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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Apr 28. 2019

[휴직일기] 모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것들 다 해보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 빠져 버리다.

 

휴직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새로운 세상이 눈에 보이기도 했다. 회사사람들과 만날 때와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처음 회사 밖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을 때 알 수 없는 좌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저들에 비해 나의 상황이 별볼일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자괴감이 사라졌다. 그리고 근거 없는 설렘이 찾아왔다. 뭐라도 배울 게 생겼고, 그들을 통해 조금씩 자라나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에게 자극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https://brunch.co.kr/@tham2000/30


요 며칠 사람들과 만나서 이것 저것을 하다보니 꽤 바빴다. 주로 아침과 낮 시간을 활용했다. 모두 잠든 일요일 새벽 사람들과 만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이상한” 만남도 가졌고, 평일 낮엔 휴직한 남자들끼리 “군대, 술, 족구”없는 모임을 만들어 5시간 넘게 수다를 떨기도 했다.

 

저녁 시간을 활용하기도 했다. 웬만하면 저녁엔 아이들에게 집중하려 했지만 좋은 강의들이 저녁에 집중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글쓰기, 발표, 독서법 등 다양한 강의는 유익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온라인 만남(?)을 지향하기도 했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 네이버 카페, 블로그를 통해서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다보니 만나는 게 편해지기도 했다. 물론 수시로 울리는 알람 메시지가 가끔씩 귀찮게 해서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요즘은 잘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 참 많이 느낀다. 세상에 참 많은 사람들이 신기한 경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말이다.

 

너무 많은 대외활동 덕에 아내의 눈치가 살짝 보였지만 조금은 뻔뻔해지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진 아내가 나를 지지해주고 있다. 이럴 때 바짝 ㅋㅋㅋ


내가 스스로 모임을 만들어 보자

 

다른 사람들이 만든 모임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임을 만들면 사람들이 참여할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만의 컨텐츠를 만들어 간 경험이 어느 정도는 축적된 것 같았다. 내가 가진 경험을 내가 받은 것처럼 누군가에게 나눠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최근 들어 블로그 댓글을 통해 나를 따라한다는 글을 보며 자극을 받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을 모아서 “함께 하는 경험”을 만들어 가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나를 자극해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얼마 전 꾸준함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사람들에게 모임을 만들어 보고 리더가 되어 보라고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리더가 되면 나의 행동에 조금 더 책임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몇 개의 카톡방을 만들어 운영을 해 보면서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하는 것들에 리더가 되어 보고 싶었다.

 

얼마 전 “시작노트”의 Peter Kim님의 강의를 듣고 영향을 받은 것도 있었다. 그의 “경험수집잡화점”이라는 컨셉이 마음에 들었다. 경험수집잡화점에는 다양한 경험들을 함께 나눌 수 있었고, 그 모든 모임에 Peter Kim도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15분 책읽기 모임도 하고, 글쓰기 모임도 하면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스스로를 단련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그리고 그를 따라해보고 싶었다. 따라하는 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특허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혹시 문제가 된다면 알려 주세요 ^^

 

무턱대고 몇 개의 모임을 만들어 버렸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마음가는 대로 하고 싶은 모임을 만들었다.



1.   달리기로 한달 살기


“달리기” 모임을 만들었다.

 

요즘 나는 나를 “매일 글을 쓰고, 매일 달리는 육아 휴직자다”라고 소개하곤 한다. 글쓰기와 달리기는 요즘 나를 정의하는 주요한 활동이 되어 버렸다.

 

달리기를 내가 이렇게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달리기를 하며 느끼는 경험이 좋았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이를 나눠주고 싶었다.

 

각자가 목표를 세워 원하는 만큼 한 달 동안 꾸준히 달리는 모임을 만들었다. 물론 매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급적 매일 하는 것을 지향했다. 한 달 동안 꾸준히 달리면서 각자 목표한 만큼 달려보는 게 모임의 취지였다.

 

4월 25일 목요일, 처음으로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각자의 공간에서 달렸고, 이를 카카오톡과 카페에 공유하며 느낌을 나눴다. 만나서 달리지는 못했지만 만나서 달리는 것 같이 서로를 자극할 수 있었다.

 

자유로움과 상쾌함을 느꼈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첫날의 경험에 서로취하기도 했다.



2. 글쓰기 피드백 해드리기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아보고 싶었다. 잘 쓴다는 이야기 말고, 내 글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 받아보고 싶었다. 그게 나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1년 넘게 꾸준히 글을 쓰면서 단련된 것 같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의 지적에 상처 받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 글에 대해 “객관적”인 피드백을 받기 어려웠다. 나를 잘 아는 나의 최애 독자인 아내 말고는 나를 비평해주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남의 피드백을 받기 전에 내가 먼저 피드백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된 독자가 되어 작가의 발전을 응원하고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남의 글을 읽어주고 피드백 해주는 모임을 만들었다.

 

친구는 내게 말하기도 했다.

 

“너의 글쓰기가 남을 평가할만큼의 수준이 된거야?”

 

사실 이 말을 듣고 뜨끔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잘잘못을 이야기 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정성을 다해 읽으면 피드백 받는 사람들도 나의 정성을 이해해 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도 생겼다.

 

세 분과 함께 총 15번의 피드백을 해드리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남의 글을 독자의 입장에서 피드백 해드렸다.

 

첫 번째 피드백은 조심스러웠다. 내 생각이 맞는지 확신도 안들었고,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닐까 싶어 걱정되기도 했다. 가급적 비판적인 피드백을 해드리고 싶은 생각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피드백을 받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다행히 첫번째 피드백에 대해 만족해 하시는 것 같았다.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더 큰 수확도 있었다. 남의 글을 객관적으로 읽으면서 나의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기도 했다. 내가 글을 쓸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3. 독서 모임 결성

 

휴직을 하고나서 나의 자존감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존감 수업>을 다시 읽으며 자존감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기도 했다. 사람들과 함께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다양한 책을 읽어보고 서로 의견을 나누면 자존감의 실체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몇몇의 사람들과 자존감에 대해서 알아보는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일요일 아침 6시 반에 모여서 함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요일 아침 6시 반은 서로를 위한 배려 때문에 정한 시간이었다. 가족과 회사에 피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자존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4. 남자 휴직자들의 모임

 

블로그 블로그를 통해 언급한 바와 같이 남자 휴직자들을 위한 모임도 만들었다. 평일 낮, 남자들끼리 만나서 수다를 떠는 모임이다. “술, 군대, 족구”가 없는 3무 모임을 지향하는 휴직자 모임은 휴직하며 생긴 불안감을 위로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감당할 수 있을까?

 

"이래도 될까?" 라는 생각을 가끔씩 하곤 한다.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지금의 마음이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언제까지 지금의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기도 하기 때문이다. 괜히 내가 제대로 못해서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해보고 싶었다. 앞에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근거 없는” 자신감이 한 몫했고, 이렇게 하는 것이 나를 더 단련시킬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나에게 지속적인 에너지를 공급해 줄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우선은 해 볼 생각이다.

 

“감당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이렇다.

 

“우선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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