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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김 May 31. 2024

엄마일기를 시작하며..

흘러가는 대로 가다 보니...

나는 엄마다.
딸 아들 그리고 밤톨이 유기견. 넘편같지만 영원한 내편인 남편과 같이 산다.
딸은 최근 들어 조금 특별한 삶을 살게됐다. 자칭 불행을 팔아 행복을 샀다는데, 아주 발랄하고 흥이 넘친다. 내가 낳았나 싶을 때가 늘어난다. 인생의 전부인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오래 남기고 싶다. 열 살 터울로 우리에게 온 아들은 또 어떻고. 나와 참 비슷해 싶다가도 와 이럴 수 있어? 싶을 때가 많다. 아들의 방언 터지는 일상도 놓치기 아깝다. 그리고 딸 덕에 우리에게  온 반려견 밤톨이와 시간도 차곡차곡 담아보려고. 마지막으로 영원한 내편 남편이 가끔 등장할지도..


글쓰기와 치유


엄마일기 브런치북을 시작했다. 교통사고처럼, 집단따돌림과 집단괴롭힘은 작년 가을, 우리 가족을 뒤흔들어 놓았다. 부모가 자책 말라 김붕년 교수가 거듭 말해도 귓등으로 들리지 않았다. 당사자도 아닌 엄마인 내가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볼까? 싶은 적이 오기도 했다. 좋은 글과 사람이 있는 브런치에서 일상과 극복기를 써 내려가면서 일상을 붙잡게 되었다.

  

브런치 in 브런치

딸의 마지막 퇴원부터 많은 시일이 지났고 더디지만 나름의 속도대로 좋아지는 딸과 소소하게 자축하는 의미로 엄마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사고가 딸과 함께한 우리의 모든 시간을 되돌아보게 했으니 좋은 면을 찾아보고 싶다. 엄마 일기 훔쳐보는 거 같아,라고 한 딸의 말에서 영감을 받아서 두 번째 브런치 북 제목을 정했다.


내 첫 번째 브런치 북의 후반부는 후회, 자책할 거리가 가득하고 내가 고칠 점을 찾아보느라 바쁘다. 그 시간에 머물러 있는 것은 나뿐인 건지, 아직 거기서 나올 준비가 안되어 있는 것 역시 나뿐인 건지도 돌아보게 되었다.


어느샌가 엄마일기를 지켜보는 딸의 시선이 고맙기도 했지만 또 뭘 쓰지? 행복한 고민을 하며 계속 쓸 수 있었다. 딸에게 쓰는 편지도 적지 않았고 일상에서 할 수 없는 낯간지러운 말들도 여기선 쉬웠다. 쓰다 보면 같은 일이라도 더 객관적으로 보려 노력했다. 나름 엄청나게 솔직했고 내 머릿속을 차지한 두통거리를 꺼내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 딸 아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배우고 있다. 이 일기 역시 그 일환이다. 사고 같은 상황이 초래한 지금은 평범함과 아직은 가깝지 않다. 그래서 문득문득 버겁고 낯설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드라마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과거로 돌아가서 미래, 즉 지금을 바꿀 수 있는 초능력이라.. 난 언제로 돌아가고 싶나. 다시 돌아갔을 때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지금의 내 의지뿐인데, 이러저러한 경험으로 생겨난 내 의지가,

른 생각과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후회말자라는 모토로 살아온 터라 그런지, 상상이라 해도 아예 다른 결말은 모르겠다.



비판적 자기반성


자기반성을 하려면 멈춰 서서 문제에 관해 생각하고 열린 자세로 다른 것을
잘 받아들여야 한다.
자기반성은 불확실성을 요구한다.  
비판적 자기반성을 하려면 문제가 있음을,
우리가 그 문제의 일부이며, 그 문제에서
우리 자신을 손쉽게 빼버릴 수 없음을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단순히 흑백논리로 좋고 나쁨을 가리기를 그만두고, 우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앎 속에서 우리 자신과 함께 살아가기를 배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 남성해방 112쪽~113쪽에서 발췌


나는 열린 자세를 유지하지 못 했다. 자기확신도 강했고 하고싶은 건 꼭 해야 했다. 내 문제에서 자신의 지분을 빼고 해결책을 생각한 적도 많다. 아직 그 습관은 채 버리진 못했지만 내가 내 몸 마음을 알고 잘 지내기에 집중하려 한다.


언제고 할 일이었다면 지금이라 다행이고 이제부터라도 바로 하자는 마음만 몇백만 번 먹어본다.

 

많이 웃고 지낸 한 달과 일 년이

모습의 나, 우리 가족, 그리고

완성형에 가까운 우리들이 되길 바란다.

추억거리 더 만들고 오늘 또 재미있게 보내면

다시 이맘때를 돌아봤을 때, 내가 많이 웃었네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스스로를 자책하는 시간은 좀 줄이고 이번 일기에서는 더 지금을 살고 칭찬거리를 찾아보려 한다. 자책은 길어지면 해롭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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