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생각하고 있다는 말

에필로그+4년 다시 여름 그리고 생파

by 하이디김

법왕사를 다녀왔다.


아빠와 네 할머니가 널 위해 기도하러 갔던 절. 다시 가보고 싶다는 아빠. 너도 강릉에 가고 싶다 하니.

집콕 말고 아무 계획이 없던 나.

네가 좋다면 나도 좋아.


우리 넷은, 여름휴가로 강릉에 다녀왔다.


오래된 종이 있었고 설마? 하는 찰나,

설마는 역시가 되고.

용감한 기쁨이는 조용한 산간에 종을 울렸다.


그 손맛이 새삼 궁금해지네.

괜스레 야단치는 시늉을 해보았다.

신도들이 다 집으로 간 오후, 늦게 조용한 식사를 하던 스님을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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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거리 덕분에 만난 안목해변도 좋았다.

아마도 몇 년 전 그해. 네가 줌으로 생일파티를 해야 했었던 그 겨울.

같은 해변을 걸을 땐 우리 셋이었지.

그때도 네 아빠가 너와 네 뒷모습을 찍어주었어.

참 한결같은 아빠다. 츤데레미 뿜뿜, 같이 물에는 들어가지 않아도 꼬박꼬박 뒤에서 너와 날 챙기곤 하지. 이젠 너마저 그 츤츤미를 닮는가 싶다.


물놀이를 예상하지 못했지만 여벌옷은 있었고 우린 즐길 만큼 즐겼다.

시끌벅적한 곳보다 운치 있었다.

어떻게 알고 온 건지 외국인들도 수영복 차림에 동해를 즐기고 있었다.

꽤 길게 조성된 해변이라 파도를 따라 걷기도 좋더라.


어딜 가나 인생샷은 필수. 중2 해피가 원하는 각도가 나왔던가? 뒷모습도.

넌 나중에 남자 친구와 와서 누구 하트해피 써 볼 거라기에, 연습 삼아 내 이름이라도 써보라니 그건 싫다 하네, 칫.


차에서 잠들어 할머니 품에서 단잠 자던 기쁨이를 깨웠어.

분명 이 바다를 보고 싶어 할 것이니.


포토이즘이 해변에 있었다. 눈이 번뜩이는 너.

삼대네컷? 할머니와 투샷, 나와 투샷. 기쁨이는 잠결에 따라가선 앉아만 있었다만.

너는 할머니와 찍은 사진을 프로필에 걸어놓았더라. 기특한 녀석.


이번엔 기쁨이와 따로 물놀이하고,

한참을 파닥파닥거리며 신이 난 기쁨이.

사진으론 다 담지 못해 영상으로 남겼다.



넌 꽤 많이 좋아 보여.


신기도 하지, 네가 어릴 때 버린 사과모양 도넛방석을 기억하다니.

널 낳고 찡그린 얼굴로 첫 미역국을 한 술 뜰 때, 네 아빠가 아뭇 소리 없이 길 건너 아가방에서 사 온 방석.


청화병원이었어. 아직도 생생한 그때. 그땐 몰랐다. 너와 이렇게 많은 추억을 만들게 될 지도.

이렇게나 많은 감정이 켜켜이 쌓일지도.


넌 만 14세 밤 12시가 되자마자 자축 이벤트를 시작했다.

세븐틴의 HBD를 플레이하고, (너네 감성인가. 아니면 세븐틴 팬들의 약속인가)

만 14세 인증에 설레어하더니.

자본주의로부터 셀프 선물을 받는다. 계획한 마냥, 카카오페이 본인인증과 가입을 마쳤다.

그제야 자겠다며 불을 끄는 널, 졸린 눈을 비비며 난 가만히 지켜보았다.

본인인증에 성공한 너는 용돈 3600원도 벌었어.

어느 병원에서인가 의료환급금이 나왔다기에 그 우편도 모셔두었다.




친구들과 점심을 가족들과 저녁을.


난 그날 아침엔 검정고시반이 있었다. 잠깐 집엘 들러서 생일케이크를 배달해 주었다.

그리고 난 집 앞 여성병원에서 유방암, 자궁경부암 검진을 마무리했다.

검진 대상자라 가야지 해놓고서 네 방학에 접어드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나 보다.


너와 아빠 아, 그리고 우리 기쁨이도 좋아하는 육회를 사놓았다. 전복버터구이도 했다.

불고기는 전자레인지 용기로 성공했어. 노브랜드 데리야끼꼬치구이는 미리 해동해 두었고.

기쁨이 하원도 제때 하고, 네 아빠 여름휴가 때마침 네 생일 다음날 시작이다.

아빠를 데리러 근처 터미널에도 들렀다.


너는 친구들과 먹고 한껏 웃다가 인생네컷과 노래방을 클리어했지.

우리와 시간이 딱 맞아서 집에 가는 길 버스 정거장에서 너를 픽업했지.


그리곤 함께 둘러앉아 먹기까지.


감사하다.

기적 같은 일상,

그리고

한 여름의 생일낮과 밤, 그리고

휴가까지.


네 생일 a.k.a. 명절 주간이 그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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