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눈

by 서린

다크 초콜릿. 별. 이 둘은 공통점이 없다.


테마는 '만족감'이었다. 수업을 시작한 직후에 만족감이라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어려운 단어는 아니었다. 하지만 뜻을 풀어서 설명하려면 고민을 좀 해야 했다. 채워진 상태, 이루어낸 상황 등과 같은 답변들이 나왔다. 그다음으로 '만족감'을 무언가에 비유해 보라고 했다. 여기서부터 학생들이 어려워하기 시작했다.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니 약간 조바심과 불안함이 생겼다.


내가 (나이에 비해) 너무 어려운 질문을 했나?

이렇게 진행을 계속해도 괜찮을까?


수업을 진행하다가 보면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때는 질문의 수준을 낮추거나 다른 질문으로 돌리는 기도 한다. 이번에는 그대로 밀었다. 다른 눈을 가져 보기 위해서 묻는 것이라 했다. 그렇게 한 5분 정도 흘렀을까.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한 명이 시작하면 그다음은 쉽다. 맨 처음 시작한 사람이 예시가 되니까.)


"다크 초콜릿이요."

"이유는?"

"다크 초콜릿은 달콤함과 씁쓸함이 같이 있잖아요. 뭔가 이루어내기 위한 노력은 쓰지만 이룬 후의 맛은 달콤하니까요."

"그러니까 만족감은 다크 초콜릿 같은 것이다?"

"네."


내 의도와 맞는 적절한 답이었다. 그 교실에 있는 누구도 만족감과 다크 초콜릿을 연결해 본 적은 없었으니까. 그 뒤로도 몇 가지가 더 나왔는데 특히 기억에 남아 있는 답이 하나 더 있었다.


"별이요."

"이유는?"

"시골에 가서 밤하늘을 계속 보면 별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만족감이 그런 것 같아요. 하나가 보이면 그 옆의 별들도 보이기 시작하고. 계속 늘어나잖아요. 만족감이라는 건 끝이 없으니까."

"경험을 직접 해 봤구나?"

"네."


자신의 경험과 연결한 답변이었다. 다른 눈이었다. 학생들이 다른 눈을 뜨기 시작했다.


<글쓰기의 전략>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때 내가 깊이 받아들인 것 중 하나가 사물이나 현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 어쩌면 내 글쓰기 수업의 본질은 '학생들이 다른 눈을 뜰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그동안 너무 글쓰기의 기술이나 기능에 매달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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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이전 12화9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