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일이 있죠.(클로에는 커서 무엇이 될까요?)

by 마하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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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어떤 직업이 잘 맞는지를 알기 위한 첫 단계는 나의 호불호에 대해 아는 것이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싫은지는 지금까지 자기가 경험했던 것, 타고난 기질, 이런 것에 의해 어느 정도 정해지게 된다. 자신의 호불호조차 알지 못한다면, 직업을 찾는데 난항이 예상되지만, 다행히도 클로에는 자신의 호불호를 알고 있었다. 클로에는 빵이나 꽃, 물건을 파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고, 모험을 하고 싶어했다.


빵이나 꽃, 물건을 파는 사람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는 걸 좋아하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잔뜩 만들어놓고, 그것을 타인과 나누는데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꽃집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방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식당을, 빵을 좋아하는 사람은 빵집을, 게임을 좋아하면 PC방을, 기계를 좋아하는 사람은 정비소를, 이런 식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분명한 사람들이 자신의 업종을 찾을 수가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딱히 어떤 종류의 물건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엔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이 종교라면 교리를 가르치는 목사나 전도사가 될 것이겠고, 어린 아이들을 좋아한다면 유치원 교사가 되고, 수영을 좋아하면 수영 강사가, 철학을 좋아하면 철학 교수가, 춤을 좋아하면 댄스 강사가, 주식을 좋아하면 펀드 매니저가 돼서,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아는 지식을 쉽게 잘 전달하고, 알려주는 사람이 되면 좋을 것이다.


클로에의 경우는 신나는 모험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모험이란,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본인이 짜릿한 기분을 느끼는 형태의 뭔가를 의미한다. 다른 경우보다 위험 가능성에 대한 감내 수준이 약간 높다고나 할까? 모험을 좋아한다면, 직접 몸으로 움직이고, 경험하고, 느끼는 형태의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앉아서 머리만 굴리는 일이나, 가만히 앉아서 찾아오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과는 아마 맞지 않을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이 정도만 알아도 직업을 찾는데 훨씬 수월한 위치이지만, 자신에게 딱 맞는 모험을 찾기 위해선 직접 해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세상에 어떤 모험이 있는지 아는 게 별로 없으면 그것조차 일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다행히 클로에는 아버지가 매일 아침 보시는 신문에서 그 정보를 얻곤 했다. 문제는 클로에가 그 일이 자신에게 잘 맞을지 어떨지 따져보거나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경험부터 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나가는 타입이라는 얘긴데, 그럴 경우엔 시행착오를 해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실제로 클로에는 여러 가지 모험을 직접 경험해 보면서 자기에겐 별로 맞지 않는 모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에 클로에는 자신은 잘 하는 게 하나도 없다면서 좌절하고 슬퍼한다. 누구나 자신에게 딱 맞는 직업을 찾고 싶다는 열망이 강렬하기 때문에, 어렵사리 해본 일이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면 크게 실망하곤 한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 것 같고, 실패한 것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실패의 대명사인 에디슨이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나는 성공하지 않는 10,000번의 방법을 찾은 것뿐이다.”라고 말했듯이, 나에게 확실하게 맞지 않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만큼, 나에게 맞는 무언가를 찾아낼 확률을 높여주는 것도 없다. 그리고 직접 해보는 것만큼 그 일이 나와 맞는지 안 맞는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런 면에서 클로에의 무모함이 그녀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과정을 매우 가속시켰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클로에가 거듭해서 실패를 할 때마다 어떻게 새롭게 도전할 힘을 회복하느냐 하는 점이다. 클로에는 그때마다 집으로 돌아와 엄마가 만들어주시는 따뜻한 우유, 음식, 간식을 먹으며 회복했다. 클로에의 부모는 아침마다 헛바람이 들어서 나갔다가 지치고 주눅 들어서 돌아오는 자식에게 훈계하거나, 책망하거나, 잔소리하지 않았다. 그저 따뜻한 집에서 맛있는 것을 만들어주고 쉬게 했을 뿐이다. 클로에에게 집이 온전한 안전기지의 역할을 해주었다는 뜻이다. 그 덕분에 클로에는 아침마다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었고, 다시 도전할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정말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만약에 클로에의 부모가 아침마다 신문에 나와 있는 기사를 보고 허황된 꿈을 꾸는 클로에에게 정신 차리라고 윽박질렀다면 어땠을까? 그딴 쓸데없는 짓을 할 시간에 제대로 된 일이나 찾으라고 혼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해보겠다고 나갔다가 실망해서 돌아온 클로에에게 ‘그럴 줄 알았다’며 ‘남들은 다 자기 길을 알아서 잘만 찾아가는데, 넌 어떻게 그 나이 되도록 그렇게 모지리같이 제대로 하는 일이 없냐’고 꾸중한다면 어땠을까? 그 따위 헛된 짓에 시간 낭비하지 말고, 아버지처럼 회사에 취직하라거나, 빵집이라도 차리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우리가 자기에게 맞는 직업을 찾을 여유를 갖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거듭되는 실패를 참고 기다려줄 여유가 없고, 항상 남들이 가는 속도대로 쫓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미 다수가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업종에 들어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뭔진 모르지만 분명히 나에게 맞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게 느껴질 만큼 이 시대가 강팍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밖에 나가서 자기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에겐 행운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날도 자기에게 맞는 직업 찾기에 실패한 클로에는 집으로 들어오는 길에 화재 현장과 맞닥뜨리게 된다. 불을 끄는 걸 도우려고 했으나 오히려 불만 더 키우게 되고, 놀라서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와 깊은 슬픔에 빠진다. 하지만 그의 긴 목 덕분에 다람쥐 가족이 불길 속에서 목숨을 건지게 되었고, 클로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무언가가 남을 도울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실 지금까지 클로에가 원하는 모험을 하려고 할 때마다 그의 긴 목은 오히려 장애물이 되었었는데,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것이다.


여기서 자기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내가 가진 것’, ‘내가 남과 다른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나를 가장 차별화시키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클로에는 그 점을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한 후에, 자신의 호불호와 결합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자기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선 그 가치와 귀함을 잘 모르는 법이다. 하지만 클로에는 우연한 계기를 통해, 자신의 특장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모험이면서, 동시에 나만 재밌고 즐겁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을 도울 수도 있는, 아주 좋은 직업을 찾게 된다.


최종적으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직업을 찾는 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내가 남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노력하지 않아도 남들보다 좀 더 유능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 파악한다. 2) 나의 호불호가 무엇인지 파악한다. 3)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러면 그것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직업이 될 것이다.


"우리를 위해 신이 준비해둔 소명이란, 우리가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것과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만나는 접점이다." - 신학자 프레드릭 부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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