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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해마라|주문을 되뇌어본다

다들 그래 산다 | 스스로 깨치고 부딪치고 깨지기

by 하이디김

몰아치는 시간들의 연속과 재정비


1박 2일로 안양을 다녀왔다. 둘째 기쁨이를 놓고 다녀왔다. 엄빠가 아니라면 이 일정을 소화할 수 없다.


두 분이 내게 전생에 무슨 빚을 지었다고 또 주고 또 주어도 더 그러고 싶어 하는 마음을 늘 느낀다. 두 분껜 죄송하지만 감사한 마음도 빚지는 마음도 크다. 효도할게요라고 할 뿐

다른 약속은 못 하지만.


모든 것이 휘몰아치고 쪼들리는 상황에서 스트레스 때문인지 밤에 도통 깊은 잠을 못 이루고 그간 만들어 온 습관과 루틴은 깨졌다. 만들기는 몇 달이 걸리지만 깨지는 데는 며칠도 필요하지 않다.



그런 내게 우리 아빠는,


조급해하지 마라고 하고


엄마는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하신다.


나의 급해지는 마음에 제동을 거는 엄빠의 주문이다. 맞다. 내가 또 박자 못 맞추고 달리고 싶어지면 다시 떠올리는 주문.


벅차게.


한방에 해결하고 싶은 무거운 마음

내려놓아야 한다.


나와 우리의 시간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안양에서 집까지 한 시간이 남았을 때,

내려오는 차 안에서 우리 해피 담임이 전화가 왔다.


내가 따로 상담은 신청하지 않았지만,

2학기를 무사히 지내고 2회 고사를 치르러

아침에 깨우지 않아도 학교 가는 아이를 보며 감사 인사 문자를 남겼었다.


올해도 또 해피 심기를 거스르는 아이가 반에 있어서

그 애랑 내년에는 꼭 떼어 달라는 부탁도 섞었다.


중학교까지 가서 담임에게 이런 부탁을 하게 되는구나. 바로 답이 없길래 샘이 바쁜가 보다 했다.


역시 베테랑이다. 이번 우리 선생님은 나보다 더 자주 그리고 세심하게 우리 딸을 보살피고 있다. 나와 센터 상담선생님께 표현하는 그 이상으로 편하게 자기 담임에게도 또래 스트레스에 대해서 그간 털어놓았단다.


하필 시험 직전 날 그 애 때문에 감정이 폭발해서, 담임이 재차 조퇴를 권유했지만, 우리 해피가 시험 앞두고 조퇴하기 싫다며 수업을 끝까지 하고 하교했단다.


해피는 여기서 샘이 자기편이 되어주지 못하고 가라고만 해서 불만이 컸다고 했지만 나는 또 한 번

나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에 또다시 고맙기만 했단다.


아이를 키우는 데에 온 마을이 필요하고, 아이가 온전히 자라는데 성숙하고 너른 마음씨를 가진 선생님은 절실하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햇병아리 같고 착하지만 너무 몰라서 무엇하나 조언을 구하지 못했던 담임과 비교하자니

이번에는 천운이 우리에게 왔다 싶다.




스스로 깨치는 시간이 필요하다.

꾸짖고 가르치고픈 마음은 계속 든다.

잔소리와 꾸지람 그리고 훈육은 일상 속에 엉켜 있다.


삶을 선택해 줘서 그냥 고맙자고 했는데

해피가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것만 봐도 걱정스러워하는 남편이 어디 남에게 그러겠나.


그냥 다가가서 무엇에 몰두하는지 관심을 가져주면 된단다. 우리 오장육부에 더해진 그들의 연결된 세계를 존중하자.


그리고 넘치는 해피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집중해 보자.


공부의 시간.


하고 싶은 거 많은 우리 해피,

과거의 네 엄마가 중학생 된 너를 위해 한 땀 한 땀 모은 돈도 있단다.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


너를 믿어.


누나 이거 예쁘다고? 그래, 다시 가보자~ 이번에는 같이 가서 고르자, 아직 사이즈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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