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지 한 해가지나갔다. 누구나 그래듯이 한창 일할 나이에는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나가면서 숨 돌릴 틈 없이 열심히살아왔다. 언제부턴가한가해진 틈을 이용하여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며 삶의 속도를 돌아본다. 북대서양 깊은 곳에서 사는 그린란드 상어는 400년을 살아간다고 한다.
내 나이는 60세, 인간 백세 나이에 이미절반이지나갔다. 상어에게 내 나이는 이제 겨우 15세의 청소년기 나이가 된다. 상어의 수명이 힘을 얻어갈 수 있는 구원투수가 되어주었다.
400년을 산다는 그린란드 상어
느리게 사는 삶의 비결
그린란드 상어는 인간의 시계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속도로 살아간다. 1년에 고작 1cm씩 자라면서, 초저온의 바다에서 대사를 천천히 진행한다고 한다. 심지어 100세가 되어야 번식을 시작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도 이제 막 시작일 수 있지 않을까?” 퇴직 후의 삶을 종착점이라 생각했던 내게,
"느긋하게,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
상어처럼살면 되겠다는 희망이 보여온다.
퇴직 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정해진 기준에 갇혀 살 때가 많다. “20대에 취업, 30대에 결혼과 출산, 40대에 양육, 50대에 치열한 생존경쟁, 60대에 은퇴.” 마치 기차가 정해진 역에 멈추듯 우리의 삶을 규정하려 든다. 하지만 그린란드 상어에게 100세가 새 출발점인 것처럼, 우리에게도 퇴직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선이라는 잠재력이 생겨난다.60년 넘게 달려온 인생의 페달을 잠시 멈추고, 이제부터는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법을 배울 때다.
천천히 사는 삶이 더 길고 풍요롭다
그린란드 상어는 한 끼 식사도 몇 달을 기다리고, 서두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 속에는 상어만이 가질 수 있는리듬의 철학 같은 삶이 숨겨져 있다. 우리 인간은 너무나 급하다. 급하지 않아야 할 것 까지도 급하다. 급한 것이 삶에 법칙처럼 익숙해진 우리가 안고 있는 불치병이다. 빨리 빨리라는 외침이 마치 인생의 구호라도 된 느낌이다. 느림은왠지 밥이 타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강박관념에 사로 잡혀있다.
퇴직 후에는 성과에 매몰되어 있다. 성과가 주어지지 않을 경우 멘붕이 온다. 느긋함의 부재 때문이다. 나 역시도 이렇게 말은 하고 있지만 마음은 이미 앞서갔다. 큰 폭으로 쫓아가려 해도 너무 멀리 갔다. "성급히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가 맞는다. 하지만, 왠지 서두르지 않으면 인생이 끝날 것만 같은 생각에 늘 근심만 늘어난다. 어쩔 수 없는 성향이라고 하지만, 잠재울 수 있는 힘이 미약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경험과 지혜가 이미 우리를 충분히 풍요롭게 해 주었다. 하지만, 사회는 그 풍요로운 경험과 지혜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단지, 나이 때문이라는 의식을 타파해 내지 못했다, 하지만, 긍정의 힘을 가질 필요는 있다. 주문을 외워보자.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고, 오래 미뤄둔 꿈을 펼치기에 지금이 딱 좋은 때라고 자기 체면을 걸어 보는 것이다.
퇴직자여, 당신의 시간은 아직 많다
나는 퇴직 후에 종종 “내 시간이 다 끝났다”또는 "끝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이곤 했다. 하지만,400세의 생을 사는 그린란드 상어를 떠올리며 깨달았다. 비록 인간수명은 백세이지만, 상어의 생존 가치인400세라는 수명이 인간에게 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치를 희망으로열어두기로 했다. 그렇다면 내게도 아직 남은 시간이 많고, 충분히 나만를 위한 삶을 새롭게 설계할 수 있을것이다. 그것이 자신에 위해 무력화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천천히 움직여도 자신의 방향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새로운 방향에 안착하고 싶다.
목표는 ‘다시 시작하기’
퇴직자에게 남은 목표는 단 하나다. 다시 시작하는 것. 상투적인 말 같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외침을 전재로 희망의 닻을 달아야 한다. 우리가 상어처럼 천천히, 그러나 끈기 있게 앞으로 나아간다면 400세는 아니더라도 반쪽인"200세 인생"이라는 시대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200세,지금 100세도 버거운데 무슨 200세라는 부정적인 견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노할머니의 말을 기억한다"어서 빨리 죽어야지"진심인 것 같지만 위선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버겁다 할지라도 막상 죽음이 닥쳐온다면 버거움도 위선이 되어갈 것이다.
우리도 백세인생 시대에 맞춰 삶의 주요 이벤트를 뒤로 미루는 연습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30대에 결혼해야 한다", "40대부터 퇴직 준비를 하고 60대에 퇴직을 해야 한다"는 틀에 박힌 생각 대신, 80세에 창업하고, 90세에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는 삶을 생각해 보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어쩌면, 동화 같은 이야길 수도 있지만
상상이 아직까지 현실이 되었던 점을 주목하면 극히 상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백세인생은 백세인생이다, 아니, 200세 인생이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목표는 400세다! 또 욕심이 400세에 머문다.욕심의 한계이다.느림의 미덕이 아마도 60대의 삶을 풍요롭게 내려 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