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섬들에 가면 모두가 손으로 인사한다. 알로하! 오래전에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괌, 사이판을 가서 마주했던 섬마을의 분위기가 참 좋았다. 축축하지만 포근한 바람과 언제든 첨벙하고 뛰어들면 아름다운 바다. 색색의 산호와 화려한 물고기들. 느긋하다못해 답답하기까지 한 사람들. 또 오고 싶다. 또 오고 싶다. 또 오고 싶다. 같은 말을 반복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2020년 우연히 읽게 된 책 <하와이 하다>가 나를 동하게 했다.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섬. 많은 사람들이 신혼여행으로, 가족여행으로 가는 곳. 그 좋은 데를 여태 못가본 나라는 사람. 그저 풍경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며 알게 되었다. 하와이의 모든 것이 궁금해서 하와이 관련 책을 모두 찾아 봤다. 여행책. 소설책. 에세이까지. 볼수록 궁금하고 가고 싶어졌다.
다음 해에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기로 했다. 내가 천추의 한이 될 것 같아서 장기 가족여행을 가자고 우겼다. 아이들이 우리랑 함께 떠나줄 때 오래도록 지지고볶으며 동고동락하고 싶었다. 마음같아선 세계일주를 하고 싶었지만, 그정도 재력은 안되니 미친척하고 하와이에서만 3달 살자고 떼를 썼다.
남편은 여행세포가 없다. 휴양은 좋아하지만, 여행은 스스로 하고자하는 의지가 없다. 본인에게 물어보면 부인할지도 모르겠지만, 십여년 함께 살아본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어쩌면 상대적인 걸 수도 있겠다만. 나의 떼씀에 여느때처럼 속으로는 ‘그게 정말 가능하겠어?’라고 되뇌면서, “그래-”라고 대답했을 그였다. 내키지 않아도 아내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예스맨이 되는 남편에게 고맙고 고맙다.
그러면, 하와이에 가서 무얼 할 것이냐? 바다를 온전히 배우는 거야. 바다에서 물개처럼 지낼 수 있게 온몸으로 익히는 거지. 수영도 하고, 서핑도 하고, 다이빙도 하고! 그리고 훌라댄스도 배우고 우쿨렐레도 배우고. 아이들과 이 모든 것들을 함께 할 수 있잖아. 생각만해도 너무 행복하다. 저절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것 같아! 심지어 영어까지도 습득할 수 있잖아! 일석 이십조다!
나의 꿈을 이미지화해서 만들어둔 꿈판에 하와이 세달살이를 떡하니 적어두었다. 2021년에 가는거야! 듀근듀근. 세 달 지내다보면 그 곳에 터를 잡고 싶어질지도 모르니 영어 공부라도 미리 해둬야겠어. 세상 일 어찌될 지 아무도 모를 일이잖아. 수영도 제주바다에서 최대한 자주 연습해두고. 기초는 다지고 간다 생각하고 정진해보자구! 신나는 마음으로 남편의 육아휴직을 기다렸다.
하와이 공항에 내리면 세차게 엄지와 새끼손가락만 편 주먹을 우아하게 흔들면서 “알로하!!”하고 외쳐줄거야!
…
나의 끓어오르는 열정의 온도와는 반대로, 세상은 코로나19라는 갑작스러운 바이러스의 발생으로 싸늘해졌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했지만,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여행도 갈 수 없는 그런 세상이 도래했다. 하와이의 ㅎ도 꿈꾸지 못할 그런 시절이 시작되었으니 나의 뻗치는 마음을 어디로 쏟을 것인가! 어찌하오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