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바, 라인댄스, 스윙 그리고 모든 다른 운동과 마찬가지로 훌라 수업도 스트레칭으로 시작한다. 목부터 팔다리, 허리, 발까지 살살 풀어준 후에는 훌라 베이직으로 시간을 채운다. 훌라 베이직이라 함은, 카홀로, 카홀로홀로, 카우, 카벨루, 헤라, 우헤헤 등의 스텝과 기본 핸드모션을 말한다. 춤이 아닌 다른 모든 일에도 그렇듯이 훌라곡의 안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기본 동작들을 몸에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훌라의 기본 자세는 다리를 편안하게 모으고 서서 무릎을 살짝 구부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두 발을 모아서 가볍게 통통 뛰다가 힘을 뺀 느낌으로 착지한 자세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듯하다. 발동작만 연습할 때는 양 손을 엉덩이께에 붙여두고 스텝을 밟는다. 이때 엄지손가락은 등쪽을 향하고 나머지 네 손가락은 살포시 골반뼈에 얹듯이 두면, 팔꿈치가 편안하게 양 옆으로 벌어지며 굽어진 자세가 된다. 팔꿈치가 과하게 등쪽으로 가거나, 앞으로 나가지 않게 한다. 어깨는 귀와 가장 멀어질 수 있도록 끌어내리면서 등을 쭉 펴고 복부에 힘을 준다. 이 자세가 척추 건강에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무게중심을 왼쪽 오른쪽으로 옮겨가면 자동으로 골반이 파도 물결처럼 부드럽게 움직인다. 일부러 힘을 주어 엉덩이를 들어올리거나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옆으로, 앞으로, 뒤로, 사선으로 걸을 뿐인데, 자연스레 빚어지는 골반의 움직임이 놀라울만치 우아하고 아름답다.
태양, 바람, 파도, 꽃 등을 표현하기 위한 기본 손동작은 많은 사람들이 흔히 봤음직한 자세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한 쪽 팔은 펴고, 다른 쪽 팔은 접어서 가슴 앞에 놓은 채, 양손으로 물결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손동작이 말처럼 쉽지는 않은 것이, 기본적으로는 팔을 펼 때 팔꿈치가 완전히 쫙 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이지 않고 부드럽게 펴지는 데까지만 펴야하기 때문이다. 펼 수 있는 만큼 다 펴면 힘이 들어가게 된다. 그럼 훌라의 느낌이 아니게 된다. 훌라는 힘을 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손으로 물결을 만드는 것은, 3년차인 나도 완벽하다고 할 수 없는데, 이 손동작은 평생 다듬어지는 과정이 아닐까싶을 정도로 ‘완성’이라는 고지가 정확하지 않다. 나에겐 강사님의 손동작이 완벽하다 느껴지는데 선생님은 아니라고 하신다. 내가 저렇게 되려면 얼마의 연습 시간이 필요할까? 아몰랑. 일단 죽을 때까지 해보는 거다. 완벽이란 바라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향해 가는 걸로.
팔을 펴면, 옆으로, 앞으로, 사선으로, 위로 방향을 바꾸는 연습을 한다. 물결을 만들지 않을 때 손은 마미손 고무장갑 광고에 나오는 손처럼 엄지손가락은 가운데 손가락 쪽으로 살짝 집어 넣고, 다른 손가락들은 살짝씩 굽혀준다. 이 때, 손가락 위치와 굽힌 정도에 따라 닭발이 되기도 하니 어찌보면 참 어렵기도 하다. 닭발과 핸드크림 광고모델의 손 차이는 백지장 한 장 정도랄까? 손으로 물결을 만들 때는 손목과 손가락 모두에 힘을 빼고, 파도가 된다생각하고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을 손바닥 쪽으로 가져왔다가 다시 펼치는 동작을 반복한다. 곡선을 백만분의 1로 미분해서 각각의 위치를 모두 표현한다는 느낌으로 만들어내야한다. 이런 디테일이 훌라의 우아함을 배가시켜준다.
무게중심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길 때에도, 발걸음에 따라 자연스레 옮겨지는 것이지만, 그 안에는 나만의 속도가 있다. 오른쪽 발을 먼저 옮겨두고, 무게중심을 최대한 늦게 이동시킨다는 생각으로 골반을 왼쪽에 조금 더 머물게 했다가 마지못해 끌려가는 느낌으로 이동곡선의 가속도를 변형시킨다고 하면 너무 공대생같은 설명일까? 이런 느낌은 카우 스텝을 배울 때 들이닥쳤다. 훌라를 배우는 중, 이십년 전 대학에서 배웠던 미적분학과 공업수학에서 봤었던 그래프, 기울기 이런게 떠올라서 참 신기했다. 강사님의 동작을 너무 격하게 해부했나?
그래프가 어쨌든, 가속도가 저쨌든, 중요한 것은 가능한 부드럽게 동작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훌라엔 다리를 쫙 뻗어내거나, 팔을 쭉 펴는 동작이 없다. 가장 편안한 관절의 각도를 만들어내며 몸의 모든 근육이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무릎을 편하게 굽힌 채로 편하게 걸음을 옮기며, 편하게 팔을 펴고 손동작을 하는 것, 그것이 훌라다. 바다가, 파도가, 바람이 그러하듯이. 말 그대로 거스름 없이 몸을 움직인다. 그러면서 훌라는 자연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