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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해치 Sep 12. 2018

효율성의 가치

 

 며칠 전, 예전 직장 동료가 '고민이 있으니 만나자'라고 해서 아끼는 녹색 셔츠를 입고 오랜만에 강남역으로 나갔습니다. 제 옷장 속 에선 가장 힙Hip하고 핫Hot한 녹색 셔츠도 그곳에선 겸손해지는 기분이더군요. 어쨋든과감한 패션들을 접할 수 있었던 강남이었습니다. 


저희는 강남역 근처의 한 중국 요릿집에서 만났습니다. 메신저 서비스 회사에 다니는 수염 난 후배도 같이요. 


네 방법은 효율적이지 않다.

맥주를 두어 잔 마신 뒤부터 친구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요점은 '매니저는 효율을 위해 이렇게 하라는데, 업무 효율을 해치는 일이다. 그렇게 하면 실제적인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듣다  '효율'이란 단어가 문득 생경하게 다가왔습니다. 매니저가 지시한 것도 '효율'을 위한 것이었고, 친구가 답답해하는 부분도 '그렇게 하면 효율이 더 떨어진다.'는 것이었거든요.

대체 효율성 Efficiency은 무엇일까요.


효율성이란 개념의 시작 

노동의 형태를 지식노동(주로 앉아서 서비스와 같은 무형의 제품을 생산하는)과 육체노동(주로 몸을 움직여 공산품을 생산하는)으로 단적으로 이분화했을 때, 인류 역사는 농업 혁명과 산업 혁명을 거치며 주로 육체노동의 생산성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지식 혁명이라 불리는 현재에도 동일한 척도를 적용하면서... 시그마 식스(Sigma Six 또는 Six Sigma, 6G라고도 함) 같은 희한한 업무 능력 향상 기법을 적용하였습니다. 

제 기억으론 2010년 경 많은 직장인들이 저것 때문에 고통받았죠. 교육 시험 교육 시험 교육 시...


공산품 생산에서의 핵심은 딜레이 타임 Delay time을 줄이는 것입니다.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고, 탁 탁 탁 탁 만들어 내는 거죠. 지식 노동의 경우 '만들어 내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여기서 효율성에 대한 큰 개념의 이격이 발생합니다. 


미술은 당연히 비효율 적인 일입니다.

우리가 효율을 계산할 때 변수는 '시간 Time'과 '노력 Effort' 그리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생산물 Output'입니다. 이 기준으로 미술은 지독하게 비효율적인 작업입니다. 투입되는 노력과 시간을 계산해보면 할 필요가 없는 아니, 시작하면 안되는 일이에요. 


 극단적인 예로,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1882년에 착공하였으나, 100년이 넘은 오늘날 까지도 건설 중입니다. 어릴 때 석재 골조를 보며 '저 앞에서 프러포즈하겠어.'라고 생각한 초등학생은 완공을 보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어요. 모듈 방식의 건축 공법으로 아파트도 3개월 만에 완공하는 시대에 실로 어마 어마한 일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완공 상상도: 아직 저만큼 더 지어야 합니다.



우리가 '효율성'의 잣대를 예술활동에 들이대지 않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효율성이란 '결과물'이 좋지 않으면 아무짝에 쓸모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예술작품은 얼마나 빨리 그리고 많이 만드는가 보다 얼마나 좋은 작품을 만드는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지식노동에서의 효율성은 예술적인 관점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가끔 효율성의 함정에 빠집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얼마나 손쉽고 빠르게 가 아니라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 내었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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