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노마드

by 박동기

시니어 노마드는 그리움의 실현이다. 자기 안의 그리움을 시니어가 되어서 실현하는 것이라고 하고 싶다. 도화지에 그리면 그림이 되고 마음에 그리면 그리움이 된다. 누군가를 항상 그리워한다. 마음속에는 항상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이 있다. 그리워할 뿐이지 현실에서는 만나지는 못한다. 주중에 일을 마치고 지방 소도시의 숙소에 오면 사람의 빈자리는 어둠이 채워간다. 나 이외의 공간이 어둠으로 채워진다. 사람의 따스함이 그립고 사람과의 만남이 그립다. 오래전에 짝사랑했던 사람을 그리워도 해본다. 그 사람의 흔적을 더듬어서 기억도 해본다.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항상 그리움이 있다. 그리움의 샘물에서 항상 그리움의 샘물이 쏟아져 나온다. 유행가 가사의 그리움에 사무친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는 더욱 그리움이 짙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인간의 그리움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주위에 사람이 있다 할지라도 그리움의 샘물에는 그리움이 항상 솟아난다.


중학교 시절에 남산 도서관에 공부를 하러 간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개발이 덜 되어 녹음이 많고 숲이 많았다. 운치가 있었다. 단풍이 예쁘게 든 가을바람이 약하게 부는 날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때 혼자 도서관을 갔는지 모르겠다. 친구하고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같이 갈 친구가 마땅치 않았던 것 같다. 남산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계단이 있다. 도서관을 가고 있는데 어느 젊은 대학생 연인을 보았다. 남자는 위의 계단에 앉아 있었고 정말 예쁜 여자는 아래에서 계단 위를 올라오고 있었다. 보통 연인이면 서로 다가가 반갑게 마주할 텐데 남자는 가만히 있고 코트를 입은 여자도 천천히 남자 곁으로 온다. 정말 그 모습이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아서 멋있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것을 보면 정말 멋있는 장면이다. 두 연인 사이에는 가을바람이 불어 낙엽이 뒹굴고 있었다. 남자는 계속 자리에 앉아 있고 여자는 천천히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아름다운 연인의 모습을 보았다.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좀 운치 있는 사랑을 해봐야지 꿈을 가지게 되었다. 정말로 천사 같은 여자를 만나 영화 같은 사랑을 해보는 것을 꿈꿔왔다. 그런데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그런 모습의 연출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직장 생활에 적응하느라 그런 사치를 누릴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꿈꾸는 상대가 누구인지는 굳이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 멋진 연인이 만나는 장면은 내 기억의 시간에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그것이 내가 직접 경험한 사랑이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추억은 만들지 못했다.


우리는 곁에 누군가 있어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다른 그리움을 마음에 가둬둔 채 살아간다. 그리움에서 완벽하게 해방을 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리움에 대해 꼭 대화를 해보고 싶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완벽해서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있다면 그 사람이 무지 부럽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마음을 졸이며 살아온 날들이 아닌가 싶다. 손에 굳은살이 박이는 것처럼 그리움의 굳은살이 마음에 박이면 그리움도 무뎌지지 않을까 싶다. 이맘때 아버지와 버스에 내려서 어느 시골길을 걸었다. 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어디를 가시든지 나를 항상 데리고 다니셨다. 그 시골길도 나에게는 진한 그리움이다. 포플러 나무가 파랗게 춤을 추는 그 신작로는 어릴 적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해서 지금은 찾으려 해도 없다. 그 먼지 날리는 신작로도 나에게는 그리움이다. 아버지와 손잡고 걷던 그 시골길의 그 사진 한 장도 내게 진한 그리움이다. 생각이 그리움을 자꾸 긁으면 굳은살이 박이게 되어 그리움을 잊고 산다. 마음속에는 그리움의 나이테가 하나씩 늘어난다. 어느 장소를 새로 만나면 그리움이 되고, 어느 사람을 만나면 그리움이 된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통해서 사람과의 만남이 적다 보니 그리움이 배가 되는 것 같다. 전 국민이 집에 고립되어 독거노인, 고립 부부, 고립 가족의 체험을 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이 생활에 익숙해져서 만남이 없는 홀로 노는 문화에 익숙해질지도 모르겠다.


만남이 줄어들다 보니 만남이 소중하고, 사람이 사람을 만나 정을 느끼고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는 시기이다. 사람이 사람을 떠나서는 살 수가 없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따스한 사람들을 꿈꾸게 된다. 몇 개월 전만 해도 북촌에서 독서 모임을 하고 난 후에 차를 마시고 가볍게 막걸리를 마셨다.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때만큼은 대학생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지금은 그것조차 그리움의 대상이다.


