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과자가 건네는 바삭한 위안, 타국 마트 매대에서 만난 중년의 향수
캐나다 대형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 제품들은 이제 식료품을 넘어 공산품까지 우리 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한때 'K-푸드'나 'K-열풍'이라는 수식어가 가져온 일시적인 인기라고만 생각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코스트코 매대에 한국 제품이 올라와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뭉클하며 마냥 신기해하던 기억이 난다. 먼 타국에서 고국의 물건을 발견하는 것 자체가 그때는 하나의 '사건'처럼 여겨졌으나, 이제 그런 풍경은 캐나다 현지인들에게도 보편화된 일상이 되어 특별한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다.
오늘은 캐나다의 대표적 마트인 슈퍼스토어를 쇼핑하다가 복도 통로에 놓인 철제 바구니, 이른바 '덤프 빈'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그 안에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새우깡 봉지들이 마치 산더미처럼 가득 쌓여 있었다. 파격적인 세일을 알리는 큼지막한 빨간 원형 가격표에는 선명하게 '1불'이 적혀 있었다. 고물가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캐나다에서, 1달러라는 가격표를 달고 산처럼 쌓여 있는 고국의 과자는 묘한 향수와 함께 넉넉한 위로를 동시에 건네고 있었다.
사실 내가 국민학교에 다닐 때도 새우깡은 있었다. "손이 가요 손이 가"를 흥얼거리며 친구들과 한 입이라도 더 먹으려 장난치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그 익숙한 멜로디는 단순한 상업 광고를 넘어 우리 세대의 정서를 관통하는 일종의 동요 같은 울림이 있다. 새우깡과 함께한 세월을 계산해 보니 어느덧 오십 대 후반의 중년이 되었다. 내가 나이 들어가는 동안 이 바삭한 과자 역시 개개인의 추억을 담고 긴 시간을 견고하게 버텨온 셈이다.
이 짭조름한 과자 한 봉지에는 우리 세대만이 공유하는 정서적 허기가 담겨 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던 그 맛은 누군가에게는 가난했던 시절의 화려한 특식이었고, 성인이 된 후에는 고단한 하루를 마치는 맥주 한 잔의 가장 든든한 안주가 되어주었다. 타국 땅 마트에서 이 추억의 매개체를 단돈 1불에 만난다는 것은 가격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비록 1불이라는 가벼운 가격으로 놓여 있지만, 그 안에는 이미 50년 전 고국에서부터 쌓아온 묵직한 기억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대형 철제 바구니에 가득 쌓인 새우깡은 마치 세월을 건너온 오랜 친구처럼 반가웠다. 현지인들이 무심하게 이 봉지를 장바구니에 담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추억이 이제 세계인의 입맛으로 확장되었음을 실감한다. 산더미처럼 쌓인 봉지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풍요로움은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잠시나마 잊게 해 준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며 어깨를 토닥여주는 묵직한 공감을 새우깡 한 봉지에서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