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고 따뜻하고 유쾌했던 시간들

미국 미시시피 매디슨

by 여행작가 Q

1. 또 하나의 가족처럼 느껴졌던 편안한 시간의 여행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면서 친구 사만다네 집에 다섯 번 초대받았다. 그녀의 집은 미시시피 스탁빌에서 차로 2시간 30분 정도 달리면 있는, 같은 주 매디슨이라는 도시에 있었다. 금요일에 수업 마치고 사만다가 내가 있는 기숙사로 픽업하러 오면 2박 3일 혹은 3박 4일치의 가방을 챙겨 같이 매디슨으로 떠났다. 가는 길에 꼭 한 번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채우고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슈퍼에 들러 간단한 간식을 사는 건 우리의 매디슨 여행의 작은 루틴이었다. 작은 마을도 지나지만 대부분 푸른 숲이 펼쳐졌는데, 매디슨에 도착할 때까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달리는 기분은 꽤 통쾌하고 시원했다. 신나는 음악을 크게 틀면서 자유로움을 만끽했고 틈틈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미있게 드라이브를 했다. 나와 함께 갈 때면 집에 가는 드라이브 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는다며 좋아했던 사만다와, 학교를 떠나 새로운 도시로 가는 설렘으로 가득한 내가 만나 차 안은 휘파람 소리로 가득했다.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여행이었다.


처음으로 사만다 집에 초대받았던 건 2월이었다. 그녀가 주말에 집에 갈 때마다 부모님과 고향 친구들에게 내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들이 나를 정말 보고 싶어한다고 했다. 나 역시 친구네 집에 초대받아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게 로망이어서 그녀의 초대를 아주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 사만다의 부모님 던(Don) 아저씨와 앨리슨(Allison) 아주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정말 반갑게 웃으며 두 팔로 맞아주셨다. 이미 저녁 식사 준비로 한창이었는데, 던 아저씨는 집 마당에서 스테이크를 굽고 있었고 앨리슨 아주머니는 오븐과 식탁을 왔다갔다 하며 분주하게 음식과 디저트를 만들고 계셨다. 부엌에서 다이닝룸으로 음식을 옮겨 식사가 다 준비되었을 때 그 가지런함과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앞에 깜짝 놀랐다. 다 같이 식사를 하며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식사가 다 끝나고 디저트를 먹을 때 쯤 나는 한국에서 준비해간 지도와 엽서를 선물로 드렸는데 아주 좋아하셔서 감사했다. 특히 던 아저씨는 손 깨끗이 씻고 선물을 펼쳐야 한다는 모습을 보여서 같이 빙긋이 웃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매디슨에 갈 때마다 그들과 함께 요리하는 과정과 이야기 나누는 과정을 전부 느낄 수 있어서 특별하고 좋았다. 앨리슨 아주머니가 요리를 할 때 항상 던 아저씨는 부엌에 있는 아일랜드형 식탁에 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앨리슨 아주머니의 요리는 맛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다정하고 재미있는 환경에서 요리를 하시는데 말이다. 내가 초대받았던 다섯 번동안은 나도 던 아저씨 옆에 앉아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같이 보냈던, 편하고 격의 없이 웃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참 좋았다. 그들과 함께 하는 식사는 언제나 즐거웠다. 그들과 함께 먹는 미국식 식사는 늘 두 접시씩 비워낼 정도로 맛있었다. 아마도 이야기 하면서 더욱 허기가 져서 그랬던 것 같다. 달콤한 디저트까지 먹고나서야 우리의 긴 식사가 마무리되었다. 아주 유쾌하고 편안한 멋진 분들, 사만다의 부모님이지만 나와도 아주 가까운 친구같은 사이가 되었고, 그 시간들에 아주 깊이 감사한다.


