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시작하면 돼요. ('토토와 오토바이')

by 마하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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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는 매일 밤 길을 떠나는 꿈을 꾸는 작은 토끼다. 일단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토토는 밀밭 옆에 있는 조용하고 안락한 집에서 잘 살고 있었지만, 한시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갖지 않은 적이 없다. 즉, 토토는 떠나고 싶은 욕구로 가득한 토끼였다. 이것이 토토가 어떤 존재인지를 말해준다. 모든 사람이 밤마다 문 앞에 나와서 도로 위를 질주하는 차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집에서 보내는 반복적이고 편안한 삶을 즐거워하기도 한다. 떠나야 할 필요도, 떠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토토는 그렇지 않았다. 토토는 떠나고 싶어했다.


그런 토토가 평생 오토바이를 타고 온 세상을 돌아다닌 슈슈 할아버지와 친구가 된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슈슈 할아버지야말로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고 있는 존재였을 테니까. 토토가 슈슈 할아버지의 여행 이야기를 그토록 열심히 귀 기울여 들었던 것도, 다 먼 여행에 대한 갈급한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슈슈 할아버지가 그런 토토의 마음을 몰랐을 리가 없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건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직 당사자가 직접 세상에 뛰어들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토토는 아직 용기가 없었고, 그저 슈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슈슈 할아버지가 죽고, 더 이상 아무런 얘기도 들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슈슈 할아버지의 오토바이가 토토의 집으로 배달된다. 토토는 자신에겐 아무런 소용도 없는 오토바이를 버리지 못한다. 늘 보이는 데에 두고, 자기 마음 가는 대로 장소만 이리저리 바꿔놓는다. 오토바이가 오토바이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때로는 세워져 있고, 때로는 눕혀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오토바이가 나뭇잎처럼, 그리고 새들처럼 길을 떠나고 싶어한다고 느낀다. 물론 그것은 바로 토토의 마음이 오토바이에 이입된 것이지만 말이다.


아무리 마음속으로 간절히 원하고, 갈망해도,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토토의 마음속은 언제나 오토바이의 부르릉거리는 소리와 슈슈 할아버지의 멋진 이야기로 가득 차 있지만, 그는 여전히 겁을 낸다. 자기가 모르는 세상에는 늑대떼와 같은 무서운 위험이 가득 도사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열망이 없어서가 아니다. 떠나는 것에 대한 토토의 열망은 이미 옛날부터 터질 듯이 가득했었다. 슈슈 할아버지처럼 옆에서 용기를 주는 사람도 있었고, 오토바이처럼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도구도 다 갖춰져 있었다. 그 강렬한 열망보다 더 컸던 것이 두려움이었기에, 그는 세상 속으로 한 발도 내딛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가, 토토는 꿈속에서 오토바이가 부르릉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 소리가 아주 멋지다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떠날 생각을 하고 오토바이와 함께 길로 나온 날, 토토는 단서를 내건다. “저 길 끝까지만 가 보자.” 아주 좋은 생각이었다. 처음부터 전 세계를 여행하겠다는 식의 거대한 목표를 잡지 않고, 그저 이 길의 끝까지만 가보겠다고 하는 소박한 목표를 잡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 덕에 토토는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고, 그 길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바람에 결국 온 세상을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도 토토와 같은 열망이 꿈틀거리고 있다. 토토의 열망이 떠나는 것이었다면, 누군가에겐 그림을 그리는 것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다른 나라의 말을 배우는 것일 수도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작정하고 이사를 가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잘 모르는 낯선 상황에 놓여지는 것이 두려워서, 겁이 나서 망설이고 있다면, 토토처럼 작은 용기를 내어봐야 한다. 처음부터 전업 화가가 되려고 덤비는 게 아니라 그냥 집에 있는 재료들로 손바닥만한 그림을 그려보는 것부터, 어학을 마스터할 생각을 하지 말고 일단 집 근처 학원에 등록하는 것부터, 그리고 무작정 이삿짐부터 싸지 말고, 적절한 집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토토가 스스로에게 다짐한 “그래. 저 길 끝까지만 가 보자.”는 마음의 문장이나 마찬가지다. 간절히 원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 한 발도 내딛기 어려울 때, 그저 내 눈 앞에 보이는 손에 잡힐 듯이 분명하고 작은 목표 하나만 해보기로 마음먹으면, 어마어마하게 커보이던 도전이 어느새 순차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쉬지 않고 계속해서 원하는 것, 도저히 생각을 떨칠 수 없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잘 파악해야 한다. 토토는 매일 밤마다 현관 앞에 앉아서 멀리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을 보며 떠나고 싶어했다. 그 정도 열망이 있다면, 그 일은 무조건 해봐야 하는 일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은 언제나 작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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