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직장인 한 달 여행, 집 가자!  

여행도 물린다.

by 오은오 Feb 20. 2025

전국 여행 3주차. 대략적인 하루 일정은 이렇다. 아침 8시, 알람 소리에 눈을 뜨자마자 네이버 지도 앱을 연다. 어제 저녁에 결정한 목적지에 있는 숙소 이름을 입력한다. 도착 예상 시간 1시간 30분. 그 사이 카카오맵으로 바꿔 맛집을 검색하고,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가 '목포 가볼만한 곳'을 둘러본다. 어딜 가나 숙소는 대부분 시내 중심가에 있어 주차하고 구경하기 좋다. 목포는 '목포는 항구다'보다 '목포는 맛집이다'라는 말이 더 유명하다. 그리고 가볼만한 곳도 제법 있다. 기대된다.


목포에 도착하니 오후 1시쯤. 수많은 관광객이 추천한 식당 한 곳에 들어가 밥을 먹고 근처 구경할 곳을 찾는다. 목포 근현대사박물관이 유명하덴다. 갔다. 구경했다. 뭔가 기계적이다. 역사관에 적힌 글귀를 정독하지 않고 훓훓 넘어갔다. 여기는 1관과 2관이 같이 있지 않다. 이동해야 한다. 2관을 안내하는 네비 경로를 이탈하여 유턴했다. 유턴하고 가니 주차할 자리가 없다. 좀 먼 곳에 주차를 하려하다보니 걸어서 10분 거리에 비교적 여유로운 공영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었다. 관광지를 가는 이유가 '여기 내가 왔다'는 사실만 확인하는 것 같다. 갑자기 졸립다. 집에 가고 싶다. '여행을 끝내자' 혼자 속삭였다.


아무리 편한 친구집에서 하루 신세진다해도 눈치 보이는 법. 매번 다른 도시에서 잠들고 일어나는 것이 처음에만 좋았지, 이젠 조금 부담스럽다. 숙소마다의 집냄새, 낯선 베개의 높이, 매일 달라지는 물 온도까지. 이젠 이질감이 든다. 매일 일어나서, 잠들기 전에 씻는데도 퀘퀘한 냄새가 몸에서 나는듯 하다. 

그리고 어느 도시를 가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도시를 나와 다른 도시를 향하는 길이 과장 좀 보태면 똑같다. 이 도로가 강원도 도로인지 전라도 도로인지는 팻말을 보고 알 수 있다. 항구 도시는 도시의 냄새마저 같다. 시장도 비슷하다. 다른 건 사람들이 말하는 사투리일 뿐. 이러한 것 말고도 대부분 비슷하다. 여행이 물린다.


여행을 그만두려고 한다. 동해 일정을 같이한 친구가 '배부른 소리한다'라며, 여행이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 형용사 '물린다'가 어색한듯 나에게 말했다. 여행이 일상이 되니, 지겨워진 걸 어쩌겠나. 아니면 내 여행 방법이 잘못되었나? 아무튼 여행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여행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일뿐. '여행 전 느꼈던 일상이 새롭게 느껴질 수 있겠다'라는 걸 느낀 순간, 여행 포기는 더 확실해졌다.


늦은 시간이기 때문에 예약한 목포 숙소에서 하루 묵었다. 그리고 집으로 출발했다. 3월까지 10일 좀 넘게 남았다. "남은 10일은 집에서 '진짜' 방학을 즐길 수 있겠구나"라고 혼자 중얼거리니, 여행 첫날 혼자 피식 웃었던 설렘 비슷한 웃음이 또 다시 퍼져 나왔다. 





(집가는 길에 서천에 들림. 여행 끝 아님!)


작가의 이전글 직장인 한 달 여행, 게스트하우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