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이별, 헤어짐을 경험한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만남의 수만큼 이별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일 크게는 죽음으로 인한 단절부터 시작해서,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 친구와의 절교, 동업 관계의 깨어짐, 이사나 이민으로 인한 멀어짐, 분실로 인한 소중한 물건과의 결별 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잘 이별할 것이냐’의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이다. 잘 이별하지 않으면, 이별이 아픔과 상실감으로 남아 계속해서 마음을 괴롭히거나, 혹은 다음 번 새로운 만남에 대한 두려움 혹은 집착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에서는 이사를 하게 된 곰 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삿짐을 모두 차에 싣고 막 떠나려던 찰나, 아기 곰이 깜빡 잊은 게 있다면서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정작 아기 곰은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모른다. 그냥 뭔가 빠진 것이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빠뜨린 것 같은 기분. 놀랍게도 엄마 곰과 아빠 곰은 그런 아기 곰의 느낌을 존중해준다. 짐 옮기기도 바쁜데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어서 차에 타라고 윽박지르지 않고, 빠진 거 아무 것도 없다고 아이의 생각을 부정하지 않고, 같이 찾으러 들어가 준다.
곰 가족이 이미 물건이 다 없어진 빈 집에서 함께 기억으로 예전 모습을 복원해가는 과정은 뭔가 뭉클한 기분이 들게 한다. 이 집에서 함께 한 기억들이 그들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에, 언제든 복원 가능하다는 사실이, 이 집과의 영원한 이별을 앞두고 조금은 안도감을 주었을까? 아빠 곰은 그 과정을 지켜보다가, 아기 곰을 안고 집 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거실과 계단, 방과 복도, 벽과 천장, 지하실과 싱크대에게까지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눈다. 말은 ‘안녕’이라고만 했지만, 사실 그 속에서는 감사의 마음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함께 해줘서 고마워, 여기서 사는 동안 행복했어, 같은 말들도 들어있을 것이다.
그 모든 인사를 다 마친 후에, 곰 가족은 함께 집을 향해 손을 흔들고 드디어 떠난다. 그리고 떠나는 차 안에서 아기 곰은 자기가 깜빡 잊었던 것이 바로 집이랑 작별 인사를 하는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이것을 ‘proper good-bye’라고 부르고 싶다. 번역하면 ‘제대로 된 이별’이라고 하겠다. 모든 헤어짐에는 이 제대로 된 이별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필수적인 것이 상대방에 대한, 상대방과 나누었던 시간과 추억들에 대한 감사이다. 비록 여러 가지 사정상 더 이상 함께 할 순 없게 되었지만, 너와 함께 했던 좋았던 시간들에 감사한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별할 때의 결과가 나쁘면 그 이전의 좋았던 시간과 감사했던 일은 싹 다 잊어버리고, 마치 그런 것은 하나도 없었던 것처럼 차갑게 돌변하고 만다. 그럴 때 이별은 서로에게 진짜 큰 상처로 남게 된다. 상대방과 함께 했었던 시간과 기억들이 삽시간에 무의미한 것으로 돌변해버리고, 사람을 잘못 알아본 나의 실수와 실책이 되어버리고, 혹은 내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다 망쳐버렸다는 죄책감까지 생겨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최악의 이별은 ‘다 너 때문이야!’라고 서로를 원망하며 헤어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하물며 집과의 이별에도 이처럼 정성스러운 헤어짐의 과정이 필요하건만, 우리는 사람 사이의 이별에서조차 이 곰 가족과 같은 모습을 보인 적이 있을까 자문하게 된다. 어떤 이유로 헤어지게 되었건 간에, 만남의 인연을 맺게 된 것 자체에 감사하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집중했던 그 시간들에 감사하고, 그들을 탓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만큼 좋았던 순간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비록 가슴 아픈 이별이라 할지라도, 그 아픔이 상당히 줄어들 거라고 믿는다. 이것이 바로 객관적인 시선이며, 감정과 이성을 골고루 잘 써야 할 필요가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