그 중 가족들 행사인 이스터(부활절)에 초대받은 하루가 기억난다. 미국에서 이스터는 크리스마스처럼 중요한 날이라고 하는데, 어릴 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듯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귀여운 행사와 사탕과 초콜릿 등이 담긴 바구니를 받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키친으로 갔더니 내 몫의 바구니와 인형 선물이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인형 발바닥에는 '2014 Happy Easter'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스터 날 점심 식사를 위해 사만다 언니 제니퍼 부부가 집을 방문했고, 제니퍼의 남편 마이크와 그들의 귀여운 두 자녀, 그리고 마이크의 부모님까지 함께 한 거대한 식사가 이어졌다. 우리나라 명절처럼 엄청난 음식들이 준비되었고 처음 보는 그들의 가족과도 편안하게 식사했다. 특히 나를 소개하는 던 아저씨의 인사에 너무 재미있었다. 제니퍼에게 너의 두 번째 여동생이라면서. 장난기 가득한 던 아저씨의 인사에 다같이 웃으며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 달걀 안에 선물을 넣고 마당 곳곳에 숨겼다. 바구니를 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는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재밌는 행사를 마치고 집에 갈 때 바리바리 먹을 걸 싸주는 엘리슨은 우리 할머니 같은 모습이었다.


소소하고 재미있는 추억을 많이 쌓아서일까,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날 헤어질 때 나도 모르게 그렇게 눈물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집을 방문하고 스탁빌로 돌아가기 전에 그들에게 준비한 편지와 선물을 주는데 그들이 슬쩍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본 순간 내 눈에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마도 쉽게 보지 못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서일까 눈물이 그렇게 흘렀다. 그 동안의 추억들, 무조건적인 사랑, 따뜻한 표현과 표정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나에게 "I'll miss you a lot when you go back to Korea"하면서 장식해둔 도자기 이스타 장식품을 두 개 선물해준 앨리슨이나, 자기의 옥탑방 작업실을 보여주거나 내게 언제나 친근하게 이야기 나누었던 다정하고 유쾌한 던.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여주었던 고마운 사람들. 매디슨으로 향하는 여행이 그렇게 기다려졌던 건 나를 따뜻하게 반겨줄 사람들이 있어서였다. 이렇게 문화를 진정으로 느끼는게 내가 바라던 여행의 본질이었다. 내게 '넌 미국에 또 하나의 가족이 있는 것'이라며 언제나 방문하라고 찡긋 윙크해줬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매디슨에서의 따뜻한 환대를 내 맘 깊숙한 곳에 담아두며 또 그들과 함께 할 키친에서의 시간을 기다린다.




2.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유쾌한 친구들과의 여행


미국친구 사만다는 K-팝 팬이었다. 뿐만 아니라 K-드라마, K-영화, K-예능도 팬이었다. 처음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만나 그녀와 친구가 되었을 때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던 건, 그녀가 엄청난 한류 팬이라는 사실도 한 몫했을 것이다. 이렇게 한국 대중문화를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니 나도 참 반갑고 신기했다. 사만다네 집에 방 벽면에 가득 한국 가수들이 브로마이드로 붙여져 있었고 온갖 앨범과 DVD를 구비해두고 있었다. 넷플릭스를 켜면 영어 자막이 깔린 한국 예능과 영화, 드라마 리스트를 볼 수 있었다. 차를 타고 갈 때면 팝송보다 더 자주 한국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녀를 통해 새롭게 알게된 한국 아이돌 가수와 한국 드라마도 있을 정도였으니, 그녀의 한류 사랑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친구는 닮는다는 말처럼, 그녀 고향에 그녀보다 더욱 한류 팬인 친구가 있었다. 매디슨에 갈 때마다 그 친구들을 만났고 같이 한국문화를 공유했다. 문화로 이토록 깊고 재미있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이후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설명해주거나, 그들이 궁금해했던 한국문화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친구들은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만큼 내게도 미국 문화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주었다. 같이 미국 영화를 보고, 미국 예능방송을 보고, 매 주 Movie Night을 만들어 디즈니 영화를 보고, 요리를 같이 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헤어지는 날 내게 미국 국가를 본 뜬 목걸이와 내 이름을 이니셜로 새긴 팔찌를 선물로 주었다. 나는 그들에게 한국에서 준비해 간 열쇠고리와 마그넷 등을 선물로 주었다. 우리의 문화여행은 성공이었다. 언제나 즐거웠기 때문에.


DSC02168.JPG 2014, 이스터, 친구네 집 앞마당에서 우리가 숨겨둔 부활절 달걀을 찾으러 다니는 친구 조카들
DSC02162.JPG 2014, 이스터, 같이 준비했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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