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더욱 좋은 여행

대만 타이베이

by 여행작가 Q

엄마와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


엄마와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은 나의 오랜 로망 중 하나였다. 매번 내가 찍은 사진과 여행기를 통해 간접 경험했던 엄마에게 진짜 해외를 꼭 보여주고 싶었다. 엄마에게 여권을 만들라고 호기롭게 말한 후 1년이 지나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우리가 선택한 여행지는 대만 타이베이였다. 내겐 4년 만에 다시 오게 된 곳이었다. 엄마와 함께 알차고 멋지게 이곳을 여행하리라 다짐하며 꼼꼼하게 계획을 세웠다. 엄마와 함께 떠나는 첫 해외여행은 공항에서부터 그렇게 설렜다. 그러면서 동시에 참 편안했다.


밤 비행기로 도착해 자정쯤에 대만에 도착해서 공항버스를 타고 시내로 왔다. 중앙역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새벽에 도착해서 체크인 후, 엄마와 나는 잠깐 내려가 숙소 바로 옆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 먹었다. 다음날 아침부터 엄마가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우리는 첫 여정으로 타이베이 북부 해안에 있는 예류 지질공원을 택했다. 오랜 시간 바람과 파도에 의해 형성된 지금의 자연현상이 참 놀랍고 신기했다. 자연을 좋아하는 엄마는 이곳을 참 흥미로워하며 다녔다. 버섯모양 바위, 강아지 모양 바위, 여왕 머리 바위 등 보이는 대로 이름 붙인 재미있는 형상의 침식된 바위가 많았다. 요리조리 걸어 다닐 때마다 탁 트인 파란 바다와 황토색의 지형과 돌, 길이 멋졌다. 지질공원 안을 넓게 걸어 다니며 이 곳 풍경을 위에서도 바라보고 멀리서도 바라보고 가까이에서도 바라봤다. 한참 시간을 보낸 후 버스 타러 가는 길에 식당에 들러 점심을 먹고, 바로 옆 카페에서 꽉 채운 망고 스무디와 소금 커피를 시켜 바람을 맞은 후 같은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왔다. 다음 목적지는 타이베이 101 타워 전망대였다.


타이베이 101은 4년 전에 와본 곳이었지만 타이베이를 조망해보는 경험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미리 한국에서 표를 예약해서 갔다. 서울 63 빌딩에 오른 적이 있던 엄마는 101층 높이를 신기해했다. 전망대는 89층에 있다. 올라오니 까만 밤이 되었지만 괜찮았다. 촘촘한 타이베이 시내 불빛을 바라보고, 마음에 드는 기념품을 엄마랑 골랐다. 운 좋게도 날씨가 좋아 91층이 개방되었다. 여기엔 바람을 그대로 맞을 수 있는데 조금 있으니 찬 밤공기가 느껴졌다. 이 정도 높이의 바람을 맞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내려와서 대기번호 1165번을 받은 유명한 샤오롱바오 전문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타이베이 101 주변을 거닐어보았고 시티홀 근처까지 걸어 대만 기상이변에 대비해 반팔티셔츠를 사고 24시간 운영하는 성품 서점에 갔다. 타이베이의 시내는 우리나라 도시와 같이 밤에도 사람들이 많고 안전했다. 길을 물어보면 누구보다 친절하게 알려주었고, 참 편안하단 느낌을 받았다. 숙소에 돌아와서 긴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했다.


다음 날은 온천공원을 향해 신 베이터우 역으로 갔다. 베이터우 역에서 한 정거장 열차를 타면 신 베이터우 역이었다. 내리자마자 커다란 나무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우린 지열 곡을 향하며 온천마을을 구경할 예정이었다. 베이터우 시립도서관과 온천박물관 등을 들어가 둘러보았는데, 여기 마을이 주는 나무 모양의 아늑한 느낌과 조경이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지열 곡에 도착했다. 80도에서 100도 사이의 유황온천물이 흐르는 이곳은 뒤로 물에서 뜨거운 김이 나고 있었다. 근처에만 가도 정말 뜨거웠는데, 이렇게 시냇가처럼 생긴 유황온천을 처음 봐서 너무 신기했다. 사람들은 온천을 하러 온다는데, 우리는 주민들에게 오픈되어있는 족욕장이 있는 푸싱 공원으로 향했다. 주민들 틈에 엄마랑 나란히 앉아 발을 조심스럽게 담가보았다. 10분에서 20분, 30분으로 늘어날 정도로 여기에 앉아 있는 시간은 힐링이었다. 노곤노곤 마음이 풀어지고 발의 피로도 풀어지는 좋은 시간이었다. 단수이에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늦은 오후 단수이는 아름다웠다. 홍마 오청, 진리대학교, 소백 궁을 차례로 둘러보는 여행은 재미있었다. 홍마 오청에 들어가면 입장권을 손등에 찍는 도장으로 대신한다. 커다란 나막신에 들어가 사진 찍었던 기억이 나서 그곳에 찾아가 보니 4년 전과 달리 위치가 바뀌었다. 엄마는 나무를 좋아하니까 이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구경했다. 같이 걸으면서 사진 원 없이 찍고 즐거웠다. 해질 때쯤 되어서 같은 버스를 타고 마지막 종점에 내렸다. 우리의 목적지는 워런마터우. 목적은 아름다운 일몰이었다. 해안부두 서쪽에서 바다로 지는 해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멋진 곳이었다. 지는 해를 바라보니 오늘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랑 같이 이 곳을 둘러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에서 그들의 색깔이 담긴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깜깜해진 밤에 종점에서 버스를 타고 단수이로 나왔다.


