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차에 관심이 많다. 임계점이 어디인지 모르게 계속 눈이 높아져만 간다.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 모르겠다. 이러다 집 팔아 차 사겠다. 지난 주부터 계속 시승을 하고 있다. 삼성역 부터 학여울역 까지는 다양한 자동차회사의 전시장 및 시승센터가 있다.
처음에는 국내 브랜드를 시승하다가 우연히 렉서스 매장을 갔다. 시승해보니 품격이 다르다. 차에 미치니 가격 부담이 되지 않는다. 차를 통해 내가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아닌데 차가 만족스러워야지 하는 것으로 스스로 세뇌한다.
차는 승차감도 중요하지만 하차감도 중요하다. 차가 나의 정체성이다. 자동차가 단순히 이동 수단을 넘어 개인의 취향, 가치관, 심지어는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차들과 변별력이 있어야 한다. 너무 많이 도로에 깔리면 그 차는 주목을 받지 못한다. 외모, 키, 학벌 등이 안되니 자꾸 좋은 차로 눈이 높아져만 간다. 외모가 좋은 사람은 굳이 좋은 차가 아니어도 질릴정도로 관심을 받는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관심을 받으려면 옷, 혹은 차 밖에 없다. 그래서 차를 사려는 것은 아닐까? 관심 받기 위해서.
10년 이상 탈 것인데 만족스럽지 못한 차를 타면 후회할 것이라고 세뇌한다. 경제적 부담은 자꾸 미룬다. 비싸더라도 마음에 드는 차를 사야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는 주변의 소리만 명징하게 들려온다. 다른 소리는 안들린다. 국내차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외제차타면 속물인 줄 알았는데 그들의 세계를 조금은 이해했다. 정말 차에 욕심이 1도 없던 나였다. 실물을 영접하니 눈이 돌아가 버렸다.
영업 사원은 달디 단 사탕들을 계속 던진다. 대리점에서 아주 깔끔하고 예쁜 여직원이 가져다주는 커피를 마시면 한층 더 전시된 차가 따뜻해진다. 마치 좋은 차가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고, 삶의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마치 이 정도 차를 사야만 내가 잘 살고 있다고 증명하는 것 같다. 나도 그냥 생계형, 이동 수단으로만 차를 생각했다. 외국차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외국차를 타보니 눈이 돌아갔다. 가격도 아주 비싸지도 않았다.
이러면 안되는데 차가 시덥지 않으면 사람도 주목을 하지 않게 된다. 속물이 되어 가고 있다. 차가 사람을 미치게 한다. 차와 사랑에 빠져버린 것 같다. 고철에 불과한 차와 이렇게 깊은 사랑에 빠져보기는 처음이다.
오늘도 퇴근 후 외국차 시승하러 간다. 이 기나긴 설레임이 끝나 좋은 차가 품에 안기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오늘 개발은 빨리 처리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