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만 접하던 확진자가 주위에 발생을 했다. 전 직원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금요일 저녁 독서 모임 후에 집으로 가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아니, 내 주위에 코로나 확진자가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코로나 검사를 받기 전인 금요일 저녁부터 머리는 아파지는 듯하고 없던 가래도 생기는 느낌이다. 가끔 기침도 한다. 마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양성(Positive)이 나오면 어떡하지? 교회는 어떻게 하고 아들도 같이 접촉은 했는데 괜찮을지 정말로 무거운 마음으로 밤새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토요일 아침에 밥을 든든히 먹고 춘천 보건소로 향했다. 마음이 무겁고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나란 사람은 참 의지가 약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코로나 검사 하나에 멘틀이 흔들리다니 의지가 약한 사람이다. 토요일 오전이라 차가 밀리지 않아 보건소에 바로 도착했다. 도착해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많다. 50여 명의 회사 직원들이 검사를 받고자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들 어두운 표정이고 검은색 체육복들을 입어서인지 더 우울해 보였다. 화장도 하지 않고 머리를 감지 않고 모자를 쓰고 자다가 그대로 온 모습들을 보니 왠지 보건소 앞마당이 더 우중충하다. 회사에서 본모습과는 전혀 다른 여성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리고 보건소는 최신 건물이 아니라 가건물 같아서 더욱 가라앉은 분위기다.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모두들 말이 없다. 왜 갑자기 가래는 이렇게 나오는지 참 이러다가 양성이 나오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된다
입과 코를 스왑 면봉으로 검체를 채취했다. 간호사 얼마나 깊이 넣었는지 따끔하고 눈물이 주체 없이 흘렀다. 이별을 한 것도 아닌데 눈물은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검사를 마치고 난 후 그 시간부터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결과를 받을 때까지 꼬박 하루 동안 자가 격리를 해야 했다. 코로나라는 질병이 감염이 된 것도 힘들지만 격리되어 독방에 살아야 한다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동일한 공간인데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조건이 되니 바로 감옥이 되어 버렸다. 자가 격리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들은 이해를 할 것이다.
하루 동안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격리된 시간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머리는 띵하니 아팠고 가래는 있는 듯하고 마음은 무겁다. 집에서 쉬어도 쉬는 것이 아니었다. 밖에서 운동을 하거나 바람을 쐬면 정신이 맑아질 텐데 감옥에 갇혀 있으니 정신이 이상해지는 듯했다.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니 폐쇄 공포증에 걸린 듯 답답했다. 토요일 저녁에도 밤새 뒤척이다가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아무리 기세 등등하고 교만한 사람이라도 코로나에 감염이 되거나 접촉이 되면 격리가 되어야 한다. 바이러스로 인해 평등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드디어 일요일 아침을 맞이했다. 결과가 음성이냐 양성이냐의 결과에 따른 시나리오를 노트에 적어 보았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내기 위해 무인도 놀이를 하는 심정이었다. '만약에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은 느낌이다. 그래도 맨 먼저 성경을 챙겼다. 고립되면 성경이 유일한 희망이 될 것 같았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인데 성경만 있으면 고립되어도 마음을 제대로 챙기며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성경은 암흑 속에서 조그마한 구멍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빛과 같은 존재와 같다. 그래도 성경 하나만 챙겨가도 고립된 생활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글쓰기도 해볼 생각이어서 링노트를 챙겼다.
오전 9시경에 춘천 보건소로부터 귀하는 음성(Negative)입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한순간에 머리가 아프고 기침하던 것들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졌다. 신기했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침을 먹고 나서 자전거를 타고 바로 앞 국사봉까지 올라갔다. 산의 공기를 폐 깊숙한 곳까지 마시니 살 것 같았다. 소나무 향기가 이렇게 좋았구나 자연의 신비에 감사함을 느낀다. 정상에 올라가서 햇빛을 받으며 앉아서 한없이 자유를 느꼈다. 너무 행복했다. 밖에서 이렇게 햇빛을 얼굴에 맞고 바람을 맞는다는 것이 큰 행복임을 느꼈다. 당연한 것처럼 느끼던 것들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생각나는 하루였다. 당연한 것에 감사를 하고 살아야 함을 알게 되었다. 공기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곁에 있는 가족들의 소중함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집 밖의 공기를 마시는 지금이 행복하다. 지금의 축복을 만끽하자.
지금의 너, 그리고 네가 받은 모든 것들에 고마워해라.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으로 번민하지 말고 갖고 있는 것에 마음껏 감탄하고 이 축복을 만끽하라. 이 세상은 성취가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감탄이 모자라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구본형 저)
국사봉 정상에 꽃들은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는 것에 행복을 느꼈다. 나는 세상을 다시 태어나서 사는 느낌이다. 코로나가 주는 고통은 질병의 고통에다가 고립의 고통을 주어 고통이 더 크다. 격리된 분들에게 잘 이겨내길 응원하고 체력을 잘 보충하여 꼭 고립의 고통을 이겨내길 간절히 소망한다. 코로나로 인해 자연이 주는 공기, 햇빛, 소나무 향기, 꽃망울에 대해 다시 한번 감동을 하게 되었다. 확진된 그 지인의 빠른 쾌유를 빈다. 자전거를 타고 공지천까지 달렸다. 자유함을 느끼며 강바람을 맞으니 행복하다. 이제 자유이니 힘껏 날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