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우리 부부가 패스트푸드점으로 향하는 이유
언젠가부터 캐나다 집을 나설 때마다 우체통 안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각종 고지서와 광고 전단 사이에 섞여 들어오는 '패스트푸드 할인 쿠폰'을 찾기 위해서다.
사실 예전에는 우체통에 넘쳐나는 광고지들이 짜증이 날 정도로 많았다. 내용도 확인하지 않은 채 뭉텅이로 집어 들어 바로 옆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기 바빴다. 그때는 햄버거 세트에 음료 한 잔 가볍게 곁들여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느낌이 컸기에, 굳이 쿠폰을 챙겨야 할 필요성이나 소중함을 전혀 몰랐다. 그저 손만 더럽히는 '불필요한 종이 조각'에 불과했던 셈이다.
하지만 요즘 이 무심했던 쿠폰들이 우리 집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든든한 '효자'로 대접받고 있다. 우리 부부의 외식 나들이를 결정짓는 귀한 '보물 지도'가 된 것이다.
사실 캐나다는 예전부터 한국처럼 외식이 잦은 문화는 아니었다. 집에서 식재료를 사다가 가족끼리 식탁에 둘러앉는 것이 일상이고, 외식은 지인을 외부에서 만나야 하거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하는 것이 이곳의 오래된 풍경이다. 그만큼 외식비에 대한 부담은 고물가 시대 이전부터 늘 존재해 왔다. 우리 부부 역시 외식보다는 마트에서 장을 봐와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훨씬 익숙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나마 가끔 하던 외식조차 겁이 날 정도로 물가가 치솟았다. 이는 비단 캐나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한국에서도 런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 점심값 급등 현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식비가 올라 도시락족이 늘고 편의점 식사가 일상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캐나다 역시 가파르게 오른 인건비와 식재료값 때문에 외식의 풍경이 변하고 있다. 식당에 앉아 정식 요리를 주문하는 대신, 조금이라도 지갑을 지킬 수 있는 대안을 찾게 되는 것이다.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찾던 패스트푸드점조차 이제는 계산대에 서면 체감 온도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예전에는 햄버거 세트 메뉴 가격이 지금 30불의 절반 정도인 15불 내외면 충분했었는데, 요즘은 단품이 아닌 세트 두 개를 제대로 주문하면 금세 30달러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예전 같으면 고민 없이 결제했겠지만, 이제는 영수증에 찍힌 숫자가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일주일에 한두 번, 맥도널드나 팀홀튼, A&W 같은 대중적인 곳을 찾을 때 반드시 이 쿠폰을 챙긴다. 세트 메뉴 쿠폰 한 장만 내밀면 30불 가까이 나오던 금액이 20불 정도로 가벼워진다. 10달러의 차이가 주는 심리적 안도감은 생각보다 크다. 생돈을 다 낼 때는 왠지 모를 물가 부담에 입맛이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쿠폰 덕에 혜택을 받은 든든한 세트 메뉴 식탁 앞에서는 "참 알뜰하게 잘 먹었다"는 뿌듯함이 기분 좋게 감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유효기간이 지날까 봐 미리 챙겨두게 되고, '혹시 오늘은 새 쿠폰이 왔을까?' 하며 우편함을 서성이는 습관도 생겼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변해 스마트폰 앱 알림이 쏟아지는 세상이지만, 손때를 묻혀가며 한 장씩 뜯어내는 이 아날로그 쿠폰이 주는 반가움은 비할 데가 없다.
오늘도 우편함에는 여러 패스트푸드점의 쿠폰이 가득 쌓여 있다.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버려지는 종이일지 모르지만,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부부에게 이것은 단순한 할인권을 넘어 일상의 여유를 지켜주는 소중한 선물이다. 높아진 외식 문턱 앞에서 찾아낸 우리만의 소박하고 현실적인 생활 지혜. 오늘도 우리 부부는 산책을 나서기 전, 햄버거 세트 쿠폰 한 장을 주머니에 소중히 챙겨 넣는다. 산책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캐나다의 어느 패스트푸드점을 향해 기분 좋게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