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해도 괜찮아요. ('아름다운 실수')

by 마하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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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다 보면 실수를 하는 일이 왕왕 있다. 한 쪽은 잘 그렸는데, 다른 쪽은 망쳤다거나, 실수로 물감 방울을 엉뚱한 데 떨어뜨렸다던가, 계측을 잘못 하는 바람에 비율이 잘못되었다거나, 종이는 작은데 그림을 너무 크게 그리기 시작했다든가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 그뿐인가, 편지를 쓸 때도 잘못 쓸 때가 많다. 글자가 마음에 안 들게 써진 경우도 있고, 쓰지 말아야 할 말을 쓰는 경우도 있고, 맞춤법이 틀려서 고쳐야 하거나, 엉뚱한 단어를 써버리기도 한다.


문제는 그런 실수를 할 때마다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던 종이나, 쓰고 있던 편지지를 구겨서 찢어버리고 새로 다시 하려고 할 것이다. 다시 잘, 완벽하게 그리려고. 그림이나 편지지는 그럴 수 있고, 얼마든지 그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인생은 그럴 수 없다. 인생에서 한 실수는 없던 걸로 하고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없다. 인생은 단 한 번만 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모든 것을 리셋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한들, 애초에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인생의 실수는 어떻게든 만회하고 고치고 수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책은 소중하다. 망친 그림을 어떻게든 수습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사람 얼굴을 그리려고 했던 소녀는 맨 처음 양쪽 눈 크기를 서로 다르게 잘못 그렸을 때, 계획에 없던 안경을 씌우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목이 지나치게 길게 그려지자 목 장식을 그려넣는다. 그리고 바닥과 신발 사이에 거리가 너무 떨어지자, 롤러스케이트를 신긴다. 그런 식으로 그림은 애초의 계획이나 의도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그림이 완성된다.


실수를 만회하는 능력이야말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능력이다. 그런데 이 능력을 가지려면 일단 ‘실수=실패’라고 생각하는 공식부터 깨야 한다. 실패한 것을 계속해서 안고 가려면 너무나 힘들 것이다. 실패는 끝장이 난 것이고, 돌이킬 수 없이 망한 것이기 때문에,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실패하기 이전으로 시간을 돌리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처럼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실수는 다르다. 실수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실수는 실수일 뿐이다. 그래서 만회할 기회가 있다. 실수를 실패라고만 생각하지 않으면, “어떻게 만회하지?” 하는 생산적인 고민에 들어갈 수 있다.


그것은 덧칠하는 것처럼 실수를 더 좋은 것으로 덮어버리는 방식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실수가 좀 작아 보이게끔 다른 방식으로 치장할 수도 있고, 아니면 마치 의도된 것이었던 것처럼 아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수습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실수는 예상치 못한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 새로운 관점을 갖도록 유도해줄 수도 있다. 실수를 만회하고 대처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실수를 잘만 이용하면 원래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면 비로소 실수에도 놀라지 않는 태도를 갖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사람이 늘 완벽하고 잘 하려고 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것이다. 그러므로 실수에 대한 면역력,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수할 때마다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두려울 것이 없다. 실수하면 수습하면 되니까. 그러한 마음의 태도가 불확실한 삶 속에서 얼마나 큰 힘이 되어주는지 모른다. ‘실수해도 괜찮아. 내가 수습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이라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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