마지막 날은 고궁박물관에 갔다가, 용병 교대식을 보러 갔다가, 동먼과 시먼에서 하루를 보냈다. 그러다가 저녁에 대만 친구 야루를 만나 같이 식사를 할 예정이었다. 엄마랑 같이 박물관에 가니 참 좋았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내가 끼고 엄마에게 하나하나 설명해주며 나도 알아갔다. 스린 역 근처에서 줄을 서서 늦은 점심식사를 한 것도 재밌었다. 시내 쪽으로 와서 펑리수 등 과자를 선물로 사고 망고빙수를 먹고 시내 구경을 한 것도 좋았다. 대만은 식물로 꾸며진 곳이 참 많았고, 그런 곳마다 엄마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엄마의 시선을 통과해 내가 새롭게 볼 수 있는 게 많았다. 시먼에도 갔다가, 친구를 만나러 중앙역으로 향했다. 셋이서 함께 대만 음식으로 식사하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 친구랑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도 좋았고, 엄마와 친구 야루의 통역관이 되는 것도 재밌었다. 즐겁고 따뜻한 시간을 마치고 새벽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갔다. 최고의 날씨, 최고의 여행친구랑 함께한 여행이 아주 즐겁게 마무리되었다.



20181201_153514.jpg 2018, 대만 타이베이, 단수이에서 커다란 해 아래에서
20181201_105432.jpg 2018, 대만 타이베이, 서점이나 도서관에 꼭 들어가 보는 나




엄마랑 대만을 여행하며


엄마와 첫 여행으로 대만 타이베이를 선택했을 때 걱정되는 것이 없었다. 한 번 다녀왔지만 또 가도 재미있을 것 같고, 엄마에게 소개하기에도 스스로 마음이 편안하고, 또 친한 친구가 있어 든든한 곳이 바로 대만이었다. 비행기표와 일정이 괜찮아서 이곳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비행기, 숙소, 여행 계획 등은 모두 내 몫이었는데, 엄마랑 함께 간다는 설렘으로 그 과정을 모두 즐겁게 해냈다. 자정에 도착했지만 길이 무섭지 않았고, 잘못 다른 길로 접어들려고 할 때 엄마가 "빈아, 이 길일 것 같은데!" 해서 곧장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여서 좋다는 점을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가기도 전에 깨달았다.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고 배고프다며 무언의 눈빛을 나눈 후 "너무 배고프면 잠 안 와. 뭐라도 먹고 자자!"라고 해서 방에서 나와 바로 앞 편의점에 가서 테이블에 앉아 컵라면을 사 먹었을 때도 깨달았다. 역시 혼자가 아니라 함께여서 좋구나.


엄마는 나보다 더 빠릿빠릿한 성격이었다. 직감으로 길을 더 잘 찾았고, 정말 잘 다녔다. 힘들다고 쉰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면서 내가 헤맬 때 가만히 기다려주고, 줄이 길어서 당황할 때면 '여행 중에 이럴 때도 있지'하면서 호탕하게 웃어넘겼다. 또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잘 먹었다. 엄마의 첫 해외여행이니까 잘해야지, 하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내려놓게 해 주어서 더 재미있게 다닐 수 있었다. 나는 엄마와 우리를 카메라에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여행을 마치고 보니 엄마 폰에 내 사진이 한가득이었다. 길을 찾는 나, 표를 사는 나, 사진 찍는 나, 그 사진을 확인하는 나... 엄마 폰에 가득 담긴 내 모습을 보니 뭉클했다. 나는 엄마를 사진에 담고, 엄마는 나를 사진에 담고 있었다. 서로 눈치도 못 채는 사이사이마다.


엄마는 여행할 때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재미있게, 편하게 구경하고 받아들였다. 덕분에 나도 엄마 시선으로 새로운 걸 많이 볼 수 있었다. 우리의 여행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우리가 같이 골라 사 온 자석은 냉장고에 잘 붙여져 있다. 오래도록 그때 이야기를 한다. 엄마랑 더 여행을 많이 다녀야 하는데, 늘 생각만 앞선다. 다음에도 여행을 즐겁게 계획해봐야지, 생각하며 웃으면서 대만을 추억한다. 아직까지는 이 여행이 나의 마지막 해외여행이지만, 너무 늦지 않게 여행을 다시 할 수 있을 때를 기다린다. 여행은 커다란 추억을 담은 선물이니까.


20181201_164037.jpg 2018, 대만 타이베이, 엄마와 같이 가고 싶었던 일몰 명소를 찾았다
SAM_3892.JPG 2018, 대만 타이베이, 천천히 지는 해를 같이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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