어떤 사람은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소금을 뿌리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따스한 사람들이다. 가능하면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만 만나고 싶다. 사람과의 만남에는 극도로 이기적이고 싶다. 힘든 사람을 만나서 마음고생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남산 도서관의 그 연인을 생각한다. 이 나이에도 꼭 해보고 싶다는 꿈을 꿔본다. 현실은 그러지 못해서 그저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러다가 그리움의 굳은살이 박이고 다시 그리워하고 그러면서 산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는 더욱 그리움에 대한 굳은살이 박이고 있다.


그리움의 대상은 사람뿐만 아니라 어릴 적 꿈꾸던 것에 대한 그리움도 있다.


유년시절에 자기들이 하고 싶고 꿈을 꾸어왔던 것들이 있다. 사회에 나와서는 사회에 요구하는 사람으로 맞춰 살아야 하니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의 꿈보다는 사회 맞춤형 사람으로 변화가 되어 산다. 생계를 위해서 경제 활동을 하고 꿈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사치이다. 그러다가 시니어가 되어 안정을 찾게 되면 자기의 꿈을 생각하게 된다. 자기가 진짜 원하는 삶을 추구하게 된다. 유년 시절에 꿈꿔왔던 것들은 다시 찾아서 실현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각난다. 내 꿈이 무엇인지를 다시 찾는 것이고 자기의 원래 모습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최고령 유투버, 시니어 사진 모델, 사진작가 등 새로운 유형의 젊은 시니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어릴 적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을 꿈꾸어 왔는지 한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


요즘에는 시니어들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스스로 시간을 디자인하고 원하는 장소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주체적인 삶을 원한다. 시니어 노마드는 어릴 적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그리움의 실현이다.


시니어 노마드란 은퇴 후 자녀 양육 책임이나 생계에서 벗어나, 기존 노인의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을 말한다. 인생 1 막은 30년 동안 공부를 하고, 인생 2 막은 30년 동안 생계를 책임지다 은퇴했다면, 인생 3 막은 30년 동안 진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그 누구보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싶은 공유의 철학을 갖고 있다. 나이가 권력이 되던 시대도 지났다. 이제 나이를 따지지 않고 나이 자체를 잊어버린 에이지리스(Ageless)가 메가트렌드이다.

(채용트렌드 2021 - 윤영돈 지음)


시니어들은 자녀들이 성장을 해서 부모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니 아름다운 엔딩을 꿈꾸는 것이다. 몸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를 찾은 시니어의 경우 자기 안에 갖고 있던 그리움을 구체적으로 표현을 하는 것이다. 셋째 누님은 어릴 적부터 옷을 좋아했고 패션에 대해 재능이 있었다. 그런데 먹고살아야 하니 자기가 꿈꾸던 것을 뒤로하고 경제생활과 자녀 양육에 전념하다가 이제 자기가 좋아하는 옷 사업을 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니 능률도 오르고 행복해한다. 자기가 디자인하는 대로 옷이 만들어지다 보니 본인도 만족하지만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의 직업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는데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빛을 발하는 것이다. 막내 누님은 글쓰기를 좋아했는데 바쁘게 살다 보니 글 쓸 시간이 없었는데 시니어가 되어서 자서전을 준비하고 있다. 나 또한 어릴적 꿈이 작가였다. 비록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지만 지금 펜을 들고 작가의 문턱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을 보면 나 또한 꿈을 이뤄가는 과정중에 있다. 가난이라는 흙들 속에 파묻힌 재능이 시니어가 되어 흙이 걷히다 보니 숨겨진 재능들이 보석처럼 빛을 발하는 것이다. 시니어들도 자기 안에 이러한 재능이 숨겨져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란다. 시니어들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후 행동으로 옮기며 행복을 찾아간다.


시니어 노마드의 5가지 특징

1) 기존 시니어의 개념에서 자유로워져라

2) 새로운 기억을 상상하라.

3) 자식들에게 의지했던 삶에서 벗어나 독립을 추구하라.

4) 일의 강도를 줄이고 유연한 일자리를 찾아라

5) 여러분야를 넘나드는 자유를 추구하라.

채용트렌드 2021 - 윤영돈 지음


시니어 노마드는 어릴 적 자기 안의 그리움을 찾아가며 행복을 찾는 시간이다. 유년시절의 순수한 동심에서 꿈꾸던 그리움을 드러내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새로운 자아를 찾아 인생 2 막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이제 나이가 먹었으니 이만하면 됐다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은퇴하는 그다음 날이 자기가 꿈꾸는 일로 출근하는 날이다. 유년 시절의 갈급하게 꿈꾸던 그리움을 찾아 자유를 추구하다 보니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시니어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누구에게나 꿈은 있다. 어릴 적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를 펼쳐 꺼내서 생각해보고 실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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