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새벽에 나는 외쳤습니다. 나는 나를 미치도록 사랑한다고.
지난 수요일 올들어 처음으로 한강 둔치에서 달리기를 했다. 휴직하고 처음으로 하는 로드러닝이었다. 그동안 춥다는 이유로 밖에 안나갔었는데, 뛰어 보고 싶었다. 자기혁명캠프 수업을 같이 듣고 있는 사람들의 새벽 달리기 사진이 나의 뛰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
오랜만에 나가 뛰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추운 것도 잊고 달렸다. 처음 몇 분 춥더니 달리고 있으니 몸에서 열이 나서 땀이 흐를 정도였다. 오히려 겨울 바람이 시원하게 땀을 식혀줬다. 그렇게 간만에 달렸더니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생각했다. 나의 글을 쓴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도 고민했다. 조금은 생각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좀 더 솔직해지기로 마음을 먹으며 첫번째 달리기를 마쳤다.
그런데, 사건은 달리기를 하고 난 이후에 발생했다. 같이 수업을 듣는 사람들에게 나의 올해 첫번째 로드러닝을 나가며,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한장의 사진을 공유했다.
그게 문제가 됐다.
새벽에 뛰는 거라 머리도 안감고, 눈꼽도 안 뗀 채 찍은 사진이었다. 별 생각은 없었다. 그냥 내가 나간다고 자랑하고 싶었다. 나의 새벽 달리기가 기특해서 인정받고 싶었다.
사람들은 나의 모습에 포복절도했다. 새벽에 너무 웃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했다. 사실 그렇게 웃긴줄 몰랐었다.
그리고 어느 한 사람이 내게 격한 칭찬을 던져줬다. 나의 우스꽝스러운 사진을 보며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고 칭친을 해주었다. 갑자기 당황스러웠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거 같지 않았는데 왜 그러지 싶었다. 자꾸 그분의 칭찬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음날 다시 또 새벽에 한강으로 나갔다. 전날의 상쾌함을 느껴보고 싶었다. 게다가 사람들의 독려도 있었다. 하루 나가고 다음날 안나가면 아무 의미 없다는 충고를 들었다. 그렇게 울며겨자먹기로 나갔다.
나간지 몇분만에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나게 뛰었다. 역시 새벽이라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귓가에는 휘트니 휴스턴의 "One moment in time"이란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쳐보고 싶었다. 그래서 소리를 질렀다.
"나는 할 수 있다"
뭔가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속에 응어리가 고함으로 나오는 것 같았다. 시원했다.
그래서 또 외쳐봤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미치도록 나를 사랑한다"
갑자기 목이 매어왔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감정을 큰소리로 외쳐보니 알 거 같았다. 내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이다.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몰랐던 나의 모습이었다. 갑자기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휴대폰을 꺼내서 동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또 외쳤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미치도록 나를 사랑한다"
또 눈물이 났다. 뭔가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내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 사랑이 무엇인지 알 거 같았다. 그동안 나는 그 사랑을 얼마나 숨기고 살아왔는지 알 것 같았다.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원래부터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고 생각했었을테니. 하지만 그날 느낀 사랑은 기존에 나를 사랑했던 마음과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100% 환골탈태한 것은 아니지만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 것만 같았다.
기존에 나는, 남과 비교하며 살았다. 누구보다 먼저 승진해야했고, 더 크고 좋은 집에 살아야 했다. 남보다 더 잘난 모습에 우쭐하며 지냈다. 남을 꺾어야만 나를 사랑할 수 있었다. 반대로 남과의 싸움에서 지는 날이면 내가 너무 싫었다.
하지만 이날 나를 사랑할 때에는 남과의 비교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제의 나보다 달라진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자존감이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돤 아침이었다. 진정한 "미라클" 모닝을 경험했다.
다음날에도 또 달렸다. 이번엔 눈도 내렸다. 위험해서 뛰지 말까 싶었지만 그래도 전날의 감동을 느끼고 싶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선물같이 느껴졌다. 나에게 축복을 주는 기분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각났다. 나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나의 아내, 나와 아내만을 쳐다보는 아들들, 부모님, 그리고 요즘 나에게 엄청난 자극이 되어 주는 자기혁명캠프의 선생님이신 청울림님까지. 그들의 사랑이 몸으로 느껴지니 또다시 눈물이 흘렀다. 새벽 마라톤은 나의 숨겨왔던 감수성을 자극하고 있었다.
다행히 다음날엔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동안의 “미라클”한 경험 덕분에 달리는동안에도 전혀 힘들단 느낌이 들진 않았다.
그날의 감동을 잊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새벽에 달리기를 하러 나갈 것이다.
15년차에 다가온 휴직은 나를 바꿔가고 있다. 그동안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벗어던지고, 글을 쓰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앞으로의 삶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새벽 달리기는 나의 앞으로의 일상이 될 것이다. 그날의 감동을 잊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미치도록 나를 사랑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위해 그렇게 달릴 것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는 매일 큰 소리로 외칠 것이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휴직 후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