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문제 없어요. ('꽃을 좋아하는 소 페르디난드')

by 마하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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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난드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조용한 곳에 앉아서 꽃 향기를 즐기는 걸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자기가 농장에 있는 다른 소들과 다르다는 것쯤도 금방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문제'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대한 문제 의식이 생기는 것은, 그것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부터 시작이 된다. 그 사람이 페르디난드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람이라면 더욱 더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이 그림책에서 그나마 페르디난드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은 엄마 소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엄마소도 특이했다. 역시 그 엄마에 그 아들이었던 걸까? 페르디난드의 엄마는 소가 소답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늘 혼자 있는 아들이 혹시나 외롭지는 않은지만을 걱정했다.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 보면 어떻겠냐고 물어본 것이지, 너도 소답게 굴라고 그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페르디난드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을 때 페르디난드의 대답에서 그가 전혀 외롭지 않음을 알게 되자, 엄마는 그 길로 자신의 걱정을 접어버린다. 외롭지 않으면 됐다는 것이다. 와우! 그게 제일 놀랍다.


아마도 그 다음으로 페르디난드에게 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을 상대는 친구 소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자기 자신들이 달리고, 뛰어오르고, 박치기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지, 페르디난드가 왜 자신들과는 다른지, 어째서 혼자만 저러고 있는지를 이상하게 보지도, 또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문제 삼지 않았다’,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이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기와 다르다고, 혹은 전체와 다르다고,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진짜 문제일 뿐, 서로 다른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제일 놀라운 건 페르디난드 자신이다. 그 또한 남들과 자신이 다른 것에 대해 '나는 왜 이렇게 이상할까?', '나는 왜 이렇게 남과 다를까?'에 대해서 걱정하거나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일들을 할 뿐이었다. 모두가 투우장의 소가 되기를 원할 때조차, 자신은 왜 그걸 원치 않는지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페르디난드는 자기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고, 지독할 정도로 충실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곳,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일, 언제나 그 안에서 만족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바로 그것들을 자신에게 늘 허용했다. 그 태도가 너무 당연하고,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서, 오히려 다른 사람과 늘 비교했던 나 자신이 머쓱하게 느껴질 정도다. “왜 그래? 뭐가 문제야?” 하고 묻는 듯한 페르디난드의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저 눈빛에 “그러네. 아무 문제 없네.”라고 대답하게 된다.


자기 자신에게 당당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자연스러울 때, 다른 사람들도 승복하게 되는 것 같다. 거대한 투우장에 들어가서조차, 자기 자신으로 온전히 존재하고 행동하는 페르디난드를 보면서, 사람들은 그 무엇으로도 페르디난드를 흔들어 놓을 수도,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예 왜 그래야 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페르디난드를 설득할 수도, 유혹할 수도, 강제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모든 사람들이 그래야 한다고 믿더라도, 내가 그렇게 믿지 않으면 그만인 거다.


우리는 살면서 페르디난드 같은 이만한 당연함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캐릭터를 ‘소’로 잡은 게 정말 신의 한 수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이 질문에 대해서 우리는 페르디난드에게 답을 줄 수가 없다. 아마 매우 매우 궁색하고 말도 안 되는 변명들을 하다가 결국 입을 다물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알게 되겠지. 우리가 뭔가 대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페르디난드의 뻔뻔하고 당당하고 한 점 의심도 없는, 자기 자신에 대한 앎, 그리고 자연스러움, 그 앞에서 모든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가 빛을 잃는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거구나를 거꾸로 페르디난드에게 배우게 된다. 자기 확신이 바로 이런 것일까? 언제 어디서든 항상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 말이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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