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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훌라를 배워보세요 : 훌라 전파에 도전

by 명랑소녀




나는 그림책 모임을 몇 년째 하고 있다. 훌라 새 학기가 시작된 즈음, 강사님께서 훌라치마를 강습생에게 판매하는데 치마가 다 이뻐서 고민이라며 사진을 보여주었다. 몇몇 분들이 관심을 보이며 치마만 구입해도 되는지 물어보셨다. 강사님이 허락해주셔서 세 명의 그림책 쌤들에게 훌라치마를 팔았다.


훌라치마를 구입한 쌤들이 훌라를 가르쳐줄 수 없냐고 물으신다. 내가 자격증을 딴 것도 아닌데, 어찌 훌라를 가르칠 수 있을까? 라인댄스강사 자격증은 있지만, 훌라를 가르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쌤들이 자격증 없으면 어떠냐고, 그냥 마음 편하게 우리에게만 가르쳐주면 되지 않냐고 하니 마음이 살짝 약해졌다. 이제 춤 가르치는 건 안하고 싶지만, 훌라하는 행복을 나누는 건 뜻깊을 것 같았다.


어느 일정없는 평일 오후, 내가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에 훌라 원데이 강습을 열었다. 혹시 ‘우리 마을 주민들도 오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홍보 이미지를 만들고 공지를 올렸다. 하지만, 신청자는 없었다. 춤이라는 것이 주는 장벽이 보통 사람? 혹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꽤 높은가보다.


강습생이 많건 적건, 수업 준비는 내실 있게 해야하는 법. 항상 강사님의 춤사위를 보면서 따라해왔기에, 혼자서 거울없이 춤을 춘 적은 많지 않았다. 한두 곡은 달달 외울 수 있게 준비를 해둬야 누군가를 가르칠 자격이 될거니까 시간을 내서 연습을 했다. 어떤 곡을 가르쳐야할 지 결정하기까지 난이도가 낮은 여러 곡을 연습하고 연습했다. 이렇게 나눔의 마음으로 하는 일이 나를 또 성장시키는 구나.


세 명의 강습생을 모시고, 기본 스트레칭을 하면서 수업을 시작했다. 훌라의 의미와 하와이 문화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해주고, 기본 동작을 익혔다. 원데이에 할만한 쉬운 곡으로 “하날레이”를 골랐다. 하와이 하날레이 바닷가에서 연인과 하룻밤을 보내는 아름다운 연애곡이다.


훌쩍 자란 아이들을 키우는 40, 50대 엄마들에겐 소멸된? 로맨스 감정을 끌어와서 몸짓에 담았다. 도서관엔 거울이 없기에, 전자칠판화면을 스마트폰과 연결한 후,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훌라를 익혔다. ‘우아하게 움직이고 싶은데 마음처럼 안된다’, ‘그래도 한 곡 안무를 모두 배웠음에 뿌듯하다’는 강습 소감에 가슴이 빵빵해졌다.


한 시간 정도 몸을 움직이니 땀까지 난다고 신기해했다. 나도 강습생으로 있을 때완 달리 몸을 훨씬 더 쓰게 되니 찐하게 땀이 났다. 조금이라도 더 잘 하려고, 제대로된 모범이 되고 싶었다. 이 분들에게는 처음 접하는 훌라이니까. 나에게 막중한 책임이 있다. 훌라를 가르쳐서 전파하는 건 그래도 할만하겠다. 하지만, 진짜 선생이 되려면 한참 멀었다. 열심히 꾸준히 익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림책 모임에 가서, 훌라 수업 어땠냐는 분에게 ‘나의’ 강습생이 수업 때 찍은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날 배워서 이만큼 췄다고 하니, 놀라면서 자기도 해달라고 하신다. 못가서 너무 아쉽다고. 광대가 승천하는 순간. 좋지요! 날 한 번 다시 잡아 봅시다요! 혹시 아나요? 먼 훗날 제가 유명한 훌라 쿠무가 되어, 저에게 처음으로 강습을 받은 사람이라는 것이 큰 자랑거리가 될지? 나는 머릿속에서 혼자 안드로메다까지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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