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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무한도전, 강사까지!

by 명랑소녀


아이들 키우던 어느날, 살빼야겠다고 줌바댄스를 시작했다. 라인댄스와 방송댄스가 섞인듯한 그러면서 근력운동이 많은, 그래서 살이 쭉쭉 빠질 것 같은 훌륭한 운동이었다. 한참은 참 재밌었다. 세달정도 되니 좀 시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날이 더워져서인 것도 한 몫 했을지도 모르겠다. 당시에 미세먼지때문에 이민고민을 한참하던 시절이었는데 줌바댄스 강사가 되어 이민취업할 수 있지않을까하는 생각도 했었더랬다. 그런데 줌바강사는 온몸이 근육인것같고 수업마치면 땀이 범벅을 넘어 뚝뚝 흘러떨어지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체력의 소유자로 보였다. 그렇게 내가 8개월 장기권으로 끊었던 줌바수업은 마지막 한두달은 거의 안가다시피하고 끝이 났다.


제주 시골로 이사를 하고 동네 체육관에서 하는 공짜 라인댄스 수업이 있다고 해서 아이들을 달고 갔다. 수업대상이 어르신들이다보니 나에겐 꽤나 쉬운 라인댄스였다. 오랜만에 라인을 추니 입이 귀에 걸려 내려오질 않았다. 이모들이 왜이리 춤을 잘 추냐고, 수업 없는 날에 모여서 연습으로 내게 가르쳐달라고 하셨다. 가벼운 마음으로 연습날짜에 나갔었는데,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저녁시간에 하는 활동이기에 지속가능성이 없었다. 아이들이 자꾸만 훼방을 놓았다. 아이들 데리고 가는게 그 분들께 민폐인 것 같아 그만두었다.


우리동네기준으로는 읍내인 함덕에서 라인댄스를 한다고 동네언니가 추천해주었다. 그래서 출동해봤는데 오호라 나한테 안성맞춤이었다. 두어번 갔는데 조만간 수업이 종료될거라한다. 몇몇분이 나에게 넘 잘한다며 칭찬해주시는데, 나랑 같은 동네 수업에 계셨던 분이 울 동네에서 선생님이었다고 하시는 바람에 왠지 마음이 난처해졌다. 강사님께 왠지 죄송스런 마음. 왜였을까. 그래서 그 수업도 그만가게 되었고 나는 고민을 시작했다.


제주라서 그리고 시골이라서 상대적으로 더 젊은 나. 상대적으로 더 라인을 많이 춰봤기때문이겠지만 그렇기때문에 이곳에서 도전을 해볼만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라인댄스강사라는 자리에 도전해보리라 다짐하고 지도자과정이 운영되는 운동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이렇게 나의 띠엄띠엄 이어져오던 댄스라이프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마흔한살에.





라인댄스지도자과정에 큰돈을 들여 등록을 했다. 첫 수업을 받고 돌아오는 길에 현관 계단에서 발목을 접질려서 반깁스를 했다. 동기생들은 모두 자격증을 받을 즈음, 발목부상이 낫고 다시 댄스강사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교육의 일부라고 하기에, 동네 엄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저녁시간에 참관수업을 다녔다. 남편은 저녁에 하는 건 하지 말라고 했다. 몇 주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가지말라고 내게 엉겨붙었고, 같이 가겠다고까지 하는 날도 있었다. 늦은 시각까지 나를 기다리며 졸음을 이겨내려고 애쓰는 아이들이 안됐기에, 내가 이것저것 고를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아쉬운 마음과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평일 저녁 수업은 그만두었다.


시간은 흘러, 나에게도 댄스강사 자격증이 생겼고,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나만의 라인댄스 수업도 시작했다. 처음 강습을 했던 날 주말 남편과 와인을 들며 축배를 들었다. 드디어 나도 적은 액수지만 돈을 벌기 시작했다며! 모두 남편 덕분이야. 고마워!


내가 몸담은 협회에서는 공연이 많았다. 공연이 교육의 연장이라고 했다. 주말이면 고사리축제, 마늘축제에 다니며 공연을 했다. 아이들과 남편까지 와서 공연을 보며 박수를 쳐주니 기분이 한껏 들뜨기도 했다. 하지만, 가르치는 일은 내가 춤을 추는 일만큼 즐겁지가 않았고, 가족들과 보내야할 주말 시간을 잡아먹으면서도 무료봉사로 계속되는 공연일정에 나는 지쳐갔다.


분위기에 휩쓸려 신청한 스포츠댄스지도자 국자자격증 대비반 교육에 점점 의욕이 떨어져갔다. 평소에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에어로빅을 열심히 훈련받으며, 이론 공부까지 하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나는 에어로빅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저 라인댄스만 하고 싶었는데, 이런 지난한 과정인지 잘 모른채 교육을 받기로 한 내가 어리석었음을 알고 자책을 했다. 아침 일찍 아이들을 맡기고 비행기에 몸을 실어 실기시험을 치르고 돌아온 긴 하루를 보내고 합격하길 바라지 않는데도 시험을 보러가는 나에게 왜 하는 거냐며 자꾸만 질문을 해댔다. 협회 회장님의 카리스마로 보였던 큰 목소리가 권위의식으로 무장한 군대상관의 고함소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느날, 협회 교육이 있는 날이면 군대상관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 돌아와 퍼뜨리는 나를 보았다. 때마침 내가 하고 있는 라인댄스 수업은 끝이 나고, 방학이라 방과후수업도 한동안 쉬게되니, 다른 선생님으로 교체해달라고 했다. 그 길로 라인댄스 강사는 접었다. 적어도 이 협회에서는 활동하지 않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들인 교육비의 반만큼도 수입으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인생에 있어 큰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하며 활동을 그만두었다.


춤을 가르치는 일은 춤을 즐기는 것과 다르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어쩌면 내가 평생 가지게 될 수도 있을 미련을 내려놓을 만큼 해봤으니 후회는 없다. 여전히 나는 언제고 내킬때면 라인댄스곡을 틀고 즐길 수 있으니. 얼마전 친한 지인들과 새벽독서모임하다 필받아서 간단한 라인댄스를 가르쳐 주었다. 짧았지만 모두의 얼굴이 발그레하며 미소를 머금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래, 나에게 라인댄스는, 댄스강사는 이정도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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