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판중 Oct 12. 2022

특허 협상 이야기 – 에피소드 13 (특허분석(2))

특허분석

공격 특허를 확보하여 반소를 제기하였다는 기쁨도 잠시, 바로 이어서 B사 소송 특허에 대한 2차 특허분석 워크숍이 열렸다. 

이번에는 실무진 중심으로 우리 팀에서는 나, 제품개발팀에서는 이수석 그리고 회로 전문가인 박책임 외 엔지니어 2명이 참석했고, 북극해의 윤변호사와 김변리사가 함께 참석했다.


먼저 이수석과 박책임이 북극해의 김변리사와 논의하여 작성한 B사 소송특허 5건에 대한 분석 결과 보고서를 설명했다. 

보고서 자료는 내부 논의를 위한 것임에도 모두 "침해"라는 표현 대신 "변호사 의견 필요"라는 간접적인 표현이 기재되어 있었다.

거듭되는 회의와 자문을 통해 이제 TFT 인원들은 사내 내부 자료라도 미국 소송법상 Discovery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침해’, ‘회피불가’ 등의 고의 침해를 자인하는 용어를 문서에 기재하면 안된다는 것 정도는 알게 되었다. 

어찌보면 이번 소송을 통해 회사 역량이 한 단계 성장하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결론적으로, 우리 팀에서 기술적으로 거듭하여 검토를 해보았지만 B사 소송 특허 5건 중 3건의 특허 기술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비침해를 주장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수석이 분석 결과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말했다. 

"특허를 계속 들여다볼 수 록 B사가 우리 제품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빠져나가기 어려운 특허를 선정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책임도 특허 분석 결과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우리 회사에 경고장을 보냈을 때부터 B사는 이미 우리 제품에 대한 분석을 완료하고 침해 입증 자료까지 확보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 회사는 B사 경고장을 받고도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지금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소송 특허 5건에 대한 우리 제품 구성 요소와 특허 청구항을 비교한 클레임 차트는 잘 정리된 것 같습니다. 

이제 영문으로 작성하여 CP&L의 미국 소송변호사들이 검토하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CP&L 변호사들이 법률적으로 검토하여 참신한 비침해 논리를 개발하기를 기대해보시죠.

잘 우기는 것도 변호사들의 일이니까요"

회의실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달리 윤변호사가 익살스럽게 말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B사 특허를 무효화 시킬만한 선행자료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특허 소송에서 피고가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특허 무효이니까요"

윤변호사가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미국 특허청에서 등록을 시켜준 데는 이유가 있을텐데 등록된 특허를 무효시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요?" 

박책임이 회의실 모두를 대신해서 평소 궁금했던 내용을 질문했다. 


"물론입니다. 나라마다 그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특허는 다른 권리와는 달리 등록된 이후에 무효되는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특허 심사 절차 과정에서 심사관이 모든 선행자료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고 특허에 대한 유무효는 이에 대한 이해관계인들이 직접 다투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상대방 특허에 대한 무효 주장을 해당 연방법원에 DJ (Declaratory Judgment) Action이라는 절차로 제기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는데, 지금은 미국 특허청의 PTAB(Patent Trial and Appeal Board)에 IPR(Inter Parte Review) 이라는 절차를 이용하여 상대방 특허의 무효를 다투는 것이 보편화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시간, 비용적인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대방 특허에 대한 무효 논리를 확보해서 IPR을 통해 소송 특허를 무효시키면 침해 여부를 따져볼 필요도 없이 소송을 승리할 수 있습니다."

윤변호사가 특허 소송 전문가 답게 명쾌하게 답변했다.


지난번 CP&L의 Mr. Stoll이 설명해준 IPR 절차가 이거였구나 싶었다.

IPR을 듣고 있자니 갑자기 퇴직 연금 계좌인 IRP가 떠올랐다.

작년에 주식이 한창 붐일때는 금방 대박나서 곧 퇴직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요새 분위기로는 회사 정년까지 다녀서 차곡차곡 퇴직 연금이나 모으는게 답인가 싶다.


윤변호사가 말한대로 소송 특허 5건과 우리 제품 구성 요소를 비교한 클레임 차트와 관련 기술 설명 자료를 영역하여 CP&L로 송부하고, 우리 회사에서는 소송 특허들에 대한 선행기술 조사에 바로 착수하는 것으로 하고 회의를 마쳤다. 

자료를 CP&L로 보내고 이틀 후에 CP&L에서 연락이 왔다. 

자기네 변호사들에게 디스플레이 기술 전반 그리고 소송 특허들과 관련한 추가 기술 설명과 소송 스케쥴 협의가 필요하니 엔지니어와 담당자가 LA오피스로 출장을 와 달라는 요청이었다. 


"장대리 여권은 있나?"

이메일을 보고 난 후 팀장님이 나에게 말했다. 

"네 있습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제품개발팀에 같이 갈 엔지니어들 섭외하고 출장 스케줄 잡아봐."


생각지도 못한 미국 출장을 갈 생각을 하니 갑자기 미드에서만 보던 캘리포니아의 풍경이 눈앞에 아른거리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Tip 13. 

경쟁사 특허 분석이나 소장에 제시된 특허 분석 시 특허 분석 보고서에 ‘침해’ 한다는 의미의 단어를 기재하면 소송 시 고의침해를 자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때문에, 보고서에는 "특허 변호사 검토 필요", "추가 분석 필요"와 같은 사전 약속된 간접적인 표현으로 특허 리스크를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전 12화 특허 협상 이야기 – 에피소드 12 (특허발굴(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