀄리티+이미지’로 브랜드의 기본 가치를 만들고, 지금이 아니면 살 수 없도록 제품 물량을 조절을 통한 희소성을 부여하는 것. 어디서 많이 본 공식 아닌가? 슈프림이나 나이키 등의 협업 제품이 출시되는 바로 그 드롭 시스템이다. MZ세대들에게 이제 필수가 된 드롭(Drop)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면, 스타벅스를 반드시 연구해야 할 것이다.
째려보기 #2 스타벅스 코리아 마케팅 예산은 연간 2,500만 원?
스타벅스 코리아는 한해 마케팅 예산을 얼마나 쓰고 있을까? 보통 마케팅 예산이라 하면 매출액 기준 적게는 1%에서 많게는 3% 정도 책정해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2019년 스타벅스코리아 판매 관리비를 째려보았다. 글로벌 커피 브랜드 넘버원(number one)답게 3% 정도(약 560억 원)는 쓸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산이었다. 놀랍게도 한해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뜻하는 ‘광고 선전비’는 약 2,564만 원이었다.
한 달에 약 200만 원가량 쓴다는 이야기이다. 입점하면 건물의 가치가 올라가는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데 한 달에 200만 원밖에 안 쓴다니…. 참고로 총 8,600억 원의 판매관리비(매출액의 46% 지출)에서 인건비로 약 16%, 점포 운영 수수료로 17% 정도를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 판촉비로 약 482억 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럼 우리가 알고 있는 브랜드 파워는 어떻게 생긴 걸까? 매장에 올인함으로써 생겨난 결과다.
스타벅스를 분석한 자료들을 보면, 스타벅스는 문화를 만들고자 매장에 많은 투자를 한다. 편안한 매장을 구현하기 위해 원목 가구와 고급 소파 등으로 안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판촉비의 항목을 상세하게 공개하지 않아 그 지출 명세는 알 수 없지만, 광고비는 극도로 절제하고 대신 매장에 투자하는 전략은 왠지 글로벌 SPA 넘버원 ‘자라(ZARA)’와 메가 스토어 운영전략의 ‘나이키(NIKE)’와 닮은 것 같다.
째려보기 #3 핀테크 대표주자, 스타벅스의 선수금(부채) 1,291억 원의 비밀
혹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선두주자로 스타벅스를 꼽는 비밀을 알고 있는가? 2018년 핀테크(금융+기술) 혁명이라는 주제로 열린 금융감독원 창립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구글, 삼성전자, MS(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스타벅스의 관계자가 연사로 초대됐다.
스타벅스 측 연사였던 미셸웨이츠 부사장(아시아태평양 지역 마케팅 총괄)은 “커피 마케터가 왜 금융 콘퍼런스에 왔을까요?”라며 첫인사를 건넸다.
미국 디지털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 발표에 따르면 2018년 5월 기준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모바일 결제 앱은 스타벅스 앱이며, 약 2,340만 명이 스타벅스 앱에 내장된 선불카드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은 커피를 구매한다고 한다(이는 미국 내 애플페이 이용자 2,200만 명, 구글페이 1,100만 명을 넘는 수치다).
스타벅스 내 전체 결제의 40%는 스타벅스 앱을 통해 이뤄지며, 이는 소비자를 앱의 보상(리워드) 프로그램과 엮는 능력 덕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연말에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고객들이 스타벅스 앱으로 굳이 마시지 않는 한정 음료까지 사서 적립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우리나라 사용자 수는 2018년 기준 450만 명이다).
스타벅스는 자체 앱을 통해 고객의 충성도뿐만 아니라 선불카드를 통해 현금을 획득한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선불 충전금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영업비밀로 관리되고 있는, 본 내용을 감사보고서를 통해 유추해 보았다. 보통 백화점의 상품권과 선불카드는 개념상 회계 장부에서 선수금 성격의 부채로 잡힌다.
2018년 940억 원 규모였던 선수금은 2019년 현재 1,291억 원으로 1년 만에 137% 성장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를 통한 이자수익은 약 21억 원으로 선수금 1,290억 원의 1.7%를 이자수익으로 금융이익을 거두고 있다(기타 현금의 보유량도 있겠지만).
정리하면 한국 내 스타벅스 고객이 먼저 본인의 현금 1,290억 원을 스타벅스 앱에 넣어두고, 스타벅스는 그만큼의 매출을 기대하는 것은 물론 매년 20억 원 이상의 이자수익까지 거두고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감사보고서를 보면서 글로벌 리딩 브랜드의 비즈니스 운영 방식을 살펴보았다. 필자가 생각하는 스타벅스의 성공적인 마케팅 비결은 철저한 제품 퀄리티, 고급스러운 매장, 그리고 인증하고자 하는 굿즈와 소소한 리워즈이다.
사실 누구나 말하기 쉬운 방식이지만, 실제로 숫자로 보니 새삼 새롭게 느껴졌다.
회계 전문가가 아닌, 마케터 입장에서 본 관점이고,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서 다소 오류도 있을 테지만, 글로벌 리딩 브랜드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