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일기를 보다 보니 딸 보라고 쓰는 글들이 팔 할, 딸 보라고 쓰는 일기로 지난 주에 이름을 바꿨다. 이 글의 제목도 주어는 다 '나'였다. 꿈이 먼저인지 아니면 돈인지 막연한 고민에서 정해놓은 제목..
네가 4학년 때였나? 어른들이 넌 꿈이 뭐냐고 물으면 환경운동가라고 했던 너. 이게 참 애매한 것이. 환경 전문 변호사정도나 돼야 어른들은 오, 큰 꿈을 가졌구나 할 텐데. 나도 그저 그런 어른이어서 그런 네게 언젠가, '뭐 하고먹고살려고.'라고했던가. 멍청한 엄마 때문에 너는 꿈도 바뀌었다. 아하 밥 먹을궁리는 따로 해야 하는 거구나.. 궤도를 바꿨던 너다. 밥은 따로 벌고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치부해 버린 못난 엄마. 다시 고쳐주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겠다.
내 딴에는 꿈을 좇았다고 생각했는데, 돈만 좇아 왔던 시간이 길었던 탓이다. 도로 가서 그때 했던 말을 바꿔주고 싶지만 이제 네 꿈은 또 바뀌어 가고 이젠 무엇이든 막 다 해보라고 해야 하는데 생긴 게 이 모양이라 미안타. 얼마 전에는 춤을 정식으로 배우고 싶다던 네게 체력이 되겠냐며 또 주저앉혔다. 취미반으로 돌렸다. 음악학원을 이미 입시반으로 기타를 배우고, 얼마 전에는 드럼스틱을 주문했다. 짬나면 들러서 쿵딱거리고 온지 두번. 이번 방학, 갓생을 살고 싶은 네가 욕심 때문에 무리를 하지 않으려나 염려스럽다.
학원천국 사교육 지상주의
다른 마음 한 켠으로는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학원을 가야 하나?라는 의문도 든다.
꿈을 위해서 학원에 돈을 맡기는 우리.
배우고 싶은 것을 그냥 하면 되지 않냐! 고 하면 모르는 소리.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극소수난 놈을 제외하면 새로운 것을 배우려면 학원을 등록하거나 스승을 찾아 돈을 써야 한다. 무림의 고수가 제자에게 사사하듯 빨래대신해주며쫓아다니며 배우던 건 정말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고.
자본주의 사회는 꿈도 돈으로 산다. 공부를 잘하고 싶거나 의사가 되고 싶으면 강남에 가든지,학원과 각종 과외에 돈을 쓰든지 해서빨리 매우 잘하는법을 구매한다. 제아무리 유튜브와 인강이 잘 되어 있다고 해도 그 환경까지 카피할 수는 없다. 는게 일타강사 장승제님의 말이다.
아무튼지간에 우리는, 기타를 배우고 싶어도 학원을 가고. 춤추고 싶어도 학원을 간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가? 학원을 가라. 검정고시도 학원에 답이 있다. 앗, 환경운동가를 키우는 학원이 없네. 쏘리.이건 우리가 답을 찾아가야 한다. 정답도 지름길도 없다.
찾자 악착같이, 성공은 모르겠다.
좀 쉬었다 가겠습니다.
이번에 쉬어 감은 네가 내게 준 선물이다. 다시없을 좋은 타이밍에 남은 60년을 잘 살려면 잘못 든 길에서 나오는 시간이 필요해. 유턴을 하려면 크게 돌아야 하고. 무언가를 쫓는 삶은 여기까지였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려면 길을 만들어 가기. 내가 다르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너도 주인으로 사는 삶을 만들기. 뭐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길 끝이 깊고 깊은 산속이 될 지도.
너희 아빠는 결혼하고 두번째로 외벌이다. 어차피 맞벌이라고 돈 버는 스트레스가 줄지도 않더라. 웃기지! 지난 달이었나? 네가 날카롭게 짜증스레 뭐라고 했을 때가 기억난다. 내가 조금 더 부드럽게 표현해 줄 수 없을까? 했더니, 엄마도 일할 때에는 날카로웠잖아! 라던 너. 학교 다니는 게 쉬운 줄 아냐고. 아프더라. 매섭더라. 내 모든 허물을 보듬고 살아내 주었는데 나라고 못할 것 없지. 난 뭘 부드럽기까지 원하나 네가 감정을 표현한 게 어디냐 해야지.
걸림돌은 나
엄마 좀 쉬면 돈 못 버는데 괜찮아? 엄마가 일 시작하면 당장에 휴대폰 바꿔 줄게 큰소리 떵떵 쳤다. 그러고 넌지시 엄마 일 다시 시작할까? 했더니, 돈 번다고 막 다 사주는 것도 아니었잖아! 하던 너. 네가 정답을 알고 있더라. 허를 찔렸어.
그래서 지금은 너와 함께 일상을 나누는 이 시간은 시간당 일억을 준다고 해도 바꿀 수 없다. (앗 흔들리려나. 너무 크게 썼다. 뭐 어차피 없을 일이니까. ) 그만큼 중요하고 절대 바꿀 수 없다는 의미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좀 '쉬어 감', 이 결심을 내리기까지 많은 흔들림, 유혹도 많다고 여겼는데. 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무언가 하고 있을 거라 여겼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