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관 봉착

by 서린

중학교 1학년 글쓰기 수업. 고민 중이다. 약간은 깊은 고민. 사실 1학년이라서가 아니다. 어느 학년이든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니까.


지지난 수업이었나. '가족'을 테마(소재)로 해서 말하기부터 시작했다. 가족을 소개하는 쪽으로 제시를 했는데... 나는 그날 학생들 가족의 신상에 대해 파악하게 되고 말았다. 버릇이나 습관, 자신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었는지(불만 있는 쪽으로)... 장난기도 약간 있었지만 해맑게 재잘재잘 가족사(?)를 털어놓는 바람에 난감해졌다. 이게 아니었는데. 이러다가 글이 엉망이 되겠는데.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로 생각한 건데. 작년에는 안 이랬는데.


지난 수업. 안 되겠다 싶어서 뒤에 있는 소재를 앞으로 끌어왔다. 나의 소소한 꿈. 나의 꿈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생각하기에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서 '소소한'이라는 표현을 넣었다. 그리고 예시로 (지금 생각해 보니 위험한 예시였다) 어떤 브랜드의 햄버거를 종류별로 다 먹어보는 것처럼 '소소한 꿈'이어도 좋다고 했다. 물론 그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후로 한 학생들의 얘기는 지금 떠오르지가 않는다. 학생들은 해맑은 표정으로 입을 열고 자신들의 '소소한 꿈'을 쏴 댔고 나는 그걸 방어하느라 진땀을 빼느라 집중도가 확 떨어졌다. (살짝 기억나는 게... 이를 테면... 정확한지는 떠오르지 않으나... 대략 이런 것... 치킨 열 마리 혼자 먹기 등...)


두 번을 이렇게 하고 나니 안 되겠다 싶었다. 이건 소재의 문제가 아니구나. 그렇다고 혼낸다고 해결될 것도 아니고. 1학년 수업은 울타리를 더 좁게 치고 약간은 미로처럼 만들어야겠다 싶었다. 정해진 경로를 따라서 가게끔. 더 촘촘하게 그물을 엮어야겠다 싶었다.


(나는 오히려 고맙다. 너희는 내게 고민할 기회를 던져줬어.)


내가 내밀 다음 카드는 이렇다.


1.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족의 의미를 무엇에 비유할 수 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 일부러 자신에게 있어서 가족의 의미가 아니라 '사람들'이라고 썼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면 지난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

- 의미를 설명하라고 하는 건 14살 학생들에게는 약간 가혹(?)하다. 그래서 무언가에 비유하도록 해봤다.


2. (일반적인) 가족과 해바라기(혹은 꽃이나 나무)와의 공통점 세 가지를 생각해 보기.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 생각이 다른 곳으로 튈(!) 여지를 최대한 줄였다.


3. 자신의 가족을 어떤 식물에 비유할 수 있을지?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 혹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식물(과일도 가능)을 먼저 이야기하게 한 다음 그것과 공통점을 생각해 보라고 할 수도 있다.

- 이 경우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모두 듣고 두 번째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허를 찌를 수도 있다.



이제 내가 반격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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