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층간소음, 이웃복에 대하여......
이럴 수가, 내 글서랍에 고작 '냉방병엔 정종(솔직하게 .. 사케라고 써놓고 정종이라 다시 쓴다) 을'이 일곱 자 말고 더 없다니, 이를 어쩐다.
이러다간 지난주 그 지난주에 썼던 글 재탕 삼탕을 해도 한 페이지를 채우기가 어렵겠다.
어디 한 번 하루를 회상해 보자.
30도를 들락날락거리는 하루.
밤이지만 따뜻한 날씨....,
그래, 그 이야기를 풀어볼까?
삶의 기본이 전복된 계기.
이를 깨달은 것은 고미숙 작가의 '조선에서 백수로 살아가기'를 독서모임에서 다시 읽으면서였지만. 약 2주 전부터 나는 이 변화를 느꼈다.
삶의 중심, 중추가 전복되었다.
긴 시간 동안, 늘, 돈벌이, 현금흐름, 그리고 지금은 알바를 중심인 삶을 살던 나..
그러다 보면 전전긍긍, 남 돈 벌기에 급급한 일상이니 좌절 보람 좌절 좌절 어쩌다 성취 한 움큼.
그리고 따라오는 좌절과 허무.
스스로 우러난 기쁨 없는 하루는 허전한 마음으로 마무리하기 일쑤다.
그때였다.
우리 해피 유치원 행사를 불참하고 검정고시반 수업을 예정대로 가겠다 다짐했던 때.
그즈음하여 나는, 내 삶의 중심이 내 활동,
바로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가 없이 자처하여 보낸 내 시간,
그로 인해 얻는 순수한 기쁨.
사는 것, 별 거 있을까?
사심 없이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거나 만들어 내어 나누는 것. 그렇게 찾아오는 기쁨. 참 작고 참 오래간다.
오늘은 우연히 얻은 자두를 아래층 할머니와 나누었다. 천만다행으로 그 자두는 맛이 매우 좋다.
우리 집 다섯 살 기쁨이가 아침저녁으로 쿵쾅쾅, 발소리든 공소리든 교육을 해도 완벽히 없앨 수 없다.
엘리베이터에서 동네 주민을 마주칠 때면 바닥만 보며 인사를 하고 죄인을 자처하던 터.
이사 초기에는 아래층에 아무도 안 계셔도 문 앞에 과일을 두기도 했었다. 그랬더니, 한 번은 보라색 감자 한 봉지 가득 나누어 주신다. 아이고 할머니, 그냥 받으시기만 하면 되는 데, 뭘 또 갚으시나요, 하는 마음에 없는 솜씨지만 채칼로 감자를 잘게 썰어 에어 프라이어로 돌려서 감자칩을 만들어 문 앞에 포스트잇과 함께 놓고 온 적도 있다.
'안녕하세요?'
누구든 만나면 꼬박꼬박 인사한다.
'네 녀석 때문에 안녕 못하다'시던 아랫집 할아버지.
우리 면전에다 던지는 가벼운 솔직함이 넘치게 고맙다.
건네는 인사를 무시하거나. 민원을 관리소에 넣는 등 인간 소외적 피드백보다 몇백 배 따뜻하다.
오히려 사람 사는 곳에 소리가 나야지 하시며 격려를 해 주시는 분들도 왕왕 만난다.
이만하면 전생에 나라를 구한 복...
까지는 아니라도 이웃복 하나는 두둑하도다.
다시 정종(이라쓰고 사케라 읽는)이야기로 가자면.
알바를 시작하면서 금요일저녁이 되면 뒷골이 땅기고 몇 주째 어깨가 불편했다.
매일 오후 영어를 가르치는데,
일찍 찾아온 여름날씨가 매섭다.
들락거리는 애들이야 쌩하고 달려 더위를 몰고 오니 시원한 온도가 간절하다만.
여섯 시간을 내리 휴게시간도 없이 영어 수업을 하는 내게 스멀스멀 냉방병이다. (이 더위에 실내에서 쾌적하게 돈 버는 것에 감사해야지 싶어 따지고 보면 참 배부른 병이지만 잘 낫지 않으면 감기로 옮아갈 수 있어 초기 관리를 잘해야한다는 것.)
50분씩 여섯 타임, 보강, 재시, 수업 준비까지. 이 리듬에 익숙해지기까지 꽤 많은 힘을 쓴다.
따져보면 정규직과 고작 두세 시간 차이 나는데, 회사를 구하고 말겠다 싶다가도.
여유롭게 우리 해피 등교와 우리 기쁨이 등원이 가능하게 근무시간이 탄력적인 회사 찾기가 쉽나.
육아하는 엄마들에게 아이고 애국하십니다요 늦게 출근하세요 하는 곳이 어디 있으랴.
애국자라고 야근 열외 해 줄까.
저 사람은 애 대신 봐줄 가족도 없나? 하는 마음의 소리가 더 눈에 들어오진 않을까.
차라리 알바와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최대치로 내 시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나와 아이들 정신건강에 더 이롭다고 난 결론지었다.
오호 통재라 슬픈 현실이로다.
애국인지 뭔진 모르겠고
이런 현실에서 누구 등 떠밀어 결혼 장려하고
출산을 권할까?
차라리 따뜻한 사케 한 잔이 위로다.
이 생각 저 생각에 복잡한 마음과 뒷골 당김을 해결하려다 보니 지지난 주부터 전에 없던 루틴이 생겼다.
뜨끈하게 데워서 몇 잔 마시고 금요일 밤 마무리가 바로 그것.
뒷목 가득 퍼진 에어컨 한기가 어느새 사라지는 듯도 하다.
그걸로도 모자라 오랜만에 한의원 들러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한껏 치솟은 승모근을 눌러준다.
꿈이 많은 잠에, 소화가 안 되어 양배추를 세끼 먹는다고 하였더니 어깨 침 열 방과 부항, 그리고 나를 십자가에라도 꽂을 듯 발등과 손바닥에 또 침을 열 방 가까이 놓아주셨